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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이유진 기자

뮤지컬_맘마미아_모든 세대에게 바치는 인생찬가



뮤지컬 <맘마미아>
모든 세대에게 바치는 인생찬가
인생은 멋진 거라며 춤추고 노래하는 무대는 잊고 있던 인생의 활력을 되찾아준다.
우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흥겨운 무대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발견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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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BA의 주옥같은 히트곡을 엮어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는 몇 번을 봐도 볼 때마다 늘 새로운 삶의 희망을 발견하게 한다. 익숙한 멜로디를 통해 흘러나오는 가족과 사랑, 그리고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를 단 번에 사로잡는 것. 1999년 웨스트엔드에서 탄생한 이래 전 세계 160개 도시에서 20억 이상의 티켓 판매고를 올리며 뮤지컬 성공 신화를 기록하고 있는 게 전혀 놀랍지 않을 정도다. <맘마미아>는 한국에서도 2004년 초연 이후 놀라운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지금까지 앙코르 공연을 진행할 만큼 두터운 팬 층을 자랑한다. 세대 간의 사랑과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엄마와 딸을 축으로 진행되는 사건 속에 절묘하게 끼워 맞춤으로서, 내 삶의 일부를 무대에서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친근한 매력 덕분이다.

휴양지에 와 있는 듯 드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 그리스 지중해의 외딴 섬에 엄마 '도나'와 딸 '소피'가 있다. 도나의 보살핌 아래 홀로 성장해 온 소피는 약혼자 스카이와의 결혼을 앞두고 아빠를 찾고 싶어 하던 중, 엄마가 처녀 시절 쓴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게 된다. 그 안에서 찾은 아빠 후보 세 명에게 도나의 이름으로 초청장을 보내며 <맘마미아>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도나의 옛 친구들과 옛 연인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면서 본격적으로 유쾌하고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젊은 날 아마추어 그룹의 리드싱어였던 소피와 그녀의 시끌벅적한 친구들, 소피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며 살아온 그녀의 옛 연인, 그리고 사랑의 열정에 젖어있는 그녀의 딸 도나. <맘마미아>는 도나의 행복한 결혼식 피날레를 향해 흥미진진하게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 사랑과 우정, 그리고 추억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게 한다.

<맘마미아>는 무대를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의 활력을 되찾아 주는 공연이다. 게다가 세대를 막론하고 즐길 수 있는 ABBA의 주옥같은 히트곡들은 무대와 객석을 향해 동시에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낸다. ABBA 세대에게는 익숙한 화음에서 미처 길어 올리지 못했던 자신의 드라마를, ABBA의 이름만 전설처럼 들어온 요즘 세대에게는 어디서 들어본 듯한 데자뷰를 느끼게 할 만하다. ABBA의 화음은 그 음악을 즐겼던 세대든 처음 접하는 세대든 상관없이 모든 불화를 잠재우고 소통케 하는 에너자이저다. 모녀간의 사랑과 갈등, 남녀 간의 사랑, 청춘의 회환, 동창생들의 우정과 웃음은 ABBA의 음악을 통해 생동감 있는 날개를 단다. ABBA의 음악으로 무대 위에 올려진 <맘마미아>는 매혹되기 쉬운 청춘이든 불혹의 중년이든 모든 세대에게 바치는 '인생찬가'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도나가 결혼을 앞 둔 소피의 머리를 빗으며 부르는 'Slipping through my fingers'는 이 세상 모든 엄마와 딸 모두를 위한 노래. ‘손에서 놓쳐 버리는 것처럼’이란 제목 그대로 자연스럽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부모 품을 떠나는 아이들을 노래한다. ‘등굣길 책가방을 들고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 때, 곧 그녀를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올 것이라 느꼈어’란 가사는 딸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이해할 만한 가슴 뭉클함을 안겨준다. 먼발치에서 슬며시 눈물 훔치는 부모님을 기억하는 세상의 모든 딸에게도 마찬가지다. 결혼식 장면이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 익숙하면서도 성스런 장면을 통해 우리는 삶을 재현하는 무대의 힘을 깨닫게 된다. 다른 장면에서도 그 힘은 오롯이 살아 숨 쉰다. 소피가 도나의 일기장을 훔쳐보다가 젊은 시절 엄마의 로맨스를 반추하며 숨겨둔 비밀의 열쇠를 움켜쥐었을 때의 짜릿함(Honey Honey), 도나가 동시에 나타난 옛 남자 세 명을 앞에 두고 ‘오, 맙소사!’를 외치는 절묘한 타이밍의 흥겨움(Mamma Mia!), 소피의 결혼식과 함께 도나가 옛 연인의 청혼을 받아들이며 속삭이는 사랑스러움(I do, I do)까지. 살아있음에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들을 끄집어내는 무대는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뮤지컬을 관람하다보면 경직된 객석의 반응에 종종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공연을 단지 보는 것에서 그치고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관객들을 향한 아쉬움도 많다. 무대는 객석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박물관의 유물처럼 멀찍이 지켜보는 대상은 아니지 않는 가. 하지만 2004년 한국 초연 당시 <맘마미아>를 관람하며 느낀 객석의 뜨거운 열정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터져 나오는 기립 박수는 물론이거니와 커튼콜에서 흥겹게 어깨춤까지 들썩이는 관객들을 보면서, 스스로 느낀 감정 이상의 벅차오름을 느낄 정도였으니 그 열기는 감히 문장으로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다. 도나와 친구들이 지금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혁신적인 화려함을 자랑하는 ABBA의 Super Trouper 의상을 갈아입고 왕년의 가수 시절을 되새기며 부르는 ‘Dancing Queen’은 <맘마미아> 최고의 하이라이트다. 흥겨운 멜로디에 ‘신나게, 즐겨봐, 인생은 멋진 거야! 기억해, 넌 정말, 최고의 댄싱 퀸’을 덧붙여 열창하는 커튼콜은 흥겨움을 넘어선 감동을 자아낸다. 그 동안 뜻도 모른 채 흥얼거렸던 가사들이 우리의 인생을 향한 뜨거운 고백이었음을 새롭게 발견할 때, 우리는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터뜨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생은 멋진 거라며 춤추고 노래하는 무대는 잊고 있던 인생의 활력을 되찾아준다. 우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흥겨운 무대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발견하곤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열정적인 무대를 찾는 이유인 동시에, 결국 삶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무비위크>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