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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이유진 기자

2.5th [Songs] 스윗소로우 인터뷰 비하인드 스토리 - 1


2.5th [Songs] SweetSorrow 


스윗소로우 인터뷰 비하인드 스토리 제 1탄. 지면 관계상 생략할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을 팀블로그를 통해서나마 전합니다. 한 시간을 훌쩍 넘겨서 진행한 스윗소로우와의 즐거운 인터뷰 전문을 가감 없이 공개합니다. 멋진 네 남자의 진솔한 대화를 슬쩍 엿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지금 바로 전해드립니다! 제 2탄에선 미공개 사진과 재밌는 개인 질문 릴레이가 이어질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D





         지금,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







어디선가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설레는 편지로 다가와 지친 어깨를 따뜻이 안아주고 메마른 삶에 단비가 되어줄 노래, 기쁘면서 또 슬퍼서 마음에 담아두고 오래도록 잊지 못할 노래, 그래서 당신의 상처를 보듬고 함께 자라날 노래. 이 많은 노래들을 가지고 스윗소로우가 나지막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내 놓은 이번 앨범은 방황의 흔적이자 솔직한 고백의 노래들(Songs)이다. 흘러간 어제도 다가올 내일도 아닌 바로 오늘을 위한 스윗소로우의 위로가 시작된다. 지금 당신에게 건네는 그들의 위로는 그 어떤 사랑 고백보다 황홀하고 아름답다.


새 앨범이 나왔다. 소감이 어떤가.

*호진* 그야말로 “잘 됐다.” 그랬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통 털어서 힘들었고.(웃음) 팀 내부적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을 당시였다. 고민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기엔 우리가 걸어온 행보가 더 속도를 내야 하는 것 같기도 했고. 짧은 시간에 스윗소로우만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괴롭고 힘들었지만 결국 그 해법을 찾았고, 참 다행이다 싶은 생각을 했다.


만족도랄까, 앨범이 나왔으니 주변 반응도 많이 챙겨볼 것 같은데.

*우진* “하고 싶은 걸 그냥 솔직하게 하자.”했던 작업이라 앨범 내 놓고 반응을 떠나서, 어느 앨범이 안 그랬겠냐만은 우선 기분이 좋다. 편하고. 아, ‘또 하나 잘 만들었다.’라는 생각도 하고. 활동도 편하게 하고 있다.


팬들의 반응이 굉장히 뜨겁던데, 체감하는 게 있나.

*호진* 아직까진 국지적인 환호성이고. 더 나아가서 하려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음악방송을 하니까, 물리적인 활동을 해야 더 반응이 오는 것 같다. 모니터를 많이 하는데, 뭐랄까 잔잔하게 상승하는 느낌이 들어서 이번 앨범과 잘 맞는 것 같고. 우리를 모르던 사람들도 아는 사람들에 의해서 접했을 때 “아, 저 오빠들은, 아저씨들은 저런 음악을 하는 게 좋아.”하는 평가인 것 같다. 2집 때와 다르게. 2집에는 대중들이 평가하려고 덤비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제 겨우 2집이 나온 신인들을 평가하려고 호사가들이 말하는 느낌이 있었다면, 이번엔 그래도 어느 정도 행보를 걸어온 가수니까 우리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것 같았다. 앨범 나름대로 대중보다 우리의 내면을 인식하고 만든 거라.

*우진* 우리 음악이 타이틀도 그렇고 스타일도 그렇고 ‘빵’ 터지고 그런 게 아니지 않나. 잔잔하게 미지근하게 반응이 오고 있는 것 같다. 블로그 같은 거 보면 “이게 히트래, 이게 유행이래!” 이게 아니라 각자마다 공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글이 눈에 띄어서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람차다.

*진환* 이로써 우리가 블로그를 얼마나 많이 보는지를 알 수 있다.(웃음) 샅샅이 뒤지고 있는 거지.(웃음) 작업하면서 우리다운 게 뭘까 하는 얘기를 많이 했다. 진짜 정말 형들 얘기한대로 스윗소로우 같다는 반응이 많더라. 그런 고민을 하다가 정말 이번에 하고 싶은 얘기 편하게 나오는 대로 하자는 말을 많이 했다.


2집보다 담백한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2집은 들으면서 노래에 집중하게 되는 게 있었다. 근데 이번 앨범은 듣고 있으면 그냥 멍하니 노래가 흘러가는 걸 듣고 있는데, 그 느낌 자체가 굉장히 좋더라.

*호진* 1년 늙은 거다. 기자님도 늙어서 그런다.(웃음)

*영우* 영화로 얘기를 하면 잔잔하게 보다가 집에 갈 때쯤 여운이 남는 음악이랄까. 집에 들어와서 쉬고 양치질 하다가 거울을 보는 데 문득 생각나면서 ‘아, 아까 그 장면 참 좋았는데.’ 그런 느낌이랄까. 극장 바로 막 나오면서 “괜찮았지?” 이런 건 아니더라도. 컴퓨터를 틀고 윈도우 화면이 나왔는데, 그냥 생각나는. 잔향이 있는 음악을 지향했다. 앞으로도 지향하고 싶은 지점도 그렇고. 거기서 조금 가볍게 무겁게는 있어도.


높낮이는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의 이 감정선을 계속 가져가고 싶다는 건가. 이번에 전곡을 프로듀싱 했더라. 처음 인터뷰할 때 직접 프로듀싱 하는 게 목표라고 했었는데.

*호진* 그렇게 해야 한다. 한 거 없이 부지불식간에 그렇게 된 것 같다. 프로듀서가 있었지만 주장하는 바는 숨기지 않았고. 영우가 조율을 잘 해 와서 자연스럽게 프로듀서는 우리지 그렇게 됐는데. 이번에는 더.

*진환* 사운드 적으로 원하는 거 목표를 달성했다 그건 아닌 것 같고 거듭할수록 더 해 가는 것 같다. 일단 원하는 그림을 원하는 대로 표현하는 그거를 늘려가는 것 같다. 2집도 프로듀싱을 했지만 이번엔 편곡도 물론이고 전체적으로 관여를 했고.

*우진* 나중에 또 좋은 프로듀서가 있으면 협업을 할 수도 있는 거고. 메탈리카도 그런 작업을 하지 않나. 또 다른 느낌의 앨범을 작업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늘 완성의 지점은 없는 것 같다. 하나, 하나 차분히 쌓아가는 게 아닐까.

*영우* 우리가 추구하거나 간절히 바라는 건 스스로 무언가를 해 냈다는 자기반증이 필요한 걸 수도 있다.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정체성의 혼란이나 근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그걸 앨범에 담아내려고 애썼다.


이번 앨범에 솔로곡이 다 있다. 본인이 말하고 싶었던 걸 노래에 담은 느낌이랄까. 각자 작업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본인의 노래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랄까, 그런 얘기를 해 주면 좋을 것 같다.

*호진* 나는 두 커플에 대한 이야기를 실제 커플을 모델로 썼는데. 결국엔 그런 커플이 될 것 같단 위기의식도 느끼고. 축복 속에서 결실을 맺기가 힘든 거지 않나. 우리도 그렇다. 스윗소로우가 지금껏 온 것이 ‘잘 한다, 잘 한다.’ 이것보다 ‘너희가 설마? 딴 거 해~ 에이, 할 수 있겠어?’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온 거다. 우리끼리 아픈 만큼 자라자, 더 커 가자라는 의지도 있고.

*우진* 나는 많지는 않겠지만 이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만 알아들어주세요 이거다. 원래 성격이랄까, 이런 것보다 팀을 하면서 밝고 희망적인 걸 하게 되는 것도 있어서. 의식적으로 어둡게 갔다. 이런 걸 못 보여드렸으니까. 가사도 좀 어둡고 비밀스러운 내용이 있는데, 아직까지 이걸 알아들은 사람은 없는 것 같더라.(웃음) 내가 그런 걸 좋아한다. 우리끼리만 알고 있자 그런 거.

*진환* 같이 했으면 정제됐을 작업을 극단적으로 한 번 해본 거다.

*우진* 나는 같이 작업했다. 아주 싸~한 코러스 탄생했지.(웃음)

*영우* 나는 전주 만들어줬는데.(웃음) 진환아, 너는 뭐 했니?(웃음)

*진환* 나는 드럼에 하이엣 오픈이 여기쯤 있으면 어떨까 하는 조언?(웃음)

*호진* 난 나한테 잘 어울리는 것이 애절하다면 애절한, 한이 담긴.(웃음) 시류를 따라갈 수도 있는데, 부인하지 않겠다. 세상이 반대하는 커플의 이야기에 얹어져도 좋겠단 생각도 했다. 다행히 반응이 그런 것 같다. 행여나 “쟤는 자기 미니홈피에 걸리는 음악 했어.” 그래도 뭐, 그것도 좋고. “O.S.T로 어울릴 것 같아요.” 또 그런 걸 들으니까 기분 좋고. 노래 부를 때도 보컬 디렉팅이 잘 됐다 싶었는데, 전체적으로 잘 나온 것 같다.

*우진* 아까 말한 나의 그런 부분과 멀리 있는 사람이 호진이 형인데. 그게 전략적이랄까,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원래 호진이 형 그 자체인거다. 자기가 좋아하는 게 그런 거니까. 그래서 우리가 앨범을 내 놓고도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이러니까 이렇게 가자 그런 게 아니니까.

*영우* 변명 거리가 없지 않나. 만약에 아니었다고 치면 할 때마다 해몽과 해명을 해야 하는데 그게 없고. 너무 좋다.

*진환* 사실 나는 학교 숙제로 만든 노랜데.

*영우* 이거, 자꾸 비밀이 자꾸 드러나는데?(웃음)

*진환* 이번에 십 년 만에 졸업했다. 이번 학기 학교를 다니면서 [저작권 법]이랑 [우주의 이해]라는 과목을 들었다. 두 교수님이 숙제로 창작물을 만들라고 하는 거다. 법을 공부하는 너희들이 창작의 고통을 알아야 한다. 저작물이 될 수 있는 창작물을 만들어 와라. 그리고 우주의 이해 선생님은 우리가 한 학기동안 우주를 이야기하면서 느낀 걸 바탕으로 창작물을 만들어 와라. 그런 거다. 그래서 “아! 우주를 다루면서 저작물성이 있는 창작물을 만들면 되겠구나!” 한 거다.(웃음)

*호진* 아, 이거 일타이피인가요?(웃음)

*영우* 진짜 하나 더. 대박인데?(웃음)

*진환* 신기하죠?(웃음)

*우진* 야, 진짜. 난 이 정도까지인 줄은 또 몰랐네.(웃음)

*영우* 참~쉽죠!

*진환* 그러다 인터넷을 하다가 기사 하나를 봤다. 노래 제목이 GR B 080913 인데 2008년 9월 13일에 관측된 폭발의 이름이다. 128억 년 전에 별이 죽으면서 터진 게 이제야 관측이 된 거다. 갑자기 교수님이 한 말씀이 생각이 나면서…. 우리가 우주에서도 아주 조그만 지구에서 우연히 살고 있는데, 사실은 이 장대한 우주의 역사가 우리의 짧은 삶을 위해 있어왔다.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인데. 그 때는 우주에 원소도 별로 없었다고 한다. 별들이 생기고 죽고 그런 과정이었던 거다. 그런 과정에서 인간을 구성하고 환경을 구성하는 중 원소들도 생겨나고. 그래서 우리의 삶이 있을 수 있는 거고 소중하다는 걸 알아라. 교수님 수업 들으면서 이 걸 딱 알게 됐고. 내가 이 수업을 이거 하나 아는 걸로 알차게 보냈구나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주고 싶었다.

정말 좋은 수업인 것 같다. 그럼, 학점은?

*진환* B제로.(웃음)

선방했다.(웃음)

*영우* 정말 생각날 때 그 때 써야지 지나고 나면 못 쓴다. 그 때 진환이가 “형, 명곡이 나왔어!” 그러는 거다.

*진환* 정말 만족한다, 이번 앨범에서.

*호진* 솔직히 처음엔 아니었어. 솔직히.(웃음) 근데 씹으면 씹을수록 좋은 노래랄까? 들을 수 록 “아, 진짜 좋다.” 이런 느낌.

*영우* 정말 씹을수록 좋다. 미니홈피에 걸어놓기 딱 좋다.(웃음)

*진환 *반주도 우리 작업할 때는 굉장히 세밀하게 하는 데, 이 노래는 일부로 내추럴하게 풀린 듯 한 느낌으로 해 보고 싶었다. 칼 같이 연주하는 거 말고. 박자도 좀 가고 그랬는데. 몇 사람 모여서 연주하는 분위기, 그런 분위기를 주고 싶었다.

*영우* 솔직히 나는 날로 먹었다.(웃음) 작년 콘서트 때 ‘거북이라도’를 불렀었다. 그 때 해보고 싶었던 게 미발표곡을 콘서트에서 부르는 거였다. 너무 해보고 싶은 거지.


그거 팬들에게 정말 큰 선물이다.

*영우* 그렇게 벽을 깨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솔로 타이밍이 있었고, “저는 곡을 쓸게요.” 했는데 전날까지 안 나와서. 왔다 갔다 왔다 갔다.(웃음) 리허설 날 아침에 피아노를 치다가 곡을 완성을 하고 가져갔던 거다. 그래서 밴드 친구들이랑 살짝 맞춰보고 공연을 했는데, 내 생각에는 그 노래 자체가 좋았다기보다는 그 날의 사연, 그 분위기와 잘 맞아서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놀랐던 건 예전에 태훈이 형(팝 칼럼니스트)이 “노래가 나오고 나면 자기들끼리 만들어지고 그런 건지 만들고 나면 너희 것이 아니잖아.” 그런 선문답을 하셨는데 딱 그 상황이었던 것 같다. 내 손을 떠나서 여러분의 곡이 된 거다. 스스로 가감할 필요는 없었다. 거기서 새로운 사람들이 느끼는 것에 대한 기대는 있었던 것 같고. 스스로 짜릿하고 재미있는 기억이지 않나 싶다. 나는 그 파일을 공유하지 않았지만 콘서트 끝나고 다시 듣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자연스레 그 기분과 마음이 녹음할 때 담겼을 것 같다.

*영우* 맞다. 나는 그 마음만 담으면 되는 거였다. 거북이는 정말 100퍼센트 만족하면서 불렀다.


이전 앨범이 ‘사랑’이 주가 되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일상성에서 차분하게 흘러가는 느낌이 주로 느껴지더라. 변화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건가.

*우진* 작업을 하면서 미리 “우리 이번 앨범에서 이런 얘기를 해보자.”하는 건 없었다. 그런데 하고 나서 보니까 서로 “어?”한 거지. 위로 같은 느낌도 있고, 인생 얘기가 되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일부로 어려지려고 애쓰지 말자 그런 말은 했다. 지금 느끼는 걸 표현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작업을 했는데 하고 나서 보니.

*진환* 희한하다 정말.

*호진* 현재를 노래하는 거다. 스윗소로우 2.5집이 2009년 3월에 나왔다면 그 때의 그 우울하고 그런 감정이 그대로 담겨 있는 거다. 시대상황을 거슬러 올라가서 희망을 얘기한다고 그런 걸 하고 싶지도 않고. 지금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을 그대로 담았다.



 

오래 같이 지냈다. 치부를 다 알고 있는 사이지 않나.(웃음) 그래서 그런지 스윗소로우는 뭘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작업할 때는 어떤가.

*호진* 작업할 때는 사실 눈치 봄의 연속이다.(웃음) 다 A형이고. 주장하고 싶진 않지만 워낙 배려를 하고 생각도 많고 그러니까. 성격이 다르듯이 합일을 하고 싶은 멤버도 있고 자기주장하고 싶은 멤버도 있고 식구같이 그렇게. 한 명이 이상하면 셋이서 쟤 왜 저러니? 요즘 그런 것처럼. 왜 가족들이 딸이 좀 이상하면 아들한테 왜 그런지 묻고 그렇듯이. 그런 생활의 연속인 것 같다. 꺼내놓고 얘기를 해야 앙금 같은 것도 없고 그러니까.


그러고 보니 네 명 다 A형이더라. 서로 A형의 특징을 느끼는 편인가?(웃음)

*우진* 근데 사실 굉장히 다르다.

*진환* 너무 다르다. 서로 너무 잘 아니까. A형들 치고는 서로에게 덜 상처 받는 게 있다. 접고 들어가는 것도 많고. 그런 거 있지 않나. 완벽하게 무시를 못하는 거. 뭐라도 하나 걸려있는 거다. 이렇게 하면 반대도 못하고.

*영우* 나쁜 소리하면 스스로 죄인이 되는.(웃음)

*진환* 어쨌든 합의가 될 때까지 말하면서 맞춰가고 그런다.

*영우* 아까 우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고 하지 않았나. 노력해서 그런 건 아니다 사실. 우리가 서로 얘기하고 하는 것들이 늘 습관처럼 해왔던 과정이지 않을까. 그렇게 하다가 의식해서 하나를 만들어냈다는 거.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게 내제되어 있는 거다. 뭐가 더 좋을까를 계속 얘기하는 과정이고. 그 안에서 성격도 넣고 상황도 넣고. 결국엔 자연스럽다는 게 묻어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처음엔 연세대 합창단에서 시작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네 명이서 딱 모이게 됐는지 궁금하다.

*호진* 그게 운명인 것 같다. 본래는 셋이었는데 막둥이도 같이 하고 싶어서 우리가 꼬득이고.(웃음)

*진환* 형들한테 완전 말렸다.(웃음)

*호진* 결혼하게 되면 두 번째는 그 여자와의 인연이 되겠지만 우선 내 인생의 첫 번째 인연은 스윗소로우인것 같다.

*영우* 정말 서로가 서로한테 말린 거다.(웃음) 서로가 음악을 너무 하고 싶어서 게시판에다 막 글 남기고 사람 찾고 해서 한 것도 아니고. 자연스레 얘기하다가 “어, 나도 그런 데.” “우리가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다가 좌절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딱히 나가기도 그렇고.(웃음) 네 명이서 말려 들어왔는데. 사실 인생이 그렇지 않나. 예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그 선택을 최선으로 바꾸려는 거니까. 연이라면 이런 게 정말 연이고.

*진환* 네 명이 아니었음 못했을 음악. 희한하죠?(웃음)

*우진* 음악을 들으면 다들 알 거다. 솔직히 음악 듣다 보면 “쟤네들은 딱 만들어서 하는 구나….” 이런 게 느껴지지 않나.


맞다. 거짓말하면 다 안다. 스윗소로우는 그런 게 없다. 일부로 알려고 하지 않아도 느껴지니까. 그래서 편해서 좋다.

*영우* 앞으로도 그렇게 가고 싶다. ‘사랑해’에서 제일 아쉬웠던 게 그 지점이었다. 뭔가 ‘너희가 이걸 완벽하게 너희 것이라고 하기엔 약간 좀 애매하지 않니?’ 하는 느낌이 있었다면. 이번에 ‘그대에게 하는 말’하면서 너무 좋은 게 ‘어두운 길 위에 혼자뿐이라도~’ 할 때 정말 너무 우리 얘기인 거다. 노래 부르면서도 너무 편하게 하는 거다.

*우진* 나는 아직도 ‘사랑해’는 쑥스럽다. 사실.(웃음)

*진환* 곡을 만들 때는 분명 그 메시지 그대로 만든 건데 하다 보니까 포장이 그렇게 되더라. 그게 자연스럽게 노래가 나와서 맞춰서 안무도 해보고 했는데 그게 나중에 돌이켜보면 우리한테 안 맞는 옷이었던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호진* 그런데 그게 그 순간에는 최선이었다. 그래서 이만큼 왔다고 생각하고.

*영우* 그런 걸 알아가는 거다. 그게 틀렸다,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는 게 뭘까 스스로 묻는 것 같다. 모니터하면서 우리가 대중 사이에서 차이가 있었던 지점을 생각하는 것들도 있고. 듣는 사람의 귀는 솔직하다는 건 늘 가지고 간다.


맞다. 그건 본인들이 듣는 입장일 때도 그렇지 않나. 올 해 공연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그러고 보면 스윗소로우 음악은 MR로 듣기엔 정말 아깝다.

*우진* 그런 말 들으면 너무 좋다. 스스로 자부심이 있는 게 공연인데. 열심히 하고 있고, 잘 하는 것 같은데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웃음) 아직 좀 아쉽다. “스윗소로우는 공연을 가야 진짜야!” 그런 말을 듣고 싶다.


무대에서 그런 힘을 보여줬기 때문에 <쇼바이벌>에서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주지 않았나 싶다.

*호진* 스윗소로우의 100퍼센트를 다 보여줬다고는 할 수 없었고. 5대 5의 캐릭터랄까. 시간이 갈수록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잘 되더라. 우리가 어떻게 기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음악적으로 알찬 방송이었다.’라고 했을 때 참 기분 좋다. 애초에 버라이어티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는데 좋은 음악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거지.


처음부터 방송에 익숙해지기 쉽지 않은데, 뭐랄까 아주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 거다.(웃음)

*호진* 우리 ‘취중진담’부를 때 대학교 동아리처럼 하고 나왔었다. 흰 셔츠에 청바지.(웃음) 그렇게 시작한 애들이다.

*영우* 끝나고 영자 누나한테 혼났어. “너희들 이렇게 하면 안~돼.”

*호진* 정말 회사 없는 애들처럼 변천사를 보면 눈물 난다고.(웃음) 진짜 우승까지 한 걸 보면 이건 정말 운명이다.


즉각적인 반응이 굉장히 자극이 됐을 거다.

*호진* 반응이 바로 바로 오니까.

*영우* ‘땡벌’할 때?

*호진* 그 때 좀 속상했다. 상처를 많이 받기도 했고. 다들 왜 그럴까, 율동하면 그렇게 싫은가? 속상했는데, 그래도 멤버들이 잘 해줘서 그래서 견뎠다. 대중을 상대하는 게 어떤 건가 피부로 느끼기도 했고.

*영우* 어떻게 보면 냉혹한 상황을 느낀 거다. 그건 우리가 열심히 하면 잘 한다고 해줄 줄 알았는데 이게 그렇게 안 비춰질 수 있다는 데에서 깜짝 놀랐다. 그게 우리를 규정할 수도 있는 거고. 영리하게 음악을 해야 하는 구나라는 것도 느꼈지.

*호진* 그 때 ‘달팽이’ 이런 거 보면 하나도 안 쪽팔린다. 당시에 정말 재밌게 해서 그런 것 같다. 단면적으로 봤을 때 그런 음악을 해야겠다 싶다. 현재에 충실하자 그렇게 생각한다. 피아노 위에 올라가서 쪽팔린 게 아니라 지금 봐도 너무 신이 나서 다시 보고 그런다. 홀린 사람처럼 두 시간을 찍었는데. 그게 정열이고 그게 루이스 엔리케의 열정인 것 같다.(전원 폭소) 미친 듯이, 미친 듯이 정말 미친 듯이 해야 한다.


<쇼바이벌>도 그렇지만 스윗소로우를 얘기할 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를 빼 놓을 수 없다. 팀으로 우승한 건 처음이지 않나.

*호진* 영우 덕분에 갈 수 있었다. 처음부터 나가고 싶었는데 참 잘 안 됐었지.

*영우* 많이 떨어졌다 정말.(웃음)

*진환* 정말 그 해에는 나갈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이틀 전에 녹음하고 낸 건데. 데모 앨범 만들고. 승산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고. 좋아하는 대회니까 타이틀을 가지면 좋지 않을까 했고.

*호진* 정말 드라마틱했다. 정말. 그래서 운명인 거다. 살면서 이런 걸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지 않은 것 같다. 노래를 하는 데 있어서 정말 더 할 나위 없는 칭찬이랄까. 모두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 했던 것에 대한 보상. 운명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단 생각이 든다.

*영우*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라는 타이틀은 정말 갖고 싶었던 거다. 어떤 자격증이랄까. 그 때의 그 기분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열심히 하는 것 같더라. 부지런해야 하는데 그게.(웃음) 팬들이랑 가깝게 소통하는 것 같던데. 아까 말씀했듯이 검색도 열심히 하는 것 같고.(웃음)

*호진* 사실 업데이트를 더 하고 싶은데 요즘 많이 못 해서. 그저 말만 난무하는 홈피를 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고. 나랑 영우랑 진환이는 워낙에 이런 걸 좋아한다. 우리가 싸이월드 초창기 멤버다. 나는 원래 연예인처럼 그런 거 보여주는 거 좋아했고.(웃음)

*영우* 근데 우진이는 그 시간에 책 본다.(웃음) 아, 예전에 프리첼에서 아바타 엄청 샀었는데!(웃음)

*호진* 우리가 제작사에 의해서 기획되고 벤 타고 다니고 그런 애들이 아니라. 팬들과 똑같이 학교 입학하고 졸업하던 애들이라. 대화만 봐도. 아이돌 우상 이런 느낌이 아니니까.

*영우* 게다가 사진을 안 지우니까. 옛날 사진도 다 있고.(웃음)

*호진* 우리도 또 수능 때문에 고민하고, 군대 가서 여자친구랑 헤어져도 보고. 그런 거에서 공감이 되니까. 그래서 라디오를 좋아하고. 다행이다 정말. 이상하게 라디오 출연하면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게 우리였다. 신인부터 멤버 모두가 다 같이 게스트로 10개 이렇게 나가는 팀이 우리 밖에 없었다. 그게 쉬지 않고 계속된다는 게. 참 고맙고 너무 기분 좋은 일이다.

PD 입장에서도 스윗소로우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거지.

*진환* 어? 어떻게 알았나. 정말 그런 캐릭터가 생긴 거다. 라디오에서만큼은.


어떤 공감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거다. 친근하게 만날 수 있다는 그런 익숙한 느낌. 이건 뭐, 워낙에 질문을 많이 받았겠지만 그룹명이 참 마음에 들었다. 역설의 개념이 들어있지 않나. 슬픔과 기쁨의 양면성이랄까. 그런 게 음악에도 묻어나는 것 같고.

*영우* 아까 호진이가 우리가 만난 게 운명이라고 말했는데, 나는 팀명이 오히려 운명인 것 같다. 넷이 만난 것도 운명이지만 팀명이 우리의 음악을 운명적으로 결정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름에 걸맞게? 뭐 그것까진 모르겠는데 어쨌든 ‘이름하고 음악이 왜 이렇게 다르니?’ 이러지 않게 그렇게 음악을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늘 질문을 받으면서 이름에 대한 해명을 하고 풀이를 했지만 사실 어떻게 지어졌는지 우리도 그 순간이 정확히 기억나는 것도 아니고.

*호진* 영우 말이 정답이다. 정말. 영우가 지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뿌듯해진다. 이름의 지향점이 있는데 우리에겐 그게 현재다. 인생의 현재. 인생이 스윗소로우인 것 같다. 사람이 태어나서 로봇으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스윗소로우인 거다. 사람이라서 가진 거. 웃고 있지만 내일 당장 울 수 있고. 울지만 내일 당장 웃을 수도 있고. 인간의 운명이랄까. 그런 느낌이라서 정말 이게 많이 알려져서 외국에도 잘 알려지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 게 있다. 쾌감이랄까.

*진환* 그룹 이름에 대한 얘기는 정말 많이 한다. 그냥 어떻게 지었어요? 이렇게 물어보는 질문일 때도 많은데, 언제 어디서든 똑같이 얘기를 하더라도. 안 지겨운 얘기인 것 같다. 부끄럽지 않고.

정말 운명인 거다.

*우진* 약간 가르치듯이 그런 느낌이랄까.

*영우* 여러분도 그렇지 않습니까? 하고 묻는 거다.


얘기하다 보니까 운명이란 단어가 자주 언급된 것 같다. 문득, 생각난 질문인데…, 스윗소로우에게 ‘운명’이란 무엇일까?

*우진* 난 솔직히 운명을 믿진 않는다. 대신 인연을 믿는다. 나이 들수록 느끼는 건데 내가 이 사람과 인연이라면 헤어지고 싶다고 안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운명은 결과까지 정해져 있는 거니까 그건 싫다.

*호진* 나한테 운명이란 거스르고 싶은 것 같다. 항상 ‘난 좋은 운명을 타고 나서 잘 되고 있어.’ 그런 생각은 하진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스윗소로우로 만나서 또 음악을 하는 이 모든 것이 나의 만족으로 치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에는 한 6집이나 7집쯤엔 정말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선봉에 서고 싶으니까.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주변에서 막 지원해주거나 응원해준 건 아닌데, 그걸 거스르고 이렇게 달려온 게 재미있단 생각도 하고, 그런 것 같다.

*진환* 운명을 믿진 않는다. 예전에는 모든 일에 인과관계가 있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게 아닌 것 같단 생각을 한다. 점점 그 때 이래서 그랬나보다 이런 생각 안 하게 되는 것 같고. 그냥 앞을 보면서 달려오는 걸 생각하는 것 같다.

*영우* 능동적으로 되는 거지, 수동적인 게 아니라.

*진환* 맞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그런 거. 다 이렇게 열심히 하면 딱! 해서 이런 게 되는 겨.(웃음)

*영우* 나는 신앙이 있는 사람이라 운명은 섭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하는 데는 작지만 의미가 있을 거야. 그걸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거란 느낌. 모자란다든지 잘난 척을 한다든지 그런 게 아니라 섭리를 느끼며 사는 편이다. 운명은 그런 거다. 물론 나에게도 자유 의지가 있고 그렇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그런 큰 뜻으로 믿어진다. 운명을 순응하고 들어가는 편이다. 이건 하나님의 뜻이지 이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지? 하는 생각. 나는 그래, 그런 거고. 모든 것이 하찮게 생각할 게 없어지는 순간이 있다.


아, 이걸 빼먹을 뻔 했다. 1번 노래가 ‘노래야’지 않나. 스윗소로우가 하고 싶은 노래에 대한 마음을 담아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우진* 일부로 만들고 싶지 않은 생각이 있어서 가사도 녹음하면서 썼다.

*영우* 멜로디 만들어 놓고 “자, 이제 어떻게 할까? 가사 생각해 왔어?” 이렇게 하고 불렀다 정말.

*호진* 안 들어갈 뻔 했다. 정말 극적이었다. 혼자 새벽에 앨범 들을 때 제일 많이 짠해지고 눈물 흘리는 노래가 ‘노래야’다. 세상에 나오지도 못할 사생아였는데 눈물을 자아내는 노래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노래야를 넣자고 한 게 영우였는데 진짜 잘했다. 아, 그리고 뮤직비디오 보면서도 눈물 난다. 마지막에 공중전화에서 사람들의 그 표정들, 볼 때마다 울컥한다.

*영우* 내가 고집피어서 칭찬 받은 적은 별로 없는데. 그래, 그러자. 늘 그런 정도의 느낌 정도였는데. ‘노래야’는 녹음 끝내자마자 “야, 이거 잘 했다!” 이런 반응.(웃음)

*호진* 다른 사람은 못 느낄 수도 있다. 2.5집의 인트로가 스윗소로우에게 어떤 느낌인지. 이건 정말 우리가 하고 싶은 노래에 대한 솔직한 마음이다.


이번 앨범이 스윗소로우가 앞으로 계속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단단한 초석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호진* 그런 걸 전문용어로 고결작용이라고 한다.(웃음)

*진환* 아, 자꾸 그런 말 하니까. 라디오에서!(웃음) 근데 정말 노래야가 안 들어가고 2.5집이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호진* 그야말로 화룡점정 같은 느낌.

*진환* 순간의 그 뭔가. 현자의 말을 수렴해서 하루의 그 작업이 이렇게 마음을 편하게 할 거라 상상했겠나. 참 인생이 모를 일이다.(웃음)  




                                                                                                                                                     글 이유진 기자 | 사진 이상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