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홍수경 기자

<전우치> 강동원 B컷과 못다한 이야기(3)



동원군의 비하인드 인터뷰 3탄입니다. 이번 챕터는 '근황과 요즘 심경' 정도로 요약되려나요. 위의 사진은 컨택트 시트라고 불리는 것으로, 저렇게 여러컷을 늘어놓고 무비위크팀이 합세하여 인쇄할 컷을 몇 개 뽑습니다. 인쇄용으로 만진 컷들은 이제 다 써먹어버려서 컨택트 시트를 일부 스캔했어요.

지금 <무비위크> 409호 마감이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지면에 모신 분은 <이끼> 촬영 때문에 바빠 동원군보다 만나기 힘들다는 초랭이 유해진씨! 410호 신년호에는 화담 도사님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오늘 <의형제> 때문에 장훈 감독님을 뵙고 왔는데 동원군에 대한 찬사가 그쪽에서도 이어지네요.

인터뷰는 아시는 분은 알다시피 <전우치>가 공개되기 전에, 그러니까 기술시사도 하기 전에, 이뤄졌어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아래의 생각들이 또 변하게 될까요? 동원군의 솔직하고 꾸미지 않는 대화법이 빛나는 인터뷰, 그 마지막 장입니다. 



- 사생활과 일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있어요.

당연해요. 안 그래도 엊그제 그거 때문에 엄청 열 받았어요. 케이블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정말 무례하게 굴었어요. 제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서 제가 인터뷰를 허락했다며 인터뷰 해달라고 했데요. 그런 거 민폐잖아요. 저는 어떤 사생활도 외부에 공개되는 걸 원치 않아요. 그러기도 싫어요. 딱 그 선만 정해 놓고 가요. 말도 안 되는 그 프로그램 때문에 아주 불쾌해 하고 있는 중이에요.

- 불쾌함을 어떻게 표현하나요?

뭐, 도리가 없죠. 찾아가서 욕을 할 수도 없고요. 그런 건 인터뷰를 해도 잘 안 써주시더라고요.

-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을 유리하게 이용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좋은 이미지를 강조하는 전략같은 게 안 느껴져요.

물론 좋은 이미지는 필요하죠. 그런데 엄청 착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가 좋아요.

- <의형제>는 왜 그렇게 바투 들어갔어요?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한 달 후에 촬영을 시작한데요. 세팅이 다 끝났다고. <전우치>가 끝나는 시점이었는데 계속 압력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한 일주일 쉬고 바로 촬영하러 갔어요. 사실은 쉬고 싶었는데 쉬기에는 그 시나리오가 좀 아까웠어요. 힘들어서 못 할 거 같았지만 그래도 감독님 한 번 뵈어야겠다며 찾아갔더니 감독님이 ‘저 믿고 그냥 하세죠’ 그러셨어요. 그 말이 되게 와 닿더라고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그냥 결정했죠. 촬영은 엄청 시간에 쫓기고 힘들었어요. 밤도 많이 세고.

- 전우치도 꽤 오래 남아 있을 법한 캐릭터인데 갑자기 바꾸는 것도 힘들었겠네요.

힘들었죠.

- 올 한해 엄청났네요.

태어나서 제일 바빴어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 바쁜 거 안 좋아할 듯?

바쁜 거 안 좋아해요.(웃음)

- 소집해제 후 영화까지 정해놓은 용의주도한 강동원이라면, 군대 가기 전에 두 영화로 토양을 닦고 가겠다는 장기 투자의 목적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그런 건 없어요. 옛날에는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어요. 지금은 그게 되니까요. 그리고 갑자기 1~2년 사이에 분위기가 되게 좋아졌어요. 좋게 말하면 시나리오가 갑자기 많이 들어와요.

- 조인성 등 또래 배우들이 군대 간 사이 틈새시장이 생겼다는 설도 있던데요.

뭐 그런 것도 있겠죠. 다들 군대를 가서 그게 오는 거 같기도 하고. 헌데 갑자기 영화 쪽에서 좋게 봐주신다는 좋은 느낌이 들어요. 시나리오도 많이 들어오고요.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게 되니까 더 바빠지는 느낌이죠.

- 두 영화들로 인해 남자팬들이 늘 거라는 기대는 안 하나요?

 남자 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뭐, 그냥…. 하고 싶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 노력해서 얻을 수 없는 부분은 그냥 놔버리는군요.

있는 대로만 보여주고 있는 대로만 살려고요.

- 전우치는 남자 어린이들이 좋아할 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애들이 좋아하는 거는 괜찮네요. 지나가면 ‘전우치다’ 그러고. 옛날에 송강호 선배님이 ‘너는 아직 애들 팬 없지? 애들이 나보고 괴물 아저씨라 그런다’고 자랑하셨는데.

- <전우치> 때문에 액션배우로서 재평가가 될 수도 있겠어요.

재평가는 바라지도 않아요. 이제 좀 500만도 넘어보고 싶어요.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흥행이 나쁜 편이 아니에요. <M>이 좀 부족했죠. 저는 제 흥행성적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해요.(뿌듯)

- 성공하면 삶이 많이 귀찮아질 수도 있는데 괜찮을까요?

그렇다면 싫을 거예요. 저는 그냥 조용히 살고 싶어요.

- 공방은 계속 다녀요? 

네. 공기 되게 좋아요. 앞으로 만들 것도 있고요.

- 고향 집에 다락방이 본인 공간이라죠? 어떤 식으로 꾸며놨나요?

물건 채워놨죠. 장난감, 인형, 만들어지기를 대기하는 프라모델들. 팬들이 많이 사주셔서 프라모델을 하나씩 하나씩 조립하고 있어요.

- 유해진 씨가 동원 씨 보고 20대를 일로 보내서 안타깝다고 했다면서요?

갑자기 되게 안타까워하면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진짜로 가족같이 측은한 눈빛으로 보시면서요.

- 그런 관점으로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그때 처음으로 생각해봤어요. 못해본 것도 많죠. 일에 쫓겨 사느라 좀 더 자유롭게 못 살았고요. 근데 남들 못 해본 거 해본 것도 많고요. (예를 들면 와이어?) 그건 안 해봐도 되고요! 생활이 항상 그러니까 아쉽긴 아쉬워요. 배우가 항상 외로운 직업이라는데 그런 건 있어요. 선배님들이 지금 그러면 나중에 더 심해진데요. 제가 특별히 노는 게 없어서. 게임은 이제 잘 안 하고, 축구도 안 하고. 여행 다니고. 기타 치고. 목공은 죽을 때까지 할 만한 취미를 찾은 것 같아요.

- 연기도 죽을 때까지 할만 할까요?

그렇죠. 일단 시작을 했으니까 끝까지 해야죠. 제 직업인데 중간에 그만두고 딴 거 뭘 하겠어요? (인터뷰를 끝내려는데 갑자기 억울하다는 듯 토로) ...제가 군대 가기 전에 세 편을 하려고 했는데 <전우치> 때문에 6개월 동안 쉬게 됐잖아요. 숨어 살기는 하는데, 언론에서는 몇 년간 내가 완전 숨어지냈다고 받아들이더라고요. 저는 그런 적 없고, 항상 똑같은데. 6개월 정도 <전우치> 준비했잖아요. 제 생활은 바뀐 게 없고 하던 대로 했는데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늦게 쓰신 거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상한 오해를 받고 있어요. 이건 모두 감독님 탓이에요.(웃음)

THE END


<전우치>의 결과를 두고 다시 생각해볼 일이지만, 강동원이란 배우는 사라져가고 있는 청춘스타의 힘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한 시대 젊은이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스크린을 장악하는 배우를 요근래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정우성이 정점을 찍고난 뒤 송승헌 정도가 있었을까요? 사실 그런 막대한 카리스마가 가능하지 않은 다양성의 세상이라 조승우, 박해일, 류승범같은 개성있는 배우들이 고루 청춘의 자화상을 그려나가기도 했었죠. 강동원이 <전우치>를 통해 소녀 팬덤의 한계를 벗어나 소년들의 사랑을 받는 배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분의 행보도 참 독특해요. <늑대의 유혹>으로 떴을 때 그 이미지로 비슷한 영화나 드라마를 찍었다면 청춘스타로 도장을 콱 박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의 말마따나 '관심이 없어요'이기 때문인지도. 스타보다는 배우가 되고 싶은 성실한 젊은이니까요. 나중에 그의 배우론을 쓸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전우치’ 탐구①]‘타짜’ 감독의 판타지 영화?
[‘전우치’ 탐구②]한국적인 와이어 액션!
[‘전우치’ 탐구③]미술과 CG, 튀면 안 된다!
[‘전우치’ 탐구④]수퍼히어로가 벌이는 한바탕 소동극
[‘전우치’ 탐구⑤]‘전우치’ 무엇이 새로운가?

[전우치①]최동훈, “한마디로 천방지축?...전우치에 강동원 찜!”(엇, 아직 1편밖에 안 올라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