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나쁜 녀석들>
일상을 전복시키는 유쾌한 사기극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유쾌한 사기꾼들의 해프닝 속에서 우리는 인생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어차피 인생이란 굳이 심각하거나 고민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으니까.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인생은 왜 이렇게 고달프고 피곤한 것이 되어 버렸을까. 어차피 한 번 뿐인 인생 즐기며 사는 게 최고인 것을. 나른한 봄 날 인생은 즐거운 거라 호탕하게 웃으며 기운 차릴 수 있는 뮤지컬이 찾아왔다. 코미디영화의 귀재 프랭크 오즈 감독의 영화 <화려한 사기꾼>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나쁜 녀석들>이 그 주인공. 나름의 사기 철학을 가진 신사적 사기꾼 로렌스와 어설픈 동정심을 유발하는 초보 사기꾼 프레디의 투맨쇼가 쉬지 않고 호탕한 웃음을 유발한다. 그리고 두 명의 사기꾼이 벌이는 해프닝의 호탕한 웃음을 즐기다보면 어느 새 인생이란 굳이 심각하거나 고민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여기 휴양도시 리비에라를 배경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무대 위에 멋진 자태를 뽐내는 중년의 신사가 서 있다. 자신을 망명한 왕자라 속이며 돈 많은 사모님들을 유혹하는 로렌스, 그에게 있어서 사기란 ‘그녀들의 꿈을 채워주는 것’이다. 로렌스의 능글맞은 사기 행각에 휴양지를 찾은 그녀들은 가슴 속에 아름다운 로맨스를 하나씩 품고 돌아가고, 그것은 그녀들에게 삶의 활력을 되찾아준다. 인생에 아무런 낙이 없는 그녀들에게 적당한 위로와 달콤한 인사는 값비싼 보석보다도 훨씬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이다. 능청스런 사기꾼 로렌스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그는 그 능청스런 사기로 벌어들인 돈을 아낌없이 기부하는 미덕까지 갖춘 신사가 아닌가.
그러나 인생이란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은 법. 로렌스는 우연히 만난 초보 사기꾼 프레디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키게 되고, 사기의 기술을 가르쳐달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때 마침 로렌스는 계속되는 사기 행각에 실증이 나 있던 터라 프레디의 활기찬 모습에 그를 신임하게 되고 둘은 나름의 콤비 플레이를 자랑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러던 둘 사이에 아름다운 여인 크리스틴이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고, 처음엔 그녀의 돈을 나중엔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두 사기꾼의 두뇌전이 무대 위에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무대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한다. 결론부터 살짝 공개하자면 이 두 사기꾼 말고도 엄청난 거물 사기꾼이 한 명 더 있었다는 것. <나쁜 녀석들>의 황당하면서도 놀라운 결론은 결국 ‘우리의 인생이란 이렇게 즐거운 것이로구나!’ 하는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이렇듯 정신없이 웃기고 시종일관 즐거운 무대 곳곳에 숨겨놓은 인생과 사랑을 향한 진정한 의미는 이 작품을 빛내는 가장 훌륭한 미덕이다. 되풀이 되는 사기 행각에 권태를 느끼는 로렌스, 사랑은 장식처럼만 느끼던 이 이성적인 사기꾼이 크리스틴을 만나며 사랑을 깨달아가는 모습은 이 작품을 통해 인생의 활력을 되찾는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모든 이야기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새삼 깨닫게 하는 것이다. “즐거웠어, 괜찮았어, 한바탕 놀아본 거야. 이렇게 사는 게 사는 거지.”라며 호탕한 피날레로 박수갈채를 받아내는 흥겨운 무대. 얄밉긴 하지만 절대로 밉지 않은 사기꾼들의 해프닝은 우리가 잊고 지낸 순수한 인생의 즐거움을 되새김질 하게 한다.
우리는 어쩌면 정신없이 바쁘고 피곤한 일상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언제나 개미처럼 부지런한 삶의 태도를 강요받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베짱이가 긴 여름날을 기타를 튕기며 노래 부르며 즐겼을 그 찰나의 기쁨을 누려본 적이 있었던 가. 한 바탕 놀아보는 즐거운 인생이야 말로 일상에 지쳐있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일지도 모른다. 한 바탕 노는 재미와 방법을 잊어버렸다면 흥겨운 춤과 노래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휴양지 리비에라로 향하자. 거기엔 우리가 외면하고 버려두었던 인생의 가장 순수한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으니.
<무비위크>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