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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이해림 기자

<식코> 프리뷰

인류애적 독설의 페이소스

마이클 무어가 미국 의료보험체계에 독설을 퍼붓는다. 하지만 논조가 인류애적이고 솔직하다. 무릇 그런 독설에는 힘있는 페이소스가 있는 법이다.

 

식코 SiCKO

사용자 삽입 이미지
 

SYNOPSIS

마이클 무어가 미국 민간 의료 보험 조직의 부조리와 폐단을 폭로한다. 수익 논리에 사로잡혀 이윤을 극대화하기에 급급한 미국 의료 보험사, 그들로 인해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소시민들의 케이스로부터 출발해 영국, 프랑스, 쿠바 등 [부러운] 나라들의 의료 정책이 국민들의 생활과 인식에 실생활적으로 어떤 혜택을 주는지까지 파고든다.

 

STAFF 각본•감독 마이클 무어

DETAIL 러닝타임 123분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홈페이지 blog.naver.com/sicko2008

 

영화의 시작부터 부시의 연설이 인용된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의사들이 실직하고 있어요. 의술을 펼칠 기회도 없습니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것이 미국의 소시민들이다. 보험 혜택을 받지 못 해서, 보험사로부터 가입을 거절 당해서 세상을 떠났거나 아픈 채로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마이클 무어는 못 박는다. {그들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란다. 베트남전 직후 미국이 가장 평화로웠던 시기의 행복한 자료화면이 이어지며 마이클 무어의 독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눈 여겨 봐야 할 변화는 마이클 무어의 독설이 이제 더 이상 [부시까] [안티]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시스템의 변방에서 고통 받는 사회적 소수에 대한 인류애적 접근을 함에 있어 위정자들만 바라보며 악으로 깎아내리는 대신에 그들이 만든 시스템 그 자체의 구조적 결함을 조근조근한 톤으로 지적한다. 동시에 <스타워즈>의 유니크한 오프닝 시퀀스를 패러디해 길고 긴 의료 보험 가입 거절 질병 목록을 보여주는 등의 풍자적 위트는 버리지 않았다.

악보다는 진심으로 다가서는 마이클 무어는 분명 이전보다 공평해졌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너무 잘 구성돼서 문제다. 현실 그대로가 아니다. 물론 그는 온전한 현실만을 보여주지만 편집된 결과물까지도 현실 그대로를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다. 현실에 있는 팩트들 중 의도에 맞게 극대화된 단면만 취사선택해 [잘 엮은] 것이 다큐멘터리적 공평함의 잣대는 아니다. 이면에 있을 흑색은 가리고, 자신의 주장에 뒷받침되는 백색만 남겨 만든 불공평한 큐브다. <식코>는 상업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라 그렇다. 픽션에 가깝도록 [너무] 영민하게 잘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100퍼센트 공평하지 않은 대신에 힘있는 페이소스와 감동, 풍자와 위트, 웃음을 얻었다.

마이클 무어는 주장한다. {1. 모든 미국 거주자([국민]이 아니다!)는 누구라도 평생 무료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2. 모든 (민간) 의료 보험사는 없어져야 한다. 3. 제약회사는 공공 기관처럼 강력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이 주장이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도 미심쩍게 들리는 것은 슬픈 일이다. 대영제국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면 분명 당연한 얘기를 하면서 왜 소리를 높이는 거냐고 비웃을텐데!

이해림 기자

*무비위크 321호 게재분 (편집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