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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

감독이 밝히리

(이 글은 영화 <핸드폰>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보신 분이나 보지 않으셔도 결말이 궁금하신 분, 결말이 아리송해 친구들과 침을 튀기며 논쟁을 하시는 분이시라면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무비위크 366호에 <핸드폰>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님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인터뷰 막바지에 감독님이 묻더군요.

"혹시 지기자님은 영화 끝부분에서 가스폭발을 누가 했는지 아세요?"

대뜸 대답했습니다.

"당연히 정이규(박용우) 아닌가요?"

회심의 미소를 짓는 김 감독님. 의외의 대답이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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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6호에 실린 <핸드폰>의 김한민 감독)

"범인은 오승민(엄태웅)이예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관객들 80%는 정이규가 범인이라고 생각할거예요. 그렇게 생각하게끔 상황을 유도했으니까요"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설명을 재촉했습니다. 

(믿을 수 없다는 말투로) "정말인가요?"

내막은 이렇습니다.

이규와의 사투 끝에 승민은 사진 한 장을 발견합니다. 아내가 찍은 태아사진인데요.(그 전까지 승민은 아내가 임신이 안되는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고, 여러가지 정황상 사진 속 태아는 승민의 자식이 아니라는 쪽으로 영화가 흘러갑니다)  그 사진을 발견한 승민은 아내를 버럭 껴안습니다. 그리고 이규가 틀어놓은 가스가 폭발합니다. 그 지옥 같은 현장에서 유일한 생존자는 오승민. 물론 영화를 보셔야 후반부 가스폭발의 범인을 유추할 수 있겠지만, 일단 겉으로만 보면 자신을 괴롭힌 승민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이규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결론도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

하지만 김한민 감독님의 의도는 더 깊었습니다.
김 감독님은 아내 정연을 죽이고 그 모든 흔적을 은폐하기 위해 가스까지 폭발시켜 승민이라는 인물을 괴물로 만들었습니다. 영화의 막바지에도 나오지만, 오승민의 오열은 그래서 더 안타까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종종 스릴러 영화에서 반전은 중요한 영화적 장치로 활용됩니다.
예상치 못했던 결말에 관객들은 묘한 쾌감을 느끼기도 하는데요, 

김한민 감독님은 전작 <극락도 살인사건>에서도 관객들의 예상을 뒤엎는 결말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자, 영화를 보신분들 어떠신가요?
본인이 생각한 결말과 맞아 떨어지나요? 아니면 저처럼 엉뚱한(?) 결말을 내리셨나요? 

갑자기 김한민 감독님의 그 '회심의' 미소가 살짝 얄밉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