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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홍수경 기자

<전우치> 강동원 B컷과 못다한 이야기(1)





무비위크 기자블로그에 약속한대로 참한 동원씨의 인터뷰 후기를 올립니다. 요즘 인터뷰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지만 어쨌든 120억이나 들어간 영화잖아요. 주인공으로서의 책임감이 필요하죠.
뭐, 그렇다고 자신은 변한 게 없다고 했지만. 오늘도 김윤석씨 인터뷰를 갔는데 위층에서 인터뷰 중이더군요. <아바타>에 엄청난 호평이 쏟아지고 있어서인지 배우들이 더 신경을 쓰는 것 같기도 해요. 아무튼 408호 무비위크에는 전우치 기사 대기 중입니다.
위에는 탈락된 커버 컷들이에요. 저는 두번째 컷도 나쁘지 않았는데 좀 어색했나봐요. 일단 커버의 배우들은 정면을 보고 있어야 한다는 잡지들 간 암묵의 규칙이 있어서요. 뭐, 커버로 나간 사진이 제일 전우치 표정같긴 했네요.
요근래 동원씨가 정말 많이 변했냐는 물음을 많이 받았어요. 고작 세 번 만나고 사람 속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냥 배우로서 기자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만 인지할 뿐이죠. 그런 변화에 대한 거라면, 네, 좀 더 여유로워졌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환경이 중요해요. 훗.

그럼 무삭제 인터뷰의 첫번째 챕터 나갑니다. (저는 인터뷰를 각잡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사실 우아하고 격조있게 해보려고 했는데 언제나 그렇듯 수다처럼 되더라고요. 사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도 쉽지 않은데 동원씨가 은근히 유머감각이 있어서 대화 나누는 게 재미있어요.) 인터뷰는 시사 전에 진행되었습니다.

- 시나리오를 구해서 읽고 왔어요.
시나리오와 좀 틀린데…. 많이는 아니고요. 시나리오보다 더 웃기죠.
- 본인이 웃기게 만든 건가요?
그렇죠. 하다 보니까 다들 웃겨지더라고요. 그래서 전우치가 더 멍청해졌죠.(웃음)
- <M>을 할 때 캐스팅 제의를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맞나요?
<M> 끝나고 나서일 걸요? 같은 연도인데, 하도 옛날이라.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냥 같이 하고 싶다고 들었죠. 처음에는 영화사 대표님 통해서 애기가 나왔고, 제가 한가해졌을 때 감독님 만나서 애기를 듣고요. 이런 애기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어 저도 하고 싶다' 그래서 그때부터…. 근데 감독님은 처음에는 이 이야기를 제가 좋아할까 의심하셨나보더라고요.
- 너무 유치할까봐?
그런 걱정이 있으셨나 봐요. 근데 저는 되게 재미있었거든요.
- <M> 인터뷰 때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결국 하게 됐죠. 그러고 나서 시나리오가 진짜 늦게 나왔어요. 엄청 기다렸어요. 작년 9월부터 찍어서 5월에 끝났으니까 8개월 반쯤 찍고요. 그전에 훈련을 3개월 정도 했는데 사실 기초체력 다지는 거였고요. 시나리오 쓰실 때는 촬영을 안 들어가니까 (제가) 할 일이 없었어요. 시나리오만 한 6개월 기다렸나?
- 쉽게 쓴 시나리오 같진 않던데요.
감독님 계속 시나리오 빨리 달라고 그러면 일주일만, 일주일만, 일주일만 하다가 갑자기 한 달만, 두 달만 하시더니 6개월이 됐어요. 저는 빨리 촬영을 하고 싶었어요.
- 프로듀서가 할 일을 배우가 했네요. 왜 그렇게 안달이 났어요?
연기자가 너무 오래 쉬면 너무 심심하잖아요!
- 그동안 공방 다녔다면서요.
그래서 그동안 산에 박혀있었죠. 
- <전우치> 이야기 자체에 끌렸겠지만 그래도 이야기, 장르, 감독 중 순위를 매긴다면요?
저는 일단 캐릭터를 보죠. 아, 감독과 캐릭터를 같이 본다는 게 맞겠어요. 진짜 훌륭한 감독님이시더라도 믿음이 가도 제가 연기할 때 재미가 없으면 안 되잖아요. 재미있게 촬영 못하면 힘드니까 그래서 같이 보게 돼요.
- 이제는 수많은 시나리오가 들어올 거라 예상이 되는데요. 골라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겠네요.
는 항상 명확한 기준이 있어서 시나리오 고르는데 오래 안 걸려요. 이야기를 들을 때 ‘이런 캐릭터면 내가 하고 싶다’ 하는 스타일이어서. 다음 작품도 그렇게 결정했죠.
- <그녀를 믿지 마세요>를 볼 때 놀랐어요. 의외로 코미디 연기를 잘 해서.
코미디 연기 하는 거 재미있어서 진짜 좋아해요.
- 그전부터 얼굴로 만화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나요?
네. 그…런…거…, 제가 그냥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
- 전우치의 표정 연기 설정도 미리 잡아봤나요?
표정을 딱 정해놓은 건 아니에요. 저는 캐릭터 잡아갈 때 계속 연습을 하다가도, 항상 촬영 들어가서야 뭐가 ‘탁’ 걸릴 때가 있어요. 이게 전우치 표정이구나, 이게 민우의 표정이구나, 하는 거죠. 전우치도 그런 게 걸렸는데 일찍 발견했어요. 항상 입꼬리를 내리고 있는 이런 표정으로.(:-() 이거다 하면서 밀어붙였죠.
- <그녀를 믿지 마세요> 때 캐릭터를 좀 더 어리바리하게 만들었다는 말을 했어요 (그랬죠.) 전우치도 그런 방법론을 쓴 건 같아요.
기본적으로 똑똑한 캐릭터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아요. 제 취향인지…, 약간 멍청한 게 귀여워 보인다고 느끼는 거 같아요. 캐릭터가 아무래도 관객들에게 다가가려면 타당성이 있어야 되고, 그러려면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때문에 되게 잘난 사람보다는 약간 빈틈 있는 캐릭터들이 좀 더 타당성을 주기가 쉽다고 느끼는 건지….
- 말이 좀 꼬이는데 아직 술 안 깬 듯? ^^
아, 어제 엄청 마셔서.(촬영 전날 <황해>로 출국하는 김윤석씨의 환송회 때문에 <전우치> 멤버들이 모여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고 했다)
- 예고편을 보니 시나리오보다 발랄한 이미지였어요. 원작은 읽어봤나요?
아뇨. 영화 하고 나서 읽었는데 보다 말았어요. 전우치 이름은 분명히 많이 들어봤는데 기억이 안 나서 책을 샀어요. 몇 장 보다가 ‘이건 아닌데’ 그랬죠. 제가 생각한 게 아니었어요.
- 캐릭터 관련해서는 감독님과 어떤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나요?
감독님은 되게 오픈 마인드여서 항상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오히려 물어보셨어요. 캐릭터에 대해 심오한 애기를 나눈 적은 없는 거 같은데…, 나눈 적이 있나? 모르겠네요. 촬영에 딱 들어가면 뭔가 확고한 의지나 아이디어가 있으신데, 촬영 전까지는 그런 애기를 잘 안하세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하고, 감독님이 이렇게 해달라고 하면 그것도 하고. 항상 두 가지 버전으로 찍을 때가 많았어요. (동원씨 표현이 더 웃긴 거였죠?) 아뇨. 나중에는 감독님이 ‘더 웃기게’ 그랬어요. 웃기니까 찍을 때는 되게 신났어요. 다들 웃으면서 찍었죠.
- <형사> 때와 시대도 그렇고 갓 쓰고 도포 입은 건 비슷한데, ‘같은 사람 다른 느낌’이에요.
전우치는 갓도 항상 찌그러져 있죠.
- 나란히 놓고 보면 배우로서는 흐뭇할 거 같네요.
그렇죠.
- 만화 <원피스>를 좋아한다고 하던데요.
집에 전권이 있어요. 심심할 때마다 읽어요. 지금 54권인가, 55권에서 멈춰 있어요.
- 저는 2~3년 동안 못 읽었어요. 고잉 메리호 버린 뒤 한두 권 쯤 뒤였던가?
꽤 오래 전인데요. 지금 해적 대 해군의 대형 전투가 벌어져서 난리가 났어요!(천진)
- 아무튼 루피의 표정에서 영감을 받은 거예요?
표정은 아니고요, 그런 유쾌함 있잖아요. 약간 정의로우면서도 유쾌한 거.
- 그러나 깊은 생각은 없는?
그렇죠. 되게 매력 있잖아요. 하하.
- 예고편으로 본 거지만, 현실에서 비현실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캐리비안의 해적>의 조니 뎁 같기도 해요.
감독님이 영화 촬영 초반에 그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말씀도 하셨던 거 같아요.
- 캐릭터를 잡을 때 가장 큰 맥락으로  생각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
반 박자 늦게 생각난 듯) 그런 거 감독님과 애기를 하긴 했네요. 캐릭터보다 장면이나 상황 애기를 많이 했죠. 이렇게 하면 재미있을 거다 하셔서 저는 다 좋다고 했어요. 그렇게 고생할 줄 모르고 ‘어, 그거 좋은데요’ 그랬죠.
- 시종일관 와이어를 달고 살았죠?
영화에서 아마 반은 공중에 떠 있을 거예요. 생각해보면 으, 징글징글해요.
- 열여섯 개 줄에 매달린 적도 있다면서요?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요. 보통 한두 줄을 다는 식인데 저는 어려운 게 많아서 많이 달았어요. ‘여기서 뛰어서 이 벽 타고 저기 담장 위에서 요괴 때려서 저 벽으로 타고 착지’하는 장면 같은 거요.
- 끊어 찍지 않고 카메라를 여러 대 돌려서 한 번에 갔다죠?
끊어 찍으면 편한데, 그러면 특별한 게 없어지잖아요. 그래서 다들 고생 많이 했죠. 줄 당기는 분들도요. 매달려 있는 것도 힘들고. 이게 달아 놓으면 온 몸이 아파요. 그리고 공포감도 컸죠. 박물관 4층 세트였는데 층간 높이가 되게 높아요. 거기에 제 키까지 하면 10미터가 넘는데 아파트 6층 높이 정도 되겠더라고요. 밑이 까마득해서 진짜 무서워요. 근데 할 수밖에 없죠. ‘액션’하면 지체를 못했어요. ‘하나’ 하면 제가 뛰고 ‘둘’ 하면 요괴가 뛰는데 제가 지체를 해서 다른 분이 뛰면 NG가 나잖아요.
- 습격을 당해서 날아가는 것도 많잖아요.
그래서 매일 와이어가 없었던 적이 거의 없어요.
- 그걸 하고 나서 연기를 한다는 게 적응이 잘 되던가요. 나는 게?
그렇죠. 무서운 건 많았는데 무서워서 움츠리고 있으면 화면에 나오니까요. 그런 생각도 했어요. 내가 여기서 떨어져서 죽더라도 몸을 움츠리고 있으나 펴고 있으나 그냥 떨어지는 것 똑같고 죽는 것도 똑같을 거라고. 체념한 거죠. 그래서 그냥 편안하게 했어요.
- 액션스쿨에 비슷한 사이즈를 가진 분이 없어서 대역도 불가능했다면서요.
그런 것도 있었어요. 테스트도 그냥 다른 사람 안 시키고 ‘그냥 너 타’ 그러고.
- 대역 없이 하는 것에 동의했어요?
제가 원래 제 모습 나올 때 다른 사람이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그리고 분위기가 안 그럴 수가 없었어요.
- 그래도 분신술 찍을 때는 비슷한 사람들이 여러 명 투입됐죠?
여러 명 나오는 풀샷 일 때만 그렇게 했고요, 카메라가 타이트하게 붙는 장면에서는 제가 열한 번을 쳤어요. 11일 찍었나, 열한 번 때리니까 힘들어서 죽겠더라고요. 카메라 여러 대 에 11명 자리 빙 둘러서 표시해 놓고는, ‘오케이’ 나면 저쪽 가서 또 때리고, ‘오케이’ 또 때리고 그랬죠. 진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갑자기 11인분의 연기를 해야 되니까 머리도 아프고 육체도 너무 힘들고. 풀샷 빼고는 제가 다 했죠.
- 처음에는 도술을 사용하니까 연기가 힘들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을 것 같네요.
처음에는 막연히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는 전우치’ 그러면 ‘오, 그런가보다’ 했어요. 어떻게 날아야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았죠. 촬영 들어가서 와이어 타니까 그 글들이 무서워지기 시작하는 거죠.(웃음) 진짜 이렇게 힘들게 찍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자동차 역주행 한다고 해도 ‘차가 거꾸로 달리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뿐. 액션팀과 그런 이야기를 나눴죠. 하루에 목숨을 몇 번이나 걸어야 되냐고.
- 수퍼히어로의 길은 힘들죠.
정말 힘들더라고요. 생각도 못 했어요. ‘아싸, 이거 재미있겠다’라고만 생각했지. 수퍼히어로는 힘들어요.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