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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정수진 기자

10년 뒤 오늘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오늘은 6월 10일입니다.
지금 시청광장과 광화문, 청계천에는 촛불을 든 사람들이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화, 수요일이 마감인 <무비위크> 사람들은 마음만 그곳에 둔 채 열혈 마감 중이지요.

요즘 한창 다이어트에 매진(?) 중인 편집기자인 저는 저녁도 굶을 겸, 운동도 할 겸 어슬렁어슬렁
시청 방면으로 걸어가 보았습니다. 아직 원고가 많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이거든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시청광장을 부유하고 있었습니다.
시청에서 광화문 사거리로 향하는 도로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촛불을 들고 있고,
시청광장 한 켠에는 보수단체들이 마이크를 잡고 뭐라뭐라 떠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경찰들이 쭉 둘러싸 보호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미처 그 보호 테두리 안에 들어서지 못한 몇몇 사람들은 촛불을 든 시민들과 언성을 높이고 있고요.

"너는 에미애비도 없냐?" "지금 그게 뭐가 중요하냐!"

나이든 보수단체의 한 남자와 촛불을 든 젊은 남자가 혈전을 벌입니다.
[비정상적인 촛불을 꺼라]라는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한 남자는 촛불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말다툼 중입니다.
"어이구, 이거 꼭 광우병 소처럼 생기셨습니다그려." "아, 시끄러우니 당장 꺼지라고!"

길거리엔 음료수를 파는 노점 리어카가 점점이 박혀 있습니다. 캔맥주도 보입니다.
마치 2002년 월드컵을 방불케 하는 모습입니다. 음료수를 파는 아주머니 몇몇은 월드컵 때 썼을 것 같은
뿔 달린 머리띠를 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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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르는 사람, 촛불을 파는 사람, 싸우는 사람, 휘휘 구경하는 사람, 구호를 외치는 사람,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 아이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는 사람...
[나는 이명박 인척에게 사기당했다]는 팻말을 목에 건 사람도 있더군요.
정말, 말 그대로 서울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죄다 쏟아져 나온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전 그 와중에 대학 전공교수님까지 만났으니까요.
(교수님은 촛불을, 저는 카메라를 ㅡㅡ;;;)

10년 뒤면 오늘을 어떻게 회상하게 될까요?
2008년 6월 10일의 모습은 10년, 20년 뒤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까요?

하긴 그 당시 권력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또 달라지겠지요.
지금 권력을 잡은 이들이 교과서를 가지고 문제 삼는 것처럼요.

지금 제 바람은, 부디 그때에는 [개판 대한민국]이란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부디, 그때에는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촛불을 들고, 물대포를 맞고, 군홧발에 채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