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사랑한다><고맙습니다><상두야, 학교 가자>이경희 작가의 차기작인 <사계>는 이만저만이 아닌 예산이 투입되는, 소위 대작입니다. 대놓고 묻지는 않았지만 그 규모와, 규모에 합당한 기대치에 대해 부담도 많으시겠지요. 정치적이고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배경이 모두 포괄된 드라마라고 들었습니다만, 그 장황한 배경도 결국 '사람'을 이야기하기 위해 존재하는 장치일 뿐이겠죠. 마치 '영신이'라는 사람을 그리기 위해 미혼모나 소아 에이즈, 치매 노인 같은 장치를 두었던 것처럼요. 그 모든 장치가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니라, 결국 주인공은 영신이었고요. 결국 이경희 작가가 <사계>를 통해 하고자 하는 얘기는 사람에 대한 게 아닐까 합니다. 이경희 작가는,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사람 얘기'가 아니고서는 써서는 안 되고, 써지지도 않는 작가라는 인상을, 인터뷰하면서 받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맙습니다> 당시 그런 드라마를 볼 수 있어 고맙다고 했습니다. 저도 <고맙습니다> 당시에 마지막회를 보고 난 후 '고맙습니다'라는 생각을 했었지요. 세상을 그렇게 까칠하게 살 필요가 없다는 것, 아파도 누군가 보듬어주면 아프지 않다는 것, 잊고 살던 많은 것들이 마음에 되살아 났으니까요.
인터뷰에서의 작가님 말씀대로 작가의 마음은 드라마에 드러나게 되어 있는 것인지, 드라마에서 느꼈던 포근한 위안이 작가님에게서도 느껴지더군요. 작가님을 만났던 두 시간 동안, 작가님의 드라마 한 편을 다 본 것 같은 포만감을 느꼈습니다. 70분짜리 포만감이 아닌, 24부작짜리 포만감을요. 어디까지나 인터뷰를 한 것이지 개인적인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그런 얘기를 나누면서도 '고마운' 감정을 느꼈습니다. 작가님 말씀 하나하나에서 얼마나 타인을 배려하고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더군요. 이야기만으로 남으로 하여금 '고맙다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사람은 흔치 않죠. 연이 닿는다면 쭉 인연을 잇고 싶은 인터뷰이였습니다.
<온에어>에서 보여지는 작가와 배우 간의 불화가 어쩌면 대부분의 현실일텐데도, 작가님은 함께 작업했던 배우 하나하나를 보듬고 계셨습니다. 작가는 어쩌면 대본 써서 넘기면 그만일지도 모르는데, 작가님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배우들과 교감을 이룬 후 캐릭터를 키워 나갑니다. 그래서 정지훈 원빈 임수정 소지섭 등등 그 많은 배우에 대해 좋은 말 하나라도 더 해주시려 노력하는 모습, 참 좋았습니다. 특히 <스피드 레이서>로 관심이 높아지는 정지훈군에 대해서는 요즘도 베를린으로 통화를 몇 번 했는데 매일 새벽 6시부터 밤까지 트레이닝 하느라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더라면서 그에 대한 칭찬을 한아름 하셨더랬죠. 지훈군과 꼭 다시 한 번 드라마를 같이 하기로 약속하셨었다던데, 두 분 모두 약속을 헛으로 하지 않을 분들이니 우리는 그저 그 약속이 빨리 지켜지기만 바라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완소하는;; 연기를 발로 하지 않는 임수정씨와도 작업을 빠른 시일 내에 한 번 더 하시면 좋겠단 바램이구요.
아무튼, 이경희 작가의 <사계>가 너무 기다려집니다. 혹은, 이경희 작가님의 따뜻한 이야기를 또 한 번 듣고 싶습니다.
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이해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