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잡지를 볼 때,
칼럼 등에 자연스레 들어가 있는 그림을 유심히 보신 적이 있나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간 나름대로 '활자 중독증'을 자처해 온 저로서는
웬만큼 눈에 띄지 않고서야 그림이나 사진 등은 자세히 보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편집기자로서 본격적으로 글을 다루기 시작하니 분명히 깨닫게 되는 점이 있었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지면을 차지하는 이미지의 중요성은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것입니다.
글의 분위기나 문체, 제목, 지면의 성격 등에 알맞게 조화되는 이미지는 기사의 가치 및 가시성을 극대화시킵니다.
그래서 <무비위크>에서도 칼럼이나 기획 기사가 있을 때,
해당 영화 스틸사진이 있어도 꼭 일러스트를 고집할 때가 있습니다.
6월 13일, 무비위크 332호 마감과 회의, 회식을 모두 끝낸
평화로운 금요일 오후.
<무비위크>의 지면을 구석구석 보다 아름답게 만들어주시는 일러스트레이터 분들을 만났습니다.
송지환 편집장님, 정수진 기자, 일러스트레이터 수홍, 김시훈, 권남희씨, 그리고 저 이렇게 여섯 명이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점심 한 끼를 같이 했습니다.
(이 날 오기로 예정돼 있었던 임익종, 서나래 씨는 개인 사정상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장소는 '은정'이라는 상호명의 회사 근처(충정로역 5분 거리) 한정식집.
고급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가게 겉모습과는 달리
가정집 분위기의 방에 들어가니 곧이어 이렇게 푸짐한 한 상이 차려나왔습니다.
사진을 유심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곳은 일반 한정식집에서 나오는 잡채, 불고기, 샐러드와 같은 메뉴가 없습니다. 대신 삼합과 고기, 김치, 죽순, 나물, 각종 장아찌 등이 정갈하게 담겨 있습니다.
뭐 하나 평범한 반찬이 없습니다. 김치에는 갈치가 들어있고, 무려 여섯가지 각종 장아찌는 집에서 먹던 것과는 사뭇 다른 오묘한 맛입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부침개도, 쌈장도 보통 서울에서 먹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알고보니 주인께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직접 향토 음식들을 공수해 오신다고 합니다!
그 생소한 향토의 맛이 무척 귀하고 정겹게 느껴져 저는 기분좋게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습니다.
저의 편집 선배인 정수진 기자와 송지환 편집장님의 모습입니다.
(어김없이 적용되는 인물사진 축소의 법칙! -.-;;)
말로만 듣던 매생이를 처음으로 먹어보았습니다.
미역국 같기도 하면서도 실파래 같은 느낌도 나고, 죽 같이 뭔가 뭉글뭉글하면서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랄까.
속 풀기 해장으로 그만이라고 합니다.
식사 중이신 일러스트레이터 김시훈 씨의 모습입니다.
<무비위크> 개편 전까지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의 '인서트 컷' 일러스트를 담당하셨고,
현재에도 각종 기획기사에 멋진 일러스트를 부탁드리고 있는 인기 아티스트입니다.
섬세하면서도 개성있는 그림체가 인상적이시죠.
두어시간 가량 여유있게 식사를 마치고,
저희는 근처 커피 빈으로 후식을 먹으러 갔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던 날씨도 좋고 해서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분은 일러스트레이터 수홍 씨입니다.
눈부신 미모가 빛나는 실물보다는 사진이 잘 안 나온 것 같습니다.
<무비위크>를 자주 보시는 독자라면 잘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잡지 맨 뒤쪽에 실리는 칼럼 '롤링페이퍼'의 일러스트를 담당하고 계시거든요.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색감과 환상적인 분위기의 그림체로 뚜렷한 개성을 나타내시죠.
이번에 직접 디자인한 예쁜 티셔츠도 출시하셨다고 합니다.
(http://www.giantbastard.com/ 에 방문해 보시면
수홍 씨를 비롯한 재기발랄한 아티스트들이 만든 특별한 티셔츠를 구입하실 수 있어요~^ ^)
이 날 다양한 주제로 신나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셨던 송지환 편집장님. 그리고 정수진 기자, 모자로 얼굴을 가린 김시훈 일러스트레이터의 모습입니다.
집에 와서 주고 받은 명함을 펼쳐보았습니다.
왼쪽이 수홍 씨, 오른쪽이 권남희 씨, 그리고 맨 위쪽에 있는 게 제 명함과 명함지갑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답게 명함 한 장 한 장에도 개성이 묻어나죠?
김시훈 씨는 집에 명함이 400장 있는데 늘 깜박하고 안 가지고 다녀서 주질 못한다고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그 심정, 저도 압니다. ㅡ.ㅡ
편집기자라 명함 뿌릴 일이 평소 잘 없는 터라 그냥 다니는 날이 많은데,
하필이면 지난번 전주국제영화제 때 그냥 가서 수많은(?) 영화 관계자들과 기자, 포토그래퍼와의 자리에서 명함 한 장 건네지 못하고 왔습니다. 다른 분들은 거의 한 통 이상씩 가져와서도 모자란다고 아쉬워하셨는데;;
그 때 이후로 고맙게도 동아리 선배가 명함지갑을 선물해 줘서 요즘은 꽤 잘 갖고 다니는 편입니다.
사진은 여기까지입니다.
아쉽게도 저희와 함께 했던 권남희 일러스트레이터의 모습은 사진에 담을 수 없었습니다. ㅠ_ㅜ
공교롭게도 식당에서도, 까페에서도 제 옆에 앉으셨기 때문이죠.
초면에 바로 옆에서 부담스럽게 디카를 들이댈 수는 없었기에 자제하다보니 한 장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놀라울 정도의 동안과 카리스마가 인상적인 분이셨는데,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습니다.
제 사진도 없습니다.
저는 낯선 곳에 혼자 여행가면 철판을 깔고 사진 좀 찍어달라고 잘도 부탁하지만,
이 날처럼 음… 뭐랄까. 한마디로 콕 집어 얘기할 수는 없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조용히 찍사 역할만 합니다.
본인의 사진 좀 남긴답시고 주책스럽게 촬영을 부탁해 대화의 흐름을 깬다거나,
음식 사진을 찍는답시고 부산히 움직이는 젓가락의 이동을 일순간 중지 시키는 등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상대방이 "찍어줄까요?" 한마디만 건네면 냉큼 디카를 건넨다는 ^ ^:;
여하튼
맛있어서 좋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 즐거운 식사였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시고 <무비위크>를 다시 보신다면,
글과 조화를 이루는 멋진 일러스트들을 눈여겨 봐주세요.
저희 잡지를 보는 또다른 즐거움이 새롭게 추가될지도 모르니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