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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안영윤 기자

커버스토리 <마이 뉴 파트너> 안성기 & 조한선

<마이 뉴 파트너> 안성기 & 조한선
나의 뉴 파트너를 소개합니다!

안성기와 조한선이 아버지와 아들이 되었다. <마이 뉴 파트너>는 8년째 소식도 없이 지내던 경찰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마약 수사를 진행하며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와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포착하는 영화다. 새 파트너가 된 안성기와 조한선은 실제 부자지간처럼 여유롭고 흐뭇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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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서로 묘하게 닮은 듯한 느낌이다.

안성기 그치 좀. 말도 드문드문 하고 웃음으로 때우고. 이런 것 좀 비슷해.(웃음)
늘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안성기 30년 전 팬레터를 한창 받을 때도 ‘오빠라 불러야 할지 아저씨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는 소리를 들었어. 워낙 처음부터 늙어놓은 거라 지금까지 그냥 가는 거야. 지금도 오빠 소리를 듣는다니까.(웃음)
조한선 전 선생님을 뵈면서 정말 열심히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웃음)
실제로 아버지와 아들 사이라면?
안성기 든든하지. 키도 훤칠하고. 원래 내가 평범하게 장가를 갔으면 딱 한선이 나이만 한 아이가 있었을 거야.
조한선 저야 선생님 같은 아버지가 있다면 당연히 좋죠. 맛있는 것도 매일 사주시고 낚시도 함께 다니고.(웃음)
안성기 우리가 촬영 안 하고 낚시만 한 것 같네.
조한선 그때 정말 재밌었거든요. 선생님은 낚싯대만 넣으면 바로 물고기가 잡혔잖아요.
안성기 한선이는 이전에 만난 적은 없지만 심성이 곱고 순하고, 쑥스러워하고 그랬지. 그래서 금방 친해지더라고. 근데 키가 생각보다 정말 크더라.
조한선 선생님과 함께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정말 영광스러웠어요. 탄탄한 버팀목이 돼주실 것 같아서.
젊은 배우들이 안성기 때문에 연기를 시작했다는 말을 종종 하던데?
안성기 신현준 얘기 하는구나. 전부들 그래. 하하. 사실 말을 재밌게 하려고 그랬던 거 같아. 젊은 배우들이 어릴 적부터 날 봐왔는데 아직도 건재하니 나와 함께 연기한다면 좀 부담스런 느낌이 들긴 할 것 같아. 그래서 요즘 부담스럽지 않게 바로 풀어주려다 보니 내가 많이 망가져.(웃음)
조한선 선생님이 원래 술을 잘 안 하신다고 들었는데, 현장에서는 잘 맞춰주세요.
안성기 술이 좀 됐을 때는 사람이 갑자기 좀 귀여워지지.(웃음)
<마이 뉴 파트너>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라서 촬영하며 실제 아버지, 아들이 생각나지는 않았나?
안성기 근데 상황이 너무 달라.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이 완전히 등지고 살다가 만나는 이야기잖아. 아들도 아버지에게 못되게 굴고 아버지도 워낙 못살고. 그래서 대비가 안 되더라고. 우리 두 아들을 생각하면 귀엽거든. 시나리오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지.
조한선 영화에서 안성기 선생님과는 불편해야 하는 관계여서 연기할 때는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촬영이 없는 날은 친아버지처럼 지냈죠. 제 아버지 생각이 참 많이 나더라고요. (병상에 오래 계시다 돌아가셔서) 제가 아버지와는 추억이 많이 없거든요.
영화에서 안성기의 아들이나 딸을 연기한 배우 중 조한선이 제일 나이가 많지 않나?
안성기 제일 많던가.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서 임수정이 딸이었고, <라디오 스타>나 <아름다운 시절>에서도 꼬마였고…. 아, <화려한 휴가>의 (이)요원이가 있구나.
조한선 저보다 한 살 많습니다. 휴, 다행이다.(웃음)
이번 영화에서 처음 만났는데, 서로 호흡이 잘 맞아가는구나 싶은 느낌을 받은 때가 언제였나?
안성기 영화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을 우리가 아마 처음 촬영했지?
조한선 달동네에서 강아지를 쫓아다닌 장면이었어요.
안성기 날이 정말 더웠는데 강아지 쫓아 ‘헉헉” 뛰어다니면서 많이 풀렸어.
아버지와 아들의 감정이 해소되는 드라마가 펼쳐지면서 한편으로는 미스터리 수사극도 펼쳐지는 영화라 연기로 풀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안성기 부대끼는 게 좀 있었지. 티격태격하다가 사람도 좀 죽고 그러다 감동도 있고. 우리도 어디다 포인트를 확실히 맞춰야 할까 감정에 혼돈이 좀 있긴 했어. 여러 요소를 다 보여주는 게 좋은 점이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운 요소도 있었거든. 물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데 나중엔 이게 장난이 아닌 거야.(웃음)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여서 관객들이 어떻게 느낄까 궁금한 부분이기도 해.
조한선 저는 대사가 문어체라서 좀 편하게 다가가고 싶었거든요. 근데 감독님이 그대로가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연기를 배우는 입장이니까 시키시는 대로 하려고 노력했어요.
액션 신도 많던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나?
안성기 나야, 역할이 한물간 경찰이니까 추적할 때도 제대로 못 쫓아가잖아. 얼마나 좋아. 헉헉 거리다 나중에 스윽 나타나고, 편했지.(웃음)
조한선 폐수 처리장에서 하는 마지막 액션 신이 있는데, 저는 합을 맞춰 진행해서 누가 다치지만 않으면 되는 거였거든요. 근데 선생님 액션은 정말… 보면서 감동받았어요.
안성기 그 장면 촬영할 때 참 힘들긴 했지. 세트장에 철망이 깔려 있는데 용접한 부분이 굉장히 날카로웠어. 거기서 계속 뒹굴어서 액션 끝나고 보니 등이랑 얼굴에 피가 착착 맺혔더라고. 액션도 있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감정을 교류하는 신이기도 해서 힘들더라고. 근데 끝나고 느낌이 좋아서 다행이었지. 한선이는 운동을 계속 해 와서 발차기도 부드럽고 굉장히 날렵했어.
조한선 (웃음)저도 좋은 신을 잘 마무리 지어서 좋았습니다.(웃음)
안성기
아버지처럼 포근한 ‘국민 배우’의 웃음
캐스팅 제안을 거절하지 못할 것 같은 배우 >> 근데 결국 거절해. 예전엔 그걸 잘 못해서 끌다가 결국 못한다고 한 적이 많았지. 내가 쉽게 거절을 못할 듯, 잘하면 넘어갈 듯 보이나 봐.(웃음) 요즘엔 결단을 빨리 내려. 너무 시간 끌지 않게 오히려 빨리 얘기하는 게 더 좋겠더라고. 그 대신 이유를 확실히 해주면 괜찮은 것 같아.
국민 배우 안성기의 아버지 >> 사실 영화계 계신 분들의 감성은 아니셨던 분이지. 아이스하키도 하시고, 미식축구도 처음 들여오고, 손기정 선생님 같은 분들과 함께 운동하러 다니셨던 체육 교사. 영화 제작도 몇 편 하셨지만 다 안 되고 나중에 영화 기획을 좀 하셨지. 제작하신 <황혼열차>에 출연도 하시고. 일본배우 미후네 도시로 스타일로 근사하게 생기셨거든. 김기영 감독, 배우 박암 선생과 동창생인데, 술도 못하시고 일 끝나면 집으로 바로 오시는 신사셨어. 나도 비슷하지만 좀 더 재미나게 지내잖아.(웃음)
두 아들이 배우가 되겠다면 >> 요즘 애들은 이쪽 일에 다 관심이 많아. 우리 애들은 내가 이 일을 하니까 좀 더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게 사실이고. 좀 안 좋을 때는 아버지가 다른 일을 했으면 하는 생각도 했을 텐데, 요즘에는 인정을 해주고 분위기도 좋으니까 좋게 생각하지. 요즘 애들은 확실히 영악하고 정보도 많으니까 연기를 하고 싶다는 판단은 본인이 잘할 것 같아. 한다고 하면 준비를 잘해야겠지.
멜로영화에 출연한다면 >> 1980년대는 영화다운 영화를 찍어야 하고 좀 사회성 있는 영화를 찍어서 영화가 제자리를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제작비도 없고, 촬영장소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멜로드라마 장르를 많이 놓쳤지. <겨울 나그네> 정도가 정통 멜로였을까. 참 별로 없었어. 지금은 꼭 멜로드라마의 느낌보다는 굉장히 잔잔하고 섬세한 걸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차분한데 이야기의 울림이 큰 그런 영화.
차기작 <신기전>과 <현의 노래>는 >> <신기전>은 세종대왕 역으로 특별 출연을 해달라고 해서 시나리오를 봤는데 참 매력적이더라고. 근데 특별 출연이면 하루나 이틀 정도 출연하잖아. 1주일을 찍더라고. 아주 제대로 출연이야.(웃음) <현의 노래>는 느낌이 참 좋은 영화야. 스케일도 크고 서사성도 좋더라고. 주경중 감독과 얘기하면서 “진지하면서도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는 영화가 좀 필요하다, 웃기지 않고 절실하게 그리면 좋겠다”고 했더니 힘이 된다고 하더라고. 우륵 역이라서 촬영 전에 가야금을 배우려고 해.
연륜이 쌓이다 보니 >> 젊었을 때는 실수도 쉽게 용납되는데 나이 먹는 게 점점 힘들게 느껴져. 매사에 조심해야 하고 말할 때도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나만의 시간은 예전이 더 많았지. 요즘엔 자꾸 사람들을 챙기느라 내 것을 많이 잃게 돼. 자식 생각, 연로하신 부모님 걱정도 들고. 삶의 때는 많이 묻는데 깊어지는 맛이 덜한 거야. 여기저기 행사도 많고 맡은 일도 만만치가 않아. 내 시간을 좀 많이 가져야겠다는 게 요즘 내 숙제야.
조한선
겸손한 ‘완소 훈남’의 풋풋한 미소
열혈 꽃미남 조한선 >> 아휴, 제가 꽃미남은 무슨. 그런 소리, 안 하세요. 잘생긴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인터넷도 잘 안 봐요. 혹시라도 제 얘기 나오면 쑥스러워서.(웃음)
건달에서 경찰로 상황 역전 >> 사실 <열혈남아>의 건달 치국이와 <마이 뉴 파트너>의 경찰 강영준 사이에 영화가 한 편 더 있었어요. <특별시 사람들>이라고, 정말 편하고 재밌게 촬영한 영화인데 아직 개봉을 못해서 많이 아쉬워요. 영준이는 정말 해보고 싶었던 역이었어요. 김종현 감독님과 안성기 선생님과도 함께해 보고 싶었고요. 영준이는 굉장히 철두철미하고 계산적인 인물이죠. 남들이 ‘예스’라고 할 때 혼자 ‘노’라고 하는 ‘왕따’ 같은 인물이에요. 아버지에게 버릇없이 굴지만 처음부터 버릇이 없었다기보단 버릇이 없어진 사람이죠. 어릴 적 아버지의 그릇된 모습을 보고 사람이 변한 거죠.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풀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서 뒤돌아 볼 시간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기도 하고.
롤러코스터 위에서의 위험천만한 액션 신 >> 지금 생각하면 제가 어떻게 촬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촬영 전에 정석용 선배님과 촬영장소인 놀이공원에 미리 답사를 갔었어요. 아마 촬영 날, 바로 롤러코스터 위에 올라가라고 했다면 정말 무서워서 못했을 거예요. 열차가 올라가는 최고점이 40~50미터라던데 거긴 와이어를 달 수가 없다더라고요. 그 위를 맨몸으로 뛰어다녔죠. 조금이라도 발을 헛디디면 바로 떨어지는 상황이었어요. 열차가 지나가면 제가 고개를 돌리는 컷이 있는데 그땐 진짜 너무 긴장돼서 저 멀리서 열차가 오는데 다리가 절로 후들거리더라고요. 너무 실감나서 다행히 한 번에 촬영이 끝났어요. 이제 다시는 그런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진짜 무서웠거든요.
조한선의 동생 조한준 >> 전 동생이 이 영화에 정말 출연 안 했으면 했어요. 연기 조언 같은 거요? 전혀 안 했죠. 동생이 연기할 때는 일부러 촬영장에도 가지 않았어요. 전 정말 남들에게 피해 주는 걸 싫어하는데, 동생이 괜히 출연해서 조금이라도 촬영에 누가 될까 봐, 실수할까 봐 걱정스러웠거든요. 근데 감독님이 저와 동생이 똑같이 생겼다면서 제 고교 시절 역을 꼭 동생이 연기해야 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어휴. 저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고, 제 동생은 어머니를 많이 닮았는데 이상하게 우리가 닮았다는 거죠. 하하.
지금 조한선에게 연기는 >> 사실 <뉴 논스톱 3>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생계 때문이었어요. 지금은 연기가 재미있어요. 잘은 하지 못해도, 아직도 연기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계속 경험하고 배우고 싶어요. 솔직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바늘로 찌르면 피가 나오듯 정직하게. 근데 어떻게 하면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지 알면 좀 가르쳐 주세요.
차기작 <기억, 상실의 시대>는 >> 재밌는 영화예요. 박진희 이기우 씨와 출연하는데 저는 박진희 씨를 짝사랑하고 박진희 씨는 이기우 씨를 짝사랑하죠. 제가 여자 속옷도 팔고, 리코더도 부는 재밌는 역이에요. 아, 근데 내가 얘기하면 꼭 재미없게 느껴지더라고요.
안영윤 기자 2008.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