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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이해림 기자

지면 관계상 다 싣지 못한 <경축! 우리 사랑> 인터뷰 전문

지면이 모자라 꾸역꾸역 넣고도 넘쳐 버린 게 많아 안타까웠던 기사..
게재된 것보다 조금 더 생생한 전문이라는 겁니다 ㅋ


ALCOHOL TALK

<경축! 우리 사랑> 오점균 감독 & 이형승 대표 & 배우 김영민
Cheers! 우리네 사랑을 위해
<경축! 우리 사랑>을 재미있게 본 <무비위크>는 영화의 원안을 내고 연출한 오점균 감독, 제작자인 동시에 현장에서는 PD 역할까지 겸업한 아이비픽쳐스의 이형승 대표, 스물한 살 터울 아줌마와 열애에 빠지는 총각 역을 천연덕스럽게 해낸 배우 김영민을 만났다. 술 한 잔 곁들여 얘기를 하다 보니 <경축! 우리 사랑> 상영관이 그러했듯 인터뷰 자리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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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Y?
삶을 관통하는 유머가 있는 영화 <경축! 우리 사랑>

<경축! 우리 사랑>은 나이 쉰에 사위가 될 뻔 했던 서른 살 총각과 얼싸안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아줌마를 둘러싼 포복절도 코미디다. 불륜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룸에 있어 이렇게 유쾌하고 발랄, 유머러스한 영화는 흔치 않았다. 아나키적으로 부담스러운 인생의 한 조각을 관객의 깊은 곳으로부터 끌어내고, 순발력 있게 유머로 포장한 후 다시 관객의 깊은 곳으로 돌려보낸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심각한 드라마가 흘러도 무심한 듯한 대사나 행동 하나하나가 웃음을 자아낸다.
그렇게 즐거운 영화, <경축! 우리 사랑>의 오점균 감독, 이형승 대표, 김영민과 가볍게 술 한 잔 하며 얘기하자며 시작했던 게 어느새 새벽 두 시를 지나 다섯 시로 이어진 자리였으니 오죽 즐거운 영화 얘기가 많이 오고 갔으랴만, 지면 관계상 인터뷰이들과 인터뷰어들이 만취 상태로 빠지기 직전까지만 소개한다. 참고로 모든 문답에 [(웃음)], [ㅋㅋㅋ] 혹은 [으하하하] 등의 지문이 너무 반복되어 차라리 생략했다.

PM 8:58 STAGE 1
디테일이 살아 움직이는 에피소드
{맥주 마셨는데 왜 술이 오르지?}

아니, 근데 김영민 씨 대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김영민(이하 영민) 몇으로 보이시는데요?
저는 스물 셋 정도로 봤고, 남은경 기자는 30 전후로 봤대요.
영민 음… 나이 알려지면 손해 보는데… 서른여덟이예요. 71년생.
에그머니나! 정말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대표님, 이 놀라운 동안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형승 대표(이하 형승) 저랑 영민 씨랑 나이 한 살 밖에 차이 안 나요. 저야 뭐 그냥 성형외과 의사를 만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죠. 캐스팅할 때 마음에 들어서 일단 {같이 하자} 하고 나서 프로필을 받아 보니 71년생인 거죠.
영화 찍으면서 어떠셨어요?
오점균(이하 점균) 갈등도 좀 있었지만, 지나고 보면 하나 하나가 다 재미있었죠. 그런데 저예산영화이다 보니 러닝타임이 100분인데 촬영 횟수가 23회밖에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싸울 일이 있어도 싸울 시간이 없으니 그냥 지나가고 그러는 거죠.
형승 저는 좀 아쉬운 게 있었어요. 현장 로케이션 장소 중에 마지막까지 축제 신이 아쉽더라고요. 거기가 대학로 근처 산자락 동네였는데, 워낙 방송국 같은 곳에서 많이 촬영하러 오는 곳이라 주민들이 경험이 많아요. 우리가 무슨 짓을 할 건지 생긴 것만 봐도 아나 봐. 굉장히 제제가 심해서 감독님께서 하고 싶으셨던 걸 많이 못 건졌어요.
점균 제작부에서 고생을 엄청 많이 했죠. 저는 그 동네를 보자마자 [여기가 아니면 안 된다] 했어요. 고집 정도가 아니라 거의 드러눕다시피 했어요. 동네 섭외가 안 되니까 이 사람들은 여러 가지 술수를 부리더라고. 전주도 데려가 보고, 다른 사람 보내서 괜히 전주가 촬영 여건이 좋다는 얘기 시키고. 촬영감독까지 나서서 전주랑 이 동네랑 똑같으니까 전주 가자, 하는데 나는 아무래도 그렇게는 안 되겠더라고요. 왜냐면 가옥 구조가 틀리거든요. 중북방식은 집이 ㄷ자형인데 전주는 다 일자형이에요. 지붕모양도 각진 게 아니라 반듯하니 표시가 팍 나요. 좁은 땅에서 팍팍하지만 오밀조밀하게 사는 서울 사람들의 공기가 표현돼야 하는데, 전주는 한가하고 전원적인 느낌이더라고요.
형승 저도 설득을 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됐다 싶어요. 그때는 뭐 시기도 그렇고, 예산도 그렇고, 장마도 다가오는 통에 감독님께서 빨리 결정을 해주셨으면 해서 재촉했던 거예요. 그림이 나온 걸 보니까 소시민적이고 억척스러운 봉순 씨의 동네로는 역시 감독님 고집이 맞는 결과더라고요. 전주에 갔으면 지대가 낮아서 다른 그림이 나왔을 거예요.
그래도 PD 입장에서는 속 많이 상하셨겠어요.
형승 작품에 대한 욕심은 저도 마찬가지니까 괜찮아요.
배우 입장에서는 촬영하면서 힘든 거 없었나요?
영민 재밌었어요. 김해숙 선생님도 워낙 잘 해주시고.
에이, 감독님 때문에 힘들었죠?
점균 그렇지, 그랬지? 솔직히 얘기해.
오점균 감독님은 디테일 신경 많이 쓰시고 섬세하시고, 까다로우신데 고통스럽지 않았나요?
영민 에이, 고통스러울 것까지야.
점균 그냥 좀 [짜아증] 났던 거지?
영민 아니에요~. 그런데 한 테이크가 길다는 느낌은 있었어요. 여러 번 갔다는 게 아니라 한 테이크를 갈 때마다 길게 지켜보시면서 자연스러운 게 충분히 나올 때까지 기다리시는 건 있더라고요.
감독님 작품은 워낙에 생활연기가 아니고서야 안 될 것 같아요.
점균 내 영화에서 배우들이 어떻게 꼭 해야 한다는 건 아니고요. 제 생각 속 그림이나, 어떤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과 배우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야 하니까 그런 얘길 할 수 있는 걸 거예요. 특히나 <경축! 우리 사랑> 같은 경우는 애초에 상식에 어긋나는 얘기라 관객들에게 그 부분을 설득해야 해요. 그게 진짜인 것처럼 보이는 사실성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지. 만듦새도 꼼꼼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어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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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9:23 STAGE 2
믿어서 이루어진 이야기

{여기 소주 안 팔아요? 나가서 사와도 돼요?}

<경축! 우리 사랑>은 {말도 안 돼! 어떻게 저래~} 싶은 얘기예요. 시나리오의 원안은 누가 잡으셨나요?
점균 전체적인 기본 컨셉트는 제가 잡았어요. 시나리오는 박윤 작가가 썼죠. 퉁퉁하고, 전혀 사랑할 것 같지 않은 아줌마가 사랑을 하게 되고, 잊고 살던 [사랑의 영역]에 들어가는 얘기를 썼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당시에 불륜 이야기가 많았으니까 우리 영화는 똑같은 불륜 이야기가 아닌, 밝고 경쾌하고 즐겁고 예쁜 얘기였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제작자 입장에서는 결단 내리기 힘든 시나리오 아니었을까요?
형승 오점균 감독님은 제가 스무 살 때 만난 오래된 선배님이에요. 제가 군대 가기 전, 감독님께서 홍대 미대 대학원 재학 중일 때 독립영화협의회에서 인연을 맺었죠. 그때 제가 좋아하던 가수 송창식 씨를 닮아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선배였어요.
점균 뭐? 송창식을 좋아했어?
형승 그러고 그 후에 영화계에 발을 담그게 됐는데 부산국제영화제 한 리셉션장에서 감독님을 만나 뵙고 {영화사를 할 예정이니까 좋은 거 준비하고 계시면 같이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했어요. 그래서 오 감독님께서 가져온 시나리오가 <경축! 우리 사랑>이었어요. 제 취향과는 무관하지만 재미있는 스토리에 끌리더라고요. 독특한 영화로 자리를 잡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오점균 감독님이 <생산적 활동> 등에서 보여주셨던 특유의 유머를 믿었으니 더욱 쉽게 결정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시작을 했는데 한 번 엎어졌어요. 2005년 영화진흥위원회 HD 지원 선정이 됐는데 곧 1순위로 밀리더라고요. 이유인즉슨 미풍양속을 해친다나?
어찌나!
형승 그런데 2006년에 코미디 부분을 보강하고 다시 작품을 냈는데 1년 사이에 시대가 변하더라고요.
플롯만 봤을 때는 매력적이더라도 윤리적으로 다소 황당무계했는데, 영화로 완성된 걸 보니 그 이상의 매력이 보였어요.
점균 운이 좋았던 거죠. 김해숙 선생님, 기주봉 선생님, 그리고 다 좋은 배우들. 스태프들도 다 경험도 많고 훨씬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인데 시나리오 보시고 흔쾌히 해주시겠다 해서 고마웠어요. 여러 가지로 고마운 영화예요. 촬영하면서 날씨까지 도왔어요. 봄에 찍었는데 어떻게 비가 한 번도 안 와?
형승 축복이었죠. 쉬는 날만 비 오고, 우리 촬영 날은 비가 어떻게 하루도 안 왔어요.
김영민 씨는 대학로에서 확실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배우로서 결단 내리기 힘들지 않으셨나요?
영민 아뇨? 전혀. 오히려 영화가 처음에 덜컥 하고, 다시 제작된다고 들었을 때 애착이 강하게 생겼어요. 더 잘 만들자, 더 잘 하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프로 배우가 아니었다면 했을까요? [아줌마랑 사귀는 역이래~ 싫다~] 하는 거부감이 없었을까요?
영민 안 그랬을 것 같아요. 할 수 있지 않을까? <경축! 우리 사랑>의 파격은 감각적인 파격이 아니라 마음이 흔들리는 파격이잖아요.
엄마가 제 남친과 그러고 있다고 생각하면 감각적인 파격이던데요….
형승 아 그러고 보니, 혹시 댓글 보신 거 있어요?
점균 오, 그래, 재밌는 거 하나 있더라?
형승 네, 그거. 영화평에 {요즘 여자친구 엄마가 이성으로 느껴져}라고 달려 있더라고요.
점균 그러면서 별 세 개 줬더라?
형승 그 기분이 싫은 거지. 자기도 그런 자기가 싫은 거야!

PM 10:34 STAGE 3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사람의 자연

{그럼 또 내가 한 잔 말아드려야죠!}


구상과 봉순 아줌마의 로맨스는 처음에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가 중반부에 감정 흐름이 딱 바뀌면서 급물살을 타죠. 봉순 씨가 {난 그냥 니가 좋아…}라는 대사가 분수령이었어요.
영민 사랑이라는 게 원래 단계를 밟는 게 아닐 거예요. 어느 순간 딱 사랑하게 되는 거죠. <경축! 우리 사랑>은 나이 차이가 아닌 두 사람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전체의 상황에 몸을 맡기고, 가장 중요한 자연스러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 그런 면에서 대사가 정말 현실적이에요.
그 전까지 주저하던 구상의 마음이 빨리도 무장해제 되더라고요.
점균 그 전에 나름대로 봉순 씨뿐 아니라 구상의 마음도 단계가 오르고 있었어요. 김해숙 선생님도 걱정하셨던 부분인데, 이 로맨스는 단계를 생략하면 추하게 보일 수 있어요. 조금이라도 그렇게 보인다면 우리의 의도가 어긋나잖아요. 그래서 아줌마가 힘들게 소처럼 살고, 딸이 구상을 버리고 가니까 미안해서 반찬도 얹어 주고, 휴지도 건네주는 등 자연스러운 단계를 중요하게 보여줬어요. 그때 배우의 표정도 정말 중요했어요. 놀라움, 안타까움, 연민이 교차하는 표정.
그 장면에서의 봉순 씨는 마치 구상의 엄마 같았어요.
점균 그 감정을 세게 표현하면 안됐으니까요. 아줌마가 먼저 좋아하지 않았어요. 구상이 먼저 스킨십을 하잖아요.
아니, 그건 술김에 실수한 거잖아요.
형승 지금 이거 반란이에요? 맞죠?
영민 그…그렇죠.
점균 봉순 씨는 구상에게 미안한 게 쌓이니 어느 순간 경계도 알 수 없게 확 다른 영역에 가는 거죠. 그래서 둘이….
그러게요, 그놈의 술이 대체 뭔지 말이에요. 그런데 <단풍잎>과 <생산적 활동>을 찾아 봤는데 둘을 섞으니까 <경축! 우리 사랑>이 되더라고요. 의도하신 건가요?
어? 그러네? 진짜 그렇다. 나이도 그렇고 스토리나 이런 것도 그렇고.
<단풍잎>에서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하는 대사 중에 {사람이 늙을수록 자연의 섭리를 따라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까짓 남의 눈이야 무시해버립시다}라는 대사가 있었잖아요. <생산적 활동>도 마찬가지로 섭리대로 하는 게 좋다는 얘기이고요. <경축! 우리 사랑>의 주제와 맞닿아 있어요.
형승 아하, <단풍잎>의 자연친화적인 메시지, 그리고 유머도 비슷해요. 함부로 웃어버릴 수 없는데 결국은 웃을 수밖에 없는 장면들, 웃으면서 생각을 하게 되는 장면들이 비슷해요. <생산적 활동>도 그렇고요. 말도 안 되는 일 같지만 어디선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경축! 우리 사랑>은 불가능한 일 같지만, 누군가의 마음속이나 세상 어디에선가는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감독님 단편들 보고 어떠셨어요?
영민 잘 모르지만 숨겨져 있는 것을 끌어내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에게 분명히 있는데 표현하지 못 하고 감춰져 있는 감정.
그걸 꺼내 보이시니까 웃으면서도 생각을 하게 되는 거겠죠. 똑같이 일상적이지만 홍상수 감독의 일상성과는 또 다른 일상성이에요.
점균 음… 일견의 자연스러움이나 일상적, 생활적인 부분이 공통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보는 시선이나 가치관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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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1:43 STAGE 4
불황을 기회로 양분 삼은 대안적 대중영화

{이딴아요~ 어디 가서 딱 한 좐만 더 하죠~!}

제가 제일 좋았던 장면은 다리를 건너서 둥글게 돌아서 내려가는 길이었어요.
점균 나도 그 길이 탐나서 꼭 그 동네에서 해야겠다고 한 것도 있었어요. 축대의 벽이 굉장히 높아서 성 같아요. 성 위에 집들이 다닥다닥 있는 것 같았죠. 그 길도 예쁘고요.
거길 부감으로 보니까 참 좋더라고요.
점균 배경으로 고층건물들 보이고, 카메라 돌리면 사람들이 사는 풍경이 나오고… 저도 좋았어요.
어떤 장면들이 제일 좋으셨어요?
형승 구상이 아줌마 눈물을 닦아주는 장면이요. 그 장면이 모든 걸 다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 다음 샷이 바로 기주봉 선생님과 혜나 씨가 어처구니없이 텅 빈 표정을 하고 보고 있는 거잖아요. 이상한 감정이 포착이 되니까 그 장면은 또 제일 재미있어요.
감독님은요?
점균 나는 거기 나오는 곤충들. 특히 똥파리, 너무 좋아. 너무 예뻐, 너무 귀여워. 너무 살아있는 느낌.
형승 그 인서트 컷에서 저와 감독님 관점이 너무 달랐어요. 주변에 의견도 많이 묻고, 비호감인 건 가능하면 빼자며 감독님과 회의를 여러 번 심각하게 했어요. 하지만 저예산이니까 좀 더 작가의 폭을 넓게 해보자, 그 안에서 충분히 작가의 의도가 보여야 관객들이 느끼고 비전도 갖게 될 것이다, 이 정도 예산의 영화니까 충분히 해봄직한 시도다, 했죠.
감독님의 고집이 이겼군요.
형승 원래 고양이 등등, 되게 많았는데 그나마 합의 하에 몇 마리 뺀 거예요. 동물, 곤충, 채소, 흙, 비, 하늘을 좋아하세요. 원형이 그러신 것 같아요. <비가 내린다>라는 작품도 그랬고.
자연은 좋은 거지만 똥파리가 예쁜 건 충격이군요.
점균 그 색깔은 우리가 만들 수 없는 색이에요. 푸르스름하면서 윤기가 나고, 녹색 빛이 나는데, 얘들은 또 움직이는 게 지그재그로 활발하게 움직여요
정신머리가 없죠.
점균 여러 마리가 움직이는 장면이 너무 생기가 넘치는 것 같아요. 살아있다는 게 좋아. 미추에 대한 관념도 성이나 애정에 대한 고정관념과도 통하는 게 있어요. 봉순 씨가 똥파리라는 게 아니라, 아줌마의 사랑이 자연의 생동감에 맞닿아 있다는 얘길 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똥파리 좋았다는 사람도 있던데요? 그래서 되게 기분 좋았다고.
형승 감독님,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영민 저는 그 인서트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던데요. 의미를 찾게 되더라고요.
그럼 김영민 씨도 그 장면이 가장 좋으셨나봐요?
영민 저는 배우니까, 상대 배우와 호흡이 가장 잘 맞았던 신이 좋았어요. 아까 말씀하신 눈물 닦아 주는 신. 쉽게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아니라던데, 선생님과 영향을 계속 주고받고 감정이 왔다갔다 하는 걸 느낀 게 좋았어요.
자극적이었겠어요.
영민 때로는 그런 때에 섹스보다 더 큰 쾌락이 있어요. 쉽지 않은 건데 이번에 느꼈어요. 굉장히 유명한 모 배우도 평생 영화를 찍으면서 단 몇 번밖에 느끼지 못 했다던데 말이에요. 김해숙 선생님 덕분이죠. 연기에 대한 성스러운 마음을 품고 계신 분 같아요.
형승 저는 주연, 조연, 단역 모두 200퍼센트 만족이에요. 동네 분들로 나오시는 분들도 모두 대학로 최고의 연극 베테랑들이시고, 기주봉 선생님, 김해숙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너무 완벽했어요. 기주봉 선생님은 조폭, 국방부장관, 강력계 형사 과장 하던 분이잖아요. 그 마초 이미지가 한 방에 무너지죠. 와이프를 되찾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얼마나 눈물겨워요. 저예산영화는 캐스팅이 힘들어서 호흡이 끊기는 경우들이 있는데 <경축! 우리 사랑>은 그런 게 없어요.
제작비가 얼마였는데 계속 저예산이라고 하세요?
형승 7억이요. 원래 영진위 HD 지원비가 총예산 10억으로 제한이 돼있어서 맞췄어요. 거기서 5억 원을 지원해주니까 일단 시작을 했는데 나머지 2억과 마케팅 비용 3억 원을 끌어와야 하더라고요. 어떻게 KTB 네트워크 다양성 펀드에서 지원해 주셔서 날개를 달았어요.
오히려 영화계 불황은 안 겪는 건가요?
형승 기회였어요. 재작년 같았으면 눈에도 안 띌 작은 영화였죠. 그런데 이제는 큰 작품들이 없으니까 <경축! 우리 사랑> 같은 양질의 콘텐츠가 눈에 띌 기회를 갖는 거죠. <경축! 우리 사랑>은 잘 돼야 돼요. 그래야 이런 영화들이 계속 나오죠.
시사하고 반응이 굉장히 좋죠?
형승 기자 시사는 물론, 일반 시사 때도 호평을 받았고요. VIP 시사 때 <박쥐>팀이 다 오셨었어요. 박찬욱 감독님, 송강호 선배, 신하균 씨 등. 그분들이 {깔깔깔} 박장대소를 하며 보시더라고요. 송강호 선배는 심지어 {이 영화 송강호가 재미있다고 했다고 홍보하라} 하셨어요.
<박쥐>도 웃었군요.
형승 네, 반응이 전체적으로 코미디죠. 설문 결과를 봐도 90퍼센트 이상이 그래요.
점균 웃기긴 웃기죠?
밥정, 몸정의 공포를 이해해야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
형승 그게 또 예상 밖이더라고요. 저희도 원래 스폰지 쪽이랑 마케팅 회의 하면서 메인 타깃을 40대로 잡으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40대의 관점에서는 단순히 아저씨가 불쌍한, 가정이 파탄 나는 [반란] 영화더라고요. 오히려 20대 중반 이후의 관객들에게서 좋은 반응이 나왔고, 20대 초반의 지지도도 높아요.
점균 요즘 젊은 분들은 이런 상상력 코드에 더 익숙해서인지 잘 받아들여요. 나이 드신 분들 중 자유로운 바람을 가진 분들은 재미있게 보시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할 거예요. 쉽지 않게 살아가는, 무엇이든 다 유지해야만 살 수 있는 분들이니까요.


*이후로는 가정, 창조한국당과 문국현, 냉 사케, 친구, 빨간 스타킹, 동안 되는 법 등에 대한 두서없는 이야기가 오갔던 관계로 후략합니다.

진행 이해림 남은경 기자 | 글 이해림 기자 | 사진 김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