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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이은빈 기자

내가 사랑하는 영화는

무비위크 329호 특집
My Favorite Things about Movie

즐겁게 사는 게 이기는 것이다!

이번 호 무빅 특집 기사 보셨나요?
지면에는 실리지 못했지만, 제가 뽑은 것들을 여기에 올립니다.  
참 곰곰이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배우들, 장면들, 영화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 새록새록한 기분이 괜찮더군요.  ^ _^




film <식스티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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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
재밌는 원작을 재밌는 영화로 만드는 건 의외로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식스티나인>을 영화로 봤을 때의 첫 느낌은, 소설에서의 캐릭터를 참 입체적으로 잘 살렸다는 것이다. 꽃피는 청춘들의 위험천만한 도전이 마치 농담 따먹듯 전개돼 시종일관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든다.
이 영화가 갖는 최대의 미덕은 지루하게 사는 건 젊음에 대한 죄라는, 이제는 식상해진 멘트를 식상하지 않게 상기시켜 준다는 것. 여기에는 개인적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꽃미남스럽게 생겼다고 생각하는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의 익살스러운 연기가 한몫한다.(흐흣)

director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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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괴물>로 한국 영화의 기라성 같은 '괴물' 감독이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봉준호라는 감독 타이틀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갖게 만든 영화는 <플란다스의 개>였다. 그는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뽑아낸 듯한 소재를 재기발랄하게 풀어내는 신통방통한 재주를 가졌다. 장르와 스케일에 상관없이 그가 만들어내는 캐릭터의 소박함에 정감이 간다. 이번에 칸에서 공개된 <흔들리는 도쿄>도 의심할 나위없이 잔뜩 기대 중.

actor 제이미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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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마감이 끝난 새벽, 남은 이들끼리 옹기종기 둘러 앉아 가볍게 맥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눴다.
그 때가 5월 22일 AM 4시 30분 정도였으니 몇 시간뒤면 대한극장에서 <88분> 언론시사회가 열릴 터였다.

나: "아~ 일어날수만 있으면 <88분> 보고싶다.ㅠㅜ  전 알 파치노 팬이에요."
송편: "그래? 알 파치노 영화는 얼마나 봤는데?" (참고로 '송편'은 무빅에서 통용되는 송지환 편집장님의 준말입니다. ^ ^:)
나: "<인섬니아>랑.. <여인의 향기>랑..음"
송편: "<인섬니아>이후에도 알파치노가 나온 영화가 얼마나 많은 줄 아냐?"

물론 안다. 그가 얼마나 수많은 영화게 출연했는지. 그러나 그가 나오는 어마어마한 대작 영화들을 그간 몇 편 정도 봤는지, 그게 뭐였는지는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겠다. 단지 나를 알 파치노라는 배우에 전율하게 만든 영화는
<인섬니아>와 <여인의 향기>였다. 그 두 편으로, 그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몇 안되는 배우 리스트의 상위에 랭크됐다.

생각해보면 배우든 감독이든 작가든, 누군가를 신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의외로 짧다. 나는 <여름의 흐름> 한 편으로 마루야마 겐지라는 작가를 사랑하게 됐고, <할람 포>로 제이미 벨이라는 배우를 알게 됐다.

<할람 포>를 보고서야 <빌리 엘리어트>를 찾아 봤다. 그리곤 과장된 감탄사를 연발하며 전율했다.
"오~ 이럴 수가~ 제이미 벨!"
발레 소년의 아름다운 몸짓(빌리 엘리어트)은 사랑하는 여인을 훔쳐보기 위해 지붕을 탈 때마저(할람 포) 유연한 곡선을 그린다.
뭐랄까.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장르는 분명 판타지가 아닌데 판타지에 접어든 느낌이 든다.



character <금지옥엽> 임자영(원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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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프'의 은찬 캐릭터를 사랑했던 사람들을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남장여자와 킹카와의 두근두근 러브스토리를 가장 사랑스럽게 풀어낸 영화를 꼽는다면 단연 <금지옥엽>이다.
남장이 충분히 가능한 '밋밋한' 체형임에도 그녀만의 초특급 깜찍·큐트함으로 글래머 스타 로즈(유가령)를 꺾고 샘(장궈룽)과의 사랑을 확인할 때의 그 감동이란! 



scene <4월 이야기>의 풋풋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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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안 좋은 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담임선생님은 기적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어차피 기적이라고 부를 거라면 난 그걸 사랑의 기적이라 부르고 싶다."

짝사랑이라는, 어떻게 보면 진부하고 답답한 소재를 발단까지만 쏙 빼와 한 편의 시처럼 마무리 지은 영화가 <4월 이야기>다. 마츠 다카코의 미묘한 표정으로 마무리되는 싱거운 엔딩 신은 생각보다 여운이 오래 남는다.



O.S.T. <할람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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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사춘기 감성을 서정적인 느낌으로 풀어낸 영화 자체도 좋지만 음악이 예술이다. 장면마다 나오는 절묘한 멜로디에 '이게 무슨 노래지?'라는 궁금증이 절로 생길 정도. 그럼 그렇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음악상을 수상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