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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이해림 기자

나홍진 감독이 하지 말라고 했던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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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홍진 감독님과 잠깐 통화를 했습니다. 500만 돌파, 백상과 칸 소식에 두루두루 축하 인사를 하다 보니 "그런데 백상은 옷을 뭘 입고 가야 돼요? 아놔~ 어제 마신 술도 막 안 깨는데 어떡해~"(측근에 의하면 정우성이랑 술 드셨다는 소문이...ㅠ.ㅠ 부러워요) 하시기에 어른들이 주시는 상인데 턱시도나 정장 차려입으시는 게 어떨까 했더니 결국 "세탁소에 양복 맡기긴 했는데 그거 너무 구려~ 정우한테 '마의'나 하나 빌려 입어야겠다"하시더군요. 그렇게 얘기해놓고 결국 백상에 입고 오신 건 매일 쓰는 디젤 캡모자에 흰 셔츠, 청바지-_-;;;;;;
아무튼 백상 예술 대상에서 <추격자>가 신인감독상과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감독상, 작품상이나 각본상, 특히 남우주연상들을 '양보'해야했지만, 어쨌건 신인 감독의 영화라고 치면 대단한 추임새임은 틀림이 없죠. 게다가 <추격자>는 5월 중순에 칸도 갑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으로 초청 받아서 가는 것이지요. (한국에서 가는 장편영화는 <놈놈놈> <도쿄!> 말고는 <추격자>뿐인 걸로 압니다.)
일개 신인 감독이었던 나홍진 감독이 무비위크와의 인터뷰 때 했던, 한예종에 들어가 영화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이전의 이야기들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갈 길을 찾기까지 폐인처럼 부유하며 자신을 소모하고 시간만 지냈던 날들의 아픔-_-;;이 전해졌던 얘깁니다. 이렇게 자신을 인정 받고 계신 때에 그때 하셨던 말씀을 떠올리니 살짝 먹먹해지기도 하네요. 제가 다 뿌듯한 지경입니다. 절대 쓰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 이렇게 당당하신 나홍진 감독께 누가 될 얘기는 아니라 생각하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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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견^^;;하십니다 감독님!!!



나홍진 감독이 하지 말라고 했던 얘기

고등학교 때요, 공예과를 왜 가셨어요?
공돌이.
미술하셨다고 나오던데?
미술 했죠. 어렸을 때부터 미술 시켜야 한다고 했어요. 집에서 하지 말라고. 하도 애가 돈 많이 들어가니까. 미술 해봐라 공부를 못 했어요. 고등학교 때. 공부를 못해서 미술 시키고.
돈이 많으시구나.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미술 하는데 돈 많이 안 들어요.
공부 잘 했을 것 같은데요? 아이큐 높을 것 같아요.
공부 못했어요. 뒤에서 꼴등하려고. 전교 꼴등 나냐 너냐 그랬어요.
뭐하고 노셨길 래 그렇게까지?
그냥. 뭘 놀아.
공부를 안 했음 놀기라도 해야죠.
한양대 들어갔더니 교수님이 뭐라고 그래. 한양대 공예과는요 빠다를 치고.
대학에서 맞는 거 말곤 다른 거 안 하셨어요? 공부? 술?
술 많이 마셨죠. 친구들하고 여행가고 낚시 다니고. 술은 매일 먹고 있어요.
술은 매일 마시라고 있는 거고.
그러다가 만화를 했어요. 만화를 좋아했죠. 만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냥 그리고 계셨어요?
글을 써야할 줄 알아야 하잖아요. 좋은 만화가 뭔지 어렸을 때 잘 몰랐어요. 왜 내가 쓴 글하고 차이가 날까? 왜 그럴까? 모르겠더라고요. 아무리 글을 쓰려고 해도 한계를 못 넘겠는 거예요. 짧은 글인데. 이 글에는 뭔가가 있어 뭔가가. 내 글엔 없는 거야. 왜 그러지, 그러다 끝났어요. 굉장히 궁금해 하는 부분이에요. 영원히 깨우치지 못한 상황에서. 인쇄 만화 잡지나 차리자 그러고. 아, 눈 오는 밤이었는데 못 참겠다. 머리 속에 동영상들이 지나다니는데 내가 왜 이렇게. 어느 눈 오는 밤에 미안하다 나 안할 거야 그랬죠. 계속 걸어 다녔죠. CF 하면서 알아냈지. 아 이거구나.
뭔데요?
비밀이에요. 나도 먹고 살아야지.
뭔데요?
몰라요~ 암튼 CF를 하면서 그걸 알게 되니까 창작이란 게 재미있어 지는 거지. 일을 하다가 아닌 것 같아. 이런 얘기도 하면 안 돼. 과거 얘기하면 안 돼.
영화는 영상원가서 하기 시작한 거예요?
아니에요. 2년에서 3년 작업실에서. 백수는 됐는데 영화하겠다고. 시나리오 쓰면 되겠지. 방안에 앉아서 시나리오 썼어요. 아름다운 동네 찾아서 찾아다닌다고, 근데 이거 아닌 것 같아. (웃음) 아버지가 한심했던지 너 계속 그렇게 살거냐고. 서른이었나 그쯤에. 내가 학교에 2005년 쯤 들어갔으니까. 니가 무슨 영화를 해 그러고. 너 이 새끼야 뭐하겠다는 거야. 학교갈 돈이 없어요. 돈 그거 빌려줄 테니까 어떻게 좀 해봐, 이 새끼야. 그러고.
한예종 학비가 싼가?
많이 안 비싸요.
잘 간거네요. 확 폈잖아.
그러니까. 들어간 과정도 웃긴 게 그 때 김성수 감독님이 너 이 새끼야 말도 안 되는 성적이었어. 얘가 진짜 점수가 어땠어? 이러니까. (웃음)
뽑은 이유 들었어요?
면접 때 성적도 안 좋은데. 면접하는데 재미있었어요. 김성수 감독님이랑 밖에서 조심하세요, 면도하고 오세요. (웃음) 뭐야 뭔데 그러는 거야. 누군지 알았는데 어떤 사람인지 알 길이 없으니까. 어, 다들 뭐라고 그러는 거야. 박종오 감독님이 자꾸 공격을 하는 거야. 모르겠어요, 왜 그랬는지. 김성수 감독님한테 제일 감사해요.
이거 안 쓸래요.
쓰지 마세요 정말. 그분은 이런 새끼가 감독 되는 새끼에요 이러고. 다들 왜 이래 그건데.
뭐라고 했어요?
합격시켜주세요. 진짜 절실하다. 영화를 하려는 데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 진짜 다니고 싶다 그런 얘기. 그런데 너 나가 이러고. (웃음)
근데 합격.
그러니까. 영화 난 몰라. 찍으면 된다. 그냥 정말 좆 됐다. 미장센 영화제 나갔던. 그 영화가 35mm로 찍었는데 그게 4,500만원이 드는 거야. 미치는 거야 정말. 그 영화가 정말 하지 말아야 할 것들만 구성한 영화라 미칠 것 같은 영화. 온 몸으로 입까지 4천 만 원의 고통이 가득 있어서 절대.
이경규 아저씨처럼.
그게 그 경험이 어마어마하죠. 보석 같은.
보고 싶다.
보고나면 저거 뭐. (웃음)
가지고 계세요?
가지고 있죠.
보내주세요. (웃음)
이현승 감독님께서 미쟝센 단편영화제도 너무 감사드리고. 저 멀찌 감치서 시선을 떼지 않고 바라보고 계시더라고요. 시사회 보고 밥을 먹는데 얘길 들었어요. 김지운 감독님이 저 상 주신 거고. 미쟝센 그게 투자사나 이런 얘기를 하더라도 사실인지는 모르겠는데. 사람들은 제가 누군지 모르잖아요. 돈을 투자해야 하는 사람들은. 의심을 한다는 거죠. 수상할 때 관계됐던 박찬욱 김지운 임필성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해 주셨대요. 그 대가들의 한마디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됐겠습니까. 투자자 제작사 고생했고, 엄청난 리스크가 있는 걸 감수하고 해주셨는데. 대가들의 한 마디로 가능했구나 하는 게 감사하고 고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