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박쥐>가 돌아왔다. 27일 귀국한 <박쥐>팀은 28일 압구정 CGV 3관에서 조촐한 기자 회견을 열어 칸에서의 소회를 밝히는 기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김옥빈 김해숙 신하균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뜻으로 검은 정장을 입었으며, 칸 현지에서 영화사 아침 정승혜 대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음을 전해 들은 박찬욱 감독은 <박쥐>팀의 대표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슬픔과 당혹감을 표현했다.
<박쥐>의 심사위원상 수상에 대해 송강호는 "국내 개봉 당시 논란이 많았던 작품인 만큼 세계 영화인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궁금했던 한편, 감독상이나 남우, 혹은 여우주연상보다는 작품상을 수상해 인정받고 싶기도 했다. 심사위원상 대상은 아니지만 심사위원상 수상은 <박쥐>에 대한 존중과 박수의 표현이라 생각하며, 매우 기쁘다. 인간적으로 남우주연상 수상을 바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크게 봤을 때는 <박쥐>가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것이 행복하고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박찬욱 감독은 "해외 영화제를 숱하게 다니면서 대통령으로부터 축전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는데, 마치 남의 일 같이 낯설게 느껴졌다. 갈라 스크리닝 때 관객들의 진심 어린 환호가 매우 뜨거워서 어느 정도 수상을 기대하긴 했는데, 수상하게 되어 기쁘다. 현지에서 칸국제영화제 62년 역사 최초의 뱀파이어 영화라는 말을 들었는데, 한국에서는 별난 예술 영화 취급을 받고, 영화제에서는 장르적 성격이 강한 상업 영화 취급을 받는 온도의 갭이 있는 ‘박쥐’ 같은 작품인 <박쥐>가 영화제에서는 새롭고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작품이 출품된다는 것은 한 영화제 심사위원장의 말대로 ‘승자는 있어도 패자는 없는 게임’인데, 상을 못 받았을 때에도 ‘수상 실패’로 받아들이지 말고, 작품이 영화제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돌아온 자체만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 기자의 ‘수상작 발표 때 <박쥐>가 호명되자 야유가 쏟아졌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박찬욱 감독은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송강호가 나서서 ‘어디서 그런 얘기를 하던가? 내가 현장에 있었는데 그건 다른 나라의 다른 작품 얘기고, <박쥐>는 야유 받은 적 없다’고 명확한 답변을 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이해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