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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이유진 기자

존 레논 컨피덴셜_데이비드 리프 & 존 쉐인펠드_서면인터뷰

 

<존 레논 컨피덴셜> 감독 데이비드 리프 & 존 쉐인펠드


데이비드 리프 감독과 존 쉐인펠드 감독은 존 레논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관심을 버려야한다}는 존 레논의 말처럼 두 감독은 진정으로 바랐기에 진심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서면으로 진행된 두 감독의 인터뷰를 담는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존 레논의 진심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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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었나?

데이비드 리프 1960년대에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비틀스가 단지 가장 좋아하는 밴드였을 뿐 아니라 그들의 음악과 존재 자체가 나에게 마치 종교와도 같았다. 나는 그들을 찬양하며 십대 시절을 보냈다. 열일곱 살 때 워싱턴에 있는 조지 워싱턴 대학에 입학했다. 백악관에서 다섯 블록쯤 떨어져 있는 곳에 살았고 조지 워싱턴 대학은 그 당시 거의 모든 반전 시위의 시발점이었다. <존 레논 컨피덴셜>의 기틀이 되었던 소동의 한 가운데에서 학생 시절을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많은 사건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러한 사건들이 9.11 테러 사건 이후 미국에 일어났던 일들과 역사적 맥락을 같이한다는 사실도 말해주고 싶었다.

존 쉐인펠드 나도 데이비드만큼이나 비틀스의 광팬이었다. 비틀스의 음악은 지금까지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 존 레논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기회 자체가 아주 흥미로웠다. 존 레논이 60년대와 70년대에 했던 정치적 활동들의 행적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그를 변화시킨 사건들과 배경까지 아우르고 싶었다. 게다가 표현의 자유, 정부의 권력 남용, 숱한 장애를 이겨내는 개인의 용기, 변화를 가능케 하는 신념 등, 이 영화에서 말하고 있는 주제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들에게 의미심장한 것들이기도 하다.


시작은 존 레논의 정치적 투쟁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마지막은 오노 요코와의 러브 스토리를 보여준다.

데이비드 리프 존과 요코 사이의 러브 스토리가 이야기의 주요 동력이자 영화를 시작하고 끝나게 만드는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둘이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 후 신혼여행을 가게 된 뒤부터 평화를 위한 운동을 시작하고 정부에 대항하는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둘의 러브 스토리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이다.

존 쉐인펠드 이 이야기에는 많은 관점들이 담겨있다. 반항적인 십대에서 성공한 음악가, 전설적인 록 스타에서 정치적 행동주의자, 서툰 남편이자 아버지에서 헌신적인 반려자이자 부모로, 다양하게 이뤄졌던 존 레논의 변화도 그렇다. 영화를 시작할 때만해도 존과 요코의 러브스토리가 영화 속에 얼마나 나오게 될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 만드는 과정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존 레논의 가족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특히 요코와 대화하면서 이것은 위대한 러브 스토리이고 우리 영화의 중요한 요소가 될 거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도 깊이 감명을 받았고 많은 관객들이 우리와 같은 반응을 가졌다는 사실이 기쁘다.


다른 다큐멘터리와 달리 내레이션이 없다. 그의 노래가 내레이션의 역할을 한다. 아주 절묘한 편집이었는데, 선곡할 때 고려한 점이 있다면?

데이비드 리프 당신 말이 맞다. 나도 편집이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편집을 맡은 피터 린치는 젊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친구라, 그의 편집을 거친 영화들이 내게는 모두 성공적이었다. 아주 영리하고 깊이가 있을 뿐 아니라 음악을 쓸 때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재주가 있다. 이건 정말 중요한 점인데 사람들에게 친숙한 노래마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들리게끔 만들기도 한다. 피터는 공동 감독이나 다름없다. 음악을 선곡할 때에는 두 가지 조건을 따랐는데, 음악이 사건의 흐름을 이끌어갈 수 있는가와 영화 음악으로 적합한가였다.

존 쉐인펠드 나에게 첫 번째 원칙이란 이야기를 바로 잡는 것이다. 그 다음엔 구성이 있고 그 뒤에 에피소드가 결정된다. 그리고 나서야 음악 선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최근에 공동 작업했던 많은 작품들에서 음악이 중요한 몫을 했다. <존 레논 컨피덴셜>에서도 음악이 이야기보다 우선했다. 음악이 스크린에 비춰지는 장면에 주석이 되기도 했고 존과 요코가 그때 그곳에서 생각했던 것들에 다가가는 창을 열어주기도 했다. 전체적인 효과로 따지자면 영화의 정서적인 울림을 더욱 강조했고 우리가 만든 이 영화가 여느 다큐멘터리와 달라지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요코의 덕분으로 존 레논의 37곡에 비틀즈의 3곡까지 영화에 매우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존 레논은 스스로 혁명적 예술가, 평화주의자라고 말한다. 감독이 생각하기에 존 레논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혁명가인가?

데이비드 리프 영화 속에서 존은 스스로를 [혁명적인 음악가]라 칭한다. 그는 신념을 가지고 평화를 전파했다. 우리가 자주 영화 속에 삽입한 존의 노래 중 [Give Me Peace A Chance]는 특히 행동주의자로서 존 레논을 잘 표현하는 노래다.

존 쉐인펠드 자신에게 꼬리표를 붙이거나 그의 행동을 한 부류로 분류하는 것을 존이 좋아했을지 잘 모르겠다. 영화를 만들면서 더욱 더 그가 위대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고 그의 장점과 단점마저도 우리가 존경하고 사랑해야 하는 것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존 레논은 누구보다 매스컴의 영향력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사람이다. 그가 만약에 이 다큐멘터리를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상상해보았나? 만약 그가 살아있었다면 그에게 꼭 질문하고 싶었던 게 있나?

데이비드 리프 아마 존 레논이라면 이 다큐멘터리를 안 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의 창조적 협력자들이었던 폴 매카트니 경이나 오노 요코처럼 존도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것과 다음에 그가 하게 될 것들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내 경험 상 위대한 예술가들은 이미 이루어놓은 것들을 되돌아보는 데에는 그리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만약 존 레논이 살아있고 영화를 위해 인터뷰를 하는 것을 허락해 주었더라면 우리가 그를 위해 준비한 질문만으로도 이 잡지 한 권을 가득 채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 그는 지금 우리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 할 뿐 굳이 35년에서 40년 전에 이미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서 묻는 질문에는 답변할 것 같지 않다.

존 쉐인펠드 내 생각은 데이비드와는 좀 다르다. 일단 존은 먼저 공식적으로 이 다큐멘터리를 볼 생각이 없다고 발표할 것 같다. 그리고 나서 요코와 함께 늦은 밤에 DVD 플레이어로 슬쩍 보지 않을까. 영화를 만들던 중에 알게 된 사실 중에 70년대 중반에 존이 가정을 꾸리고 활동을 중단했던 시기에 비틀즈 앨범의 부틀랙(LP 앨범 커버)을 수집하기를 즐겼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지난 과거에 애착을 느낄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이 영화도 왠지 보고 싶어 할 것 같다. 존이 이 영화를 좋아할 지 싫어할 지는 누가 알 수 있겠나. 요코에게 편집본을 처음으로 선보인 뒤 그녀가 우리에게 해준 말이 있다. 나중에 토론토 영화제 상영 때 했던 말이기도 한데, {지금까지 존에 대해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중에서 가장 존이 좋아할만한 작품이다.}란 말이었다. 우리에겐 최고의 칭찬이었다.


이 영화가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일까?

데이비드 리프 백 년도 전에 조지 산타야나라는 철학가가 이런 말을 남겼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실수를 되풀이하는 과오에 빠진다.} 모두가 원치 않는 전쟁에 대한 사람들의 반대 의견들을 정부가 강압적으로 억누르면서 과연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이 영화를 만들면서 알게 되었다. 산타야나가 남긴 말이나 우리가 다시 생각해야 할 것들을 떠올릴 때 이 이야기는 정말 오늘 날 필요한 것이다.

존 쉐인펠드 우리 영화를 다른 다큐멘터리 작가들의 작품들과 비교하기란 좀 어렵다. 개인적인 스타일이나 감수성, 주제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데이비드의 말에 첨언하자면 우리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었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영화를 사랑해주어서 매우 기뻤다는 점이다.


영화를 만들면서, 그리고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서 느끼는 게 있다면?

데이비드 리프 나이에 상관없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이 거의 보편적이라고도 할 만큼 매우 좋았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은 영화를 반드시 완성시켜야 한다고 말해주곤 했다. 하지만 사실 영화를 재미없게 봤다고 해도 그런 말을 하면 실례가 될까봐 자신의 의견을 굳이 밝히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면서 존과 요코의 열정과 결단에 감동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관객이나 인터뷰어를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존 쉐인펠드 전 세계의 비평가들, 상영 후 우리에게 찾아온 사람들, 편지를 쓰거나 이메일로 감상을 기꺼이 나눈 많은 사람들 때문에 항상 기뻤고 그들의 격려에 늘 감사했다.


다큐멘터리 감독의 역할, 그리고 매력이 있다면?

데이비드 리프 나에게 다큐멘터리 작가란 이야기꾼이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해답을 얻도록 이끌 의무가 있는 이야기꾼 말이다.

존 쉐인펠드 데이비드의 말에 동의한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나 스스로도 다큐멘터리 작가라기보다는 이야기꾼이 되고자 한다. 데이비드와 함께 만들었던 작품들이나 혼자 했던 작품들을 통해서 나의 신념을 매번 도전적인 이야기에 담으려 했고 진실을 흥미롭고 재미나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전달하려 했다.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알려 달라.

데이비드 리프 멋진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좋다. 그 동안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나에게 중요한 이야기들을 말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한껏 누려왔다. 최근에 <The Night James Brown Saved Boston>라는 작품을 마쳤는데 제임스 브라운의 팬이거나 한 음악가가 어떻게 미국의 영웅이 되는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꼭 관람을 권하는 영화다. 미국의 어두웠던 과거 중에서도 몇 안 되는 행복한 순간을 포착한 이야기이다. 게다가 존과 함께 TV 역사상 가장 전설적인 인물인 노만 리어에 대한 다큐멘터리 연작을 마무리했다.

존 쉐인펠드 지금 당장은 각자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작업하고 있다. 최근에 <Heaven>이라는 영화를 거의 끝마쳐가고 있는데 세계의 종교가 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천국에 가기 위해 어떠한 삶을 사 는 지를 다루는 작품이다. 또한 야구를 소재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작업 중인데 바로 시카고와 시카고 컵스팀 간의 애정 어린 관계를 다루면서 충성이나 신뢰, 희망과 낙관주의 등을 이야기하려 한다. 두 편 다 2009년 봄쯤이면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데이비드와 함께 작품 하나를 같이 만들고 있는 중이고. 내가 기획하고 연출한 <WHO IS HARRY NILSSON (AND WHY IS EVERYBODY]S TALKIN] ABOUT HIM)?>도 올해 말에 마침내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글 / 무비위크 이유진 기자
자료제공 / 영화사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