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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이유진 기자

연극_줄리에게박수를_이 세상 모든 청춘을 위한 찬가

마당 세상을 만나다
연극 <줄리에게 박수를>
이 세상 모든 청춘을 위한 인생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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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도 청춘(靑春)이란 단어가 가진 아련함은 여전하다. 청춘을 보내고 있는, 혹은 거쳐 온 모두를 위한 인생찬가. 힘겨운 인생에 고달프거나 꽃다운 청춘을 탄식하기에 봄은 여전히 찬란하게 빛난다.”

항상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늘 힘들고 서글픈 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춘’이란 단어로 포장되어 있는 젊음의 시기는 언제 꺼내 보아도 아련한 그리움과 풋풋한 설렘이 있다. 청춘이기에, 청춘에게는 열정이 있기에, 그 열정으로 희망을 잃지 않았던 우리 모두의 청춘을 위한 인생찬가. 연극 <줄리에게 박수를>은 잊고 있던 우리의 청춘을 기억하게 하는 아주 유쾌하고 즐거운 셰익스피어의 변주곡이다.
목련이 피는 계절, 연극 연습에 한창인 햄릿과 오필리어를 맡은 두 배우. 햄릿은 극중 상황을 빌어 오필리어에게 가슴에 품은 사랑을 고백해보지만 오필리어는 그의 사랑을 애써 외면한다. 오필리어에겐 떠나간 사랑 로미오가 있기 때문이다. 한 때는 모두 같은 극단에 속해있던 세 사람이었지만 로미오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오필리어는 떠나간 로미오를 그리워하며 줄리엣으로 남아있다. 햄릿은 그런 그녀가 빨리 오필리어로 돌아오길 기다리며 외로운 사랑을 이어나간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과 <햄릿>이 섞여 들어가는 이 무대는 오직 연극만을 위해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일상을 펼쳐놓는다. 우유 배달을 하고 남은 우유로 사랑을 표현할 수밖에 없는 석동(햄릿)과 죽은 연인을 그리워하며 매일이 힘들고 가슴 아픈 선정(오필리어), 그리고 연극을 향한 열정과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 한 민호(로미오)와 주인공 한 번 못해 본 만년 조연 복순까지. 관객을 양 쪽에 펼쳐놓은 무대 위에서 또 다른 무대를 만들어가는 이 청춘들의 일상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성공의 고달픔을 대변한다. 어중간한 청춘들의 일상을 보고하는 무대를 보고 있으면 그 일상이 너무 생생하게 재현되어 막연하게 흘러간 청춘 시절이 그리워질 정도다. 스스로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자신이 서 있을 곳이 어딘지 명확하지 않은 불안함 속에서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던 시절이 바로 청춘임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는 까닭이다. 현실에 수긍하고 지금의 자리를 지키기에 여념 없는 각박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줄리에게 박수를>의 무대를 꾸려가는 네 명의 청춘들이 기특하고 예뻐 보이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그 뜨겁고 열정적인 청춘의 시절이 그립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이제 다시 돌아갈 순 없는 일이지 않던가.

이 연극은 청춘의 볼거리를 하는 석동과 선정의 사랑싸움 이야기다. 민호를 잊지 못하는 선정과 그런 그녀가 민호를 잊으면 자신을 사랑하게 될 거라 믿는 석동. 하지만 선정이 민호를 떠나보내면 석동을 사랑하게 될까? 그렇다면 석동은 정말 선정이 민호를 잊고 자신을 사랑하길 바라는 걸까? 아마 석동은 그가 사랑하는 서정이 과거는 과거에 맡기고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은 채 현재를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건 아닐까.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낸 다면 그 현재를 그녀를 사랑하는 석동과 함께 걸어주었음 하는 소박한 바람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못 이룬 사랑은 그 아련함과 애틋함 그대로 기억에 담아두고, 이제 현재의 <햄릿>으로 돌아와 다시는 비극적인 사랑을 기억하지 않도록 새로운 희망과 사랑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저는 오늘부터 세상의 모든 어중간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낼 겁니다. 이름 없는 꽃은 정말 이름 없는 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직 그 이름을 찾아 내지 못했을 뿐, 그 꽃들도 분명 향기를 뿜고 벌 나비를 유혹했을 테니까요. 아직 제 이름을 찾지 못한 모든 꽃들의 향기가 오늘 하루 종일 코끝을 찔러댔습니다.” 청춘을 향한 아름다운 응원으로 힘껏 박수치게 되는 무대, 이름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춘을 향한 석동의 마지막 대사는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목련의 묵직한 향이 떨어지고 벚꽃도 흩날려버린 봄의 막바지, 그 마지막이 조금도 아쉽지 않은 까닭은 우리들의 찬란한 봄은 곧 다시 찾아올 거란 희망 때문이다. 우리는 그 희망으로 청춘을 추억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