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지용진 기자

연기를 통해서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3. 27. 21:57
이민정만큼 단기간에 폭넓은 캐릭터를 연기한 경우도 드물다. 그녀는 방송 데뷔작 <베스트 극장-문신>에서 애인을 처단하는 냉혈한을 연기했고, 아침 드라마 <있을 때 잘해>에서는 말썽꾸러기 신세대로 브라운관에 나섰다. 그리고 이제 <누구세요?>에서 하반신 마비를 겪는 환자를 연기하고 있다. “남을 웃기는 코미디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그녀는 연기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1+1=3? 그녀만의 사고방식
어릴 때부터, 언어는 잘했는데 수학은 잘 못했다. 왜 그런 학생들 있지 않나? 전형적인 인문계 타입. 나도 그랬다. 그래서 수학적으로 딱 떨어지는 계산을 잘 못한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인생을 사는 데는 인문계 타입이 더 나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인생이 수학처럼 딱 떨어지는 건 아니니까.

무대는 나의 삶
방송을 시작한 지는 2년밖에 안 됐지만, 무대 경력으로 치면 5~6년쯤 된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연극 무대에 섰는데, 많은 분량을 빨리 찍어야 하는 드라마보다, 연기하는 나의 모습을 관객들이 실제로 지켜보는 연극의 무대가 참 좋다. 무대 위에서 연기 혹은 대사들을 하는 그 순간이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들 때는 정말 최고다. 사진을 찍어 저장하는 것 같은 방송보다는 나의 연기를 그 순간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무대의 매력인 것 같다. 연극을 끝내고 나면 다시는 그 캐릭터를 만날 수 없다는 점이 슬프지만 무대 위 순간만큼은 살아 있는 것 같다.

음악의 생활화

사실 TV 보는 것보다 음악 듣는 걸 더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도 배우고 성악도 하면서 음악이 삶에 자연스럽게 들어온 것 같다. 지금은 음악을 듣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할 정도로 음악에 빠져 산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팟을 켜서 음악을 들으며 하루 일상을 시작한다. 뮤직비디오 작업을 좋아하는데, 음악을 들으면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고민을 차단하는 데 음악이 정말 최고 같다. 지금은 기타나 다른 악기도 배우려고 생각 중이다.

연기가 가르친 것들
예전에는 연기를 단순히 ‘재미’있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이 직업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다. 연기를 하고 나면 감정 폭이나 생각의 깊이도 나아지는 것 같다. 실제 나이보다 더 성숙해지는 것 같은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지금 하고 있는 <누구세요?>에서 맡은 양지숙이라는 인물도 표현해야 하는 연기가 한정돼 있지만, 하반신 마비자의 삶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굉장한 허탈감에 빠지게 되는데,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배우로서 발전하는 과정인 것 같다.

영화를 향한 도전
<포도나무를 베어라>의 경우 촬영 기간이 짧아서, 진짜 영화 현장에서 느껴볼 수 있는 것들을 많이 경험해 보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연극이나 드라마를 많이 한 건 아니지만 지금은 영화를 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영화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 평소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가 짐 캐리와 주성치인데, 그 두 배우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짐 캐리는 <이터널 선샤인> 같은 진지한 영화도 하면서 다른 작품에서는 사람들을 웃긴다. 미스터 빈도 진지하게 샌드위치를 만드는 연기를 하지만 사람들이 웃는 걸 보면 참 존경스럽다. 나중에는 영화에서 미스터 빈처럼 캐릭터로 관객을 웃기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나도 진짜 진지하게 사람들 웃길 수 있는데.(웃음)
지용진 기자 2008.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