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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홍수경 기자

<전우치> 강동원 b컷과 못다한 이야기(2)


동원씨와의 인터뷰 비하인드가 2편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길군요. 아, 이거 너무 우려먹는다고 나중에 말 듣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요새 너무 많은 인터뷰로 신비주의가 어느 정도 사라졌군요. 지면에 못 실은 인터뷰를 공개하는 건, 영화에 대한 정보가 많이 담겨 있고, 이렇게 보여줘야 동원씨가 기자를 믿고 보여줬던 본모습을 전하는 것 같거든요. 지면의 짧은 요약 인터뷰는 웬지 인터뷰 해준 당사자에게 빚진 느낌이 들어서. 뭐, 저만의 생각이겠지만. 이번 챕터는 주로 선배들과 술 이야기입니다.
408호 <전우치> 기사를 엄청나게 써댔는데 거기서 빠진 게 있네요. 동원씨는 정말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어요. 영화를 보면 강동원이 아니라 귀여운 전우치로 기억에 남네요. 



- <형사>때였나, 술을 잘 못 먹는다고 했는데 요즘은 아닌가봐요?
요즘은 좀 바뀌었어요.
- 왜요?

연달아서 두 작품을 선배님들과 했더니.
- 술 많이 먹기로 유명한 분들과 함께 하긴 했네요.
<의형제>같은 경우는 연기자가 송강호 선배님이랑 딱 둘이어서요. 감독님이 술을 안 드셔서 둘이서 계속 마셨어요. 감독님이 안 드시니까 바통 터치를 못 하겠고. <전우치> 때 선배님들에게 배워서 <의형제> 때 신나게 마시고.
- 아침 촬영은 없었나요?

아침 촬영 있긴 한데, 영화 쪽은 그런 거를 안 좋아해요. 연기자가 다음날 아침 촬영 있다고 술 안 마시는 걸 싫어해요.

- (너무 순박한 멘트에 놀라며) 그런 영화판의 모습을 이제야 알게된 거예요?

네, 이제 알았어요. 저는 옛날에 다음날 촬영 있으면 안 마셨어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때는 좀 마셨네요.

- <전우치>처럼 선배들이 단체로 나오는 영화는 흔치 않죠.

네, 송강호 선배님 말씀으로는 <전우치>가 술자리 환상의 멤버들이래요. 전부다 술 좋아한다고요.(웃음)

- 그래도 현장 끝나고 만날 마시지는 않았겠죠.

(단호) 만날 마셔요. 연기자들이 힘들어서 숙소 들어가도 감독님은 꼭 한 잔 하고 들어가시고. 촬영기사님 조명기사님 다 술 좋아하셨어요.

- 술도 술이지만 남자 선배들이 가득해서 현장의 분위기가 사뭇 달랐을 거 같네요.

재미있었어요. 제가 제일 막내니까. 다 선배님들이라서.

- 혹시 떨었다거나?

제가 성격이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라서.(웃음)

- 정두홍 무술감독이 와이어 장면에서 우아하다고 칭찬하셨는데 특별히 노력을 한 게 있나요?

형사 때 무용을 한 5개월 했나? 그때 탱고도 배우면서 현대무용을 힘들게 했어요. 일주일에 6일. 매일 10시간 넘게요. 짧게는 5~6시간이라도 매일 했으니까요. 그때 무용 선생님이 저보고 콩쿠르 나가자고 그러셨어요. 하하.

- 이전에 무용의 재능을 발견한 적이 있어요?

아니요. 저는 되게 몸치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까 무용도 재미있더라고요. 그때 많이 배워 놨던 게 이번 와이어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무용 배우기 전이랑 무용 배우고 나서 몸이 되게 많이 틀려졌어요. 몸 라인을 인지를 하게 되더라고요.

- 그럼 지금도 해요?

지금은 안 하죠.

- 운동은 딱히 안 하는?

저는 운동 완전 좋아해요. 헬스는 아니고요, 구기종목들. 축구, 야구, 농구 등 공놀이는 다 좋아해요. 축구를 제일 좋아하죠.

- 그럼 현장에서 축구도 했나요?

<의형제>는 운동도 많이 했는데 <전우치> 쪽은 운동을 아예 안 좋아하세요. 그냥 술.(웃음)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현장에서 쉬게 되면 ‘뭐 먹을까’ 고민하고요. 주로 감독님과 김윤석 선배님이 주도하셨죠. 그래서 저는 인터넷으로 그 동네 맛집을 막 찾곤 했는데 다들 알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맛있는 거 먹으러 갔어요. 그게 낙이었어요.

- 그래서 제일 맛있었던 게?

저는 전주에서 먹은 순대국. 전주에 피순대를 파는 골목이 있더라고요. 진짜 맛있었어요. 아직도 그리워하고 있어요.

- 선배들에게 배운 게 있다면 어떤 점?

(단호) 술! 일단 저는 갇혀 있는 생활을 많이 하는데 많이 끌어내주셨죠. 같이 노는 거 잘 못했는데 해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옛날에는 촬영 전날에 술 절대 안 마셨는데. 요즘에는 ‘괜찮아’ 그러고.(웃음) 옛날에는 프로가 다음날 일이 있는데 무슨 술이냐 그랬는데 생각이 바뀌었어요.

- 임수정 씨와 함께 하는 장면이 많지는 않더군요.

멜로 라인이 그렇게 강한 영화는 아니에요.

- 그래도 사랑에 빠졌을 때 멍한 표정을 짓나요?

이 영화에서 제일 아쉬운 게 사랑에 빠진 멍한 표정 클로즈업이 없다는 거? 감독님이 클로즈업을 별로 안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필요 없다고 생각하셨을 텐데, 저는 아쉽다고 생각하죠.

- 임수정씨와 와이어 타는 장면은요?

한두 번 타는데. 어땠지? 혼자 탈 때보다는 확실히 더 힘들었어요. 균형도 잘 못 잡고.

- 김윤석 선배와의 연기는 어땠어요?

화담은 무게를 잡아야 해서 전우치랑 좀 다르죠. 서로가 서로의 능력을 좀 질투하는 느낌이에요. 김윤석 선배님은 모니터 보시면서 이렇게 한번 해보라며 좋은 아이디어들 많이 주셨어요.

- 예전에는 감독만 의지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현장에 재미를 느낀 것 같네요.

진짜 그래요.

- 배우로서 소속감이 생긴 걸까요?

저야 뭐 그냥 막내라서 하자는 대로 따라가고. 숟가락 놓고. (정말요?) 뭐, 각자 알아서 하는 분위기인데 제가 시작은 하죠. 완전 제일 막내라서. 제 바로 위가 유해진 선배님, 김상호 선배님인데 저랑 열 살 정도 차이 나요.

- 후시녹음 현장은 어땠어요? 굉장히 힘들었다고 들었어요.

진짜 괴로웠어요. 호흡 넣을 게 많으니까 다들 한두 시간 녹음하면 목이 가요. 다들 목소리가 좋은 데도 그래요. 저는 그때 한참 컨디션 안 좋을 때였어요. 제가 작품 끝나면 항상 몸살을 앓는데 그때 <의형제> 끝나서 앓을 때였어요. 좀 힘들었죠.

- 대사가 참 많아요.

<M> 때도 적지 않았는데 그보다 많죠. 톤은 조금 하이톤으로 잡았어요. 많은 변화를 준 건 아니고요, 사람 목소리가 얼마나 변하겠어요.

- 일단 얼굴이 망가지든 말든 상관없이 질주해버린 느낌이에요.

저는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써서요.

- 선배들을 보면서 이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있나요?

다들 여유 있고 인생을 즐기는 느낌이에요. 다들 도사의 느낌이죠. 약간 해탈한 느낌? 그런 거 보고 나도 선배님 나이쯤 되면 나도 저렇게 여유 있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고. (갑자기 회상) 유해진 선배님은 현장에서 기다리면서 모닥불을 피워요. 저랑 둘이서 모닥불 앞에 앉아서 애기하다가 촬영 들어오면 불 꺼뜨리지 말고 잘 보고 있으라며 가세요. 그래서 장작 구해다가 불 지피고. 선배님 돌아 오시면 ‘선배님 이거 꺼뜨리지 마세요’ 그러면서 제가 갔다 오고. 고구마 사다가 고구마 구워 먹고.

- 블록버스터 주연이라는 게 실감이 나나요? 인터뷰도 다 한다면서요?

할 게 많더라고요. 생각이 달라진 건 없어요. 제가 많이 움직여도 어차피 영화가 안 좋으면 안 되고, 많이 안 움직여도 영화가 좋으면 잘 된다고 생각을 하죠. 이번에는 제작사에서 너무 압력을 주셔서 ‘하겠습니다’라고 항복했어요.

- 그래서 다들 동원씨 변했다고 난리에요.

아닌데…. 저는 압력에 따라서.(웃음)

- 착해졌다고 그래요.

그렇지 않아요. 저는 똑같아요.

- 외모 때문에 사람들이 노력을 쉽게 인정 안 한다는 점에 대한 불만은 없나요?

보통인 거 같아요. 저는 그런 거는 정말 관심도 없고. 내가 별로 노력을 안 한다고 생각하든 노력한다고 생각하든 관심이 없어요. 그냥 뭐,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노력파’라고 해서 영화가 잘 되고 그러는 건 아니잖아요.


interviewed by hong soo kyoung, photo by lee jun ho

to be continued.(아마 다음주 초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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