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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홍수경 기자

<닌자 어쌔신> 커버 정지훈 b컷과 못다한 이야기

한동안 정신 없어 미뤄뒀던 블로깅. 연말을 맞이해 b컷 대방출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가장 최근에 인터뷰했던 <닌자 어쌔신> 정지훈군부터 업로딩입니다. 커버인터뷰는 <무비위크> 마감 당일이었던 11월 10일 오후 롯데호텔에서 이뤄졌어요. 여러 매체가 타이트하게 인터뷰하는 일정이라 촬영 시간이 얼마 없었습니다. 장소도 협소하여 고민이었는데 순발력 최강에 평소에 지훈군과 친한 안성진 실장님이 인상적인 컷들을 찍어주셨네요. 당일 기사 마감에 의상 체인지도 두 벌 밖에 못해서 지면에는 사진이 몇 컷 실리지 못햇습니다. 액션배우로서의 카리스마를 포착하고 싶었는데 지훈군이 알아서 과묵하게 포즈를 취했네요. 시간만 넉넉했다면 더 풍부한 이미지를 담을 수 있었을 텐데요.

전날 기자회견 및 라운드 테이블 인터뷰에 이어 이틀 동안 인터뷰 강행군인데 절대 힘든 내색을 안하더군요. 10년 동안 내공이 쌓여서 어느덧 절로 프로페셔널의 자세가 나오는 거겠지요. 지난 <스피드 레이서> 때 메일 인터뷰 감사하다고 했더니, 자신은 독수리 타법이라 타자 속도가 느려서 매니저가 말을 받아 썼다고 솔직하게 말하더군요.(이전 포스팅을 찾아보면 그 인터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인터뷰 분량상 삭제된 대화들입니다.

* 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 워쇼스키 형제가 촬영현장에 자주 왔나요?
항상 같이 있었어요.
- <스피드 레이서> 때 발견하지 못한 면을 보고 칭찬해준 적도 있어요?
<스피드 레이서> 때부터 워낙 저에게 긍정적이었어요. 사실 사람이 타인에게 전반적으로 긍정적이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정말 긍정적으로 봐줘서 너무 감사했어요. 어떻게 보면 한국사람들만큼이나 저를 아껴줬던 것 같아요. 요즘에도 가끔씩 통화해요. 래리가 얼마전에 결혼했거든요. 여자랑 결혼했어요. 소문에는 래리가 성별이 확실치 않다고 하는데 여자랑 결혼한 남자랍니다. 말투가 외모가 좀 여자같다고 하는데, 여자같다기보다는 이 친구가 유러피안 스타일에 가까워요.
- 래리가 그렇게 닌자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다죠?
10년 전부터 만들고 싶어했는데 드디어 만들었죠. 닌자 영화의 한 획을 그을 거 같아요.
- 닌자영화의 명맥이 끊겼다가 갑자기 부활해서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요. 코믹콘도 다녀왔죠?
코믹콘에 오신 분들이 되게 좋아해줘서 남자팬들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 수치와 수익에 관한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듯 해서 물어본 질문
- 경제적인 것에 되게 민감한 것 같아요. 사업가라서 그런가요?
저는 사실 회사를 이끄는 사업가는 아니에요. 경영하시는 분은 따로 있죠. 저는 언제나 연예인이고 싶고 가수와 배우 두 가지를 평생 잘 하고 싶어요. 사업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저는 투자를 할 뿐이죠. 잘 되고 있는 것에 감사해요. 가수나 배우로서도 잘 되고 있고요.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걸 겪어서인지 이제는 웬만한 사건 아니고서는 놀라지도 않죠. 제 심장은 철갑심장이에요. 하하.
- 그럼 자극을 높이기 위해 더 혹독한 길로 가겠군요?
가야죠. 제가 그걸 원하니까요. 늘 끝없는 노력이죠.


* 무빅 인터뷰 이전 영어 동영상 인터뷰한 걸 훔쳐보고 던진 질문
- 영어 공부로 꽤 많이 했나 봐요? 이젠 유창한 거 같네요.
전혀 유창하지 않고요. 제가 영어를 28년 동안 공부해본 적이 없어요. (중고등학교 때도?) 전혀 안 했죠. 하하.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습관이어서 계속 대화해야 해요. 어느 날 맥티그 감독이 그랬어요. 내가 외부인인 거 모두 아니까 모르면 모른다고 물어보라고. 문법에 안 맞아도 상관없다고. 인터뷰할 때도 심도깊은 질문이나 비즈니스 용어 같은 건 통역을 통해서 대답하겠다고 사전에 말해요. 한번은 방송국 인터뷰를 하는데, 아는 척을 하려고 했더니 단어가 생각이 안 나는 겁니다. 안 되는 영어로 열심히 했더니 인터뷰어가 성룡은 이거보다 더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영어 인터뷰를 너무나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 코믹콘에서도 영어로 질의응답했더라고요.
통역은 없었고 대답할 때 헤맸던 적은 있어요. 코믹콘 자체가 저에게 너무 낙관적이었어요. 꿈만 같았던 하나의 행사였죠. 이번에도 미국 가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즐기려고요. 여러가지 안 좋은 질문이 나올까봐 부담감이 있긴 하지만.

*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만든다면 했던 질문에 이어.
만약에 한다면 아주 저렴한 독립영화로 만들겠어요.  6밀리 카메라로 제가 주연하고요.
- 어린시절 모습을 소화할 수 있을까요? <닌자 어쌔신>에서도 다른 사람이 하던 걸요.
제가 또 머리 깎으면 어려보여요. 하하. <닌자 어쌔신>에서도 머리 깎고 내가 하겠다고 했는데 감독이 두 달 반에 영화를 완성해야 하는데 내 체격이 너무 좋다는 거예요. 어렸을 때 라이조는 근육이 발달되면 안 되는 거죠. 그 조직에서 나오면서 훨씬 강력한 캐릭터가 되야 하니까요. 이준은 때마침 저에게 오디션을 보러 왔어요. 엠블랙의 아이들을 모으기 위해 투어 다니면서도 계속 애들을 봐왔거든요. 나름의 그룹을 만들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이준이 제 어렸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 나더라고요. 춤도 못 추고 노래도 못하는, 깎이지 않은 다이아몬드 같았죠. 선생들 붙여서 계속 가르쳤더니 잘 하더라고요. <닌자 어쌔신> 출연은 제가 추천을 해서 한 건 아니고요, 제 아역을 캐스팅하기 위해 수많은 동양 사람들이 오디션을 봤어요. 준이란 친구도 오디션을 봐서 당당하게 붙은 거예요. 저랑 언뜻 보면 닮았어요. 쌍꺼풀이 좀 다를까.(웃음)

* 그리고 개인적으로 정말 물어보고 싶었던 것.
-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봤어요?
봤어요. 최고죠.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 저도 엄청나게 감동을 받았는데요. 단순히 팬으로 본 것과, 그를 우상으로 삼아 같은 길을 걷게 된 뮤지션이 보는 거랑 다를 것 같아서 감상을 물어보고 싶었어요.
그런 사람이 앞으로 또 나올까요? 천재이기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죠. 영화 보면 아기 같잖아요? 그런데 무대에서 모습이 저와 비슷해서 기뻤어요. '주먹으로 짓누르는 것 같아' 이러면서 리액션 하는데 저도 '거기서는 박자를 쿵딱쿵 이렇게 해주세요'같은 지적을 하죠. 아, 저 사람도 저렇구나, 나도 그런데.(웃음) 50이 넘어가는 상태에서 콘서트를 그렇게 멋있게 준비하고 있었다니! 아이디어하며, 그 디테일하며!
- 가수를 넘어서 퍼포먼스의 천재인 거 같더군요.
저는 마이클 잭슨에게 노벨상을 줘도 아깝지 않을 거 같아요. 그 분 때문에 춤이 변화했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 때문에 가수를 꿈꿨고 그 사람 때문에 춤을 췄어요. 제임스 브라운 시대에는 옆으로 가는 스텝 같은 거밖에 없었어요. 마이클 잭슨은 그냥, 현대의 모차르트 같은 사람이죠.
- 말년에는 놀림을 너무 많이 받아 안타까웠죠.
그런 위치에 가면 본인은 분명히 억울할 거예요. 저 또한 억울하게 당하긴 하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이런 기사는 왜 쓰는 걸까? 억울하다. 하지만 오케이. 내가 보여줄께, 그런 거죠. 마이클 잭슨은 아기 같아서 되게 상처가 심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분은 저에게 영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