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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이유진 기자

배우 조재현에 대한 짧은 이야기

블로그에 어떤 글을 올리면 좋을까 이런저런 고민을하다가 무비위크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좀 주절주절 늘어놓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인터뷰를  지면엔 쓰지 못하는 개인적인 감상들이 있거든요. 가끔 변태처럼(?) 녹취한 파일을 들어볼 때가 있는데 뭐랄까 시간을 머금은 오묘한 목소리에 때때로 묵직한 힘을 얻곤 한답니다. 암튼, 앞으로 한 명 한 명 풀어나갈 짧은 이야기의 첫번째 손님은 바로 배우 조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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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신념, 고집이 공존하는 강인한 얼굴
그리고 이따금씩 전해오는 유쾌한 웃음



배우 조재현과의 만남은 무비위크 304호 위클리이슈 연극열전2 인터뷰를 위해서였습니다. 연극열전은 저에게 연극의 맛을 알려준 고마운 프로그램이었던지라 개인적인 관심과 애착이 있었답니다. 왜 다시 안 할까 하는 의심과 그리움이 마구 밀려올 즈음에 <연극열전2-조재현 프로그래머되다!>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죠. 제작발표회 날, 오랜만에 동숭아트센터에 북적북적 대학로에서 내노라하는 연출, 작가, 배우들이 총집합했을 때의 설렘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 설렘을 느끼게해준 조재현 프로그래머를 만나야겠다 주먹을 불끈(!)쥐고 인터뷰를 요청했고, 약간의 기싸움 후에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는 연극열전2에 대한 애정을 200% 높여놓았지요.

배우가 아닌 연극열전2 프로그래머로서의 조재현은 연극에 대한 열정과 신념, 고집이 공존하는 강인한 얼굴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씩 전해오는 유쾌한 웃음은 인터뷰어를 마구 사로잡는 무한매력이었죠. 인터뷰 시간 내내 연극을 향한 사랑, 그리고 연극열전2를 준비하기 위한 노력은 한정된 지면에 저의 짧은 필력으로 소화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그는 에너지가 넘치는 멋진 배우임에 틀림없습니다.

며칠 전 무릎팍도사 조재현 편을 봤습니다. 옆에서 어머니는 저 사람이 원래 저렇게 웃겼었구나 하시며 연신 웃음을 참지 못하셨지만, 저는 무릎팍도사를 보면서 그동안 제가 바라본 배우 조재현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설렘과 벅찬 의지로 사회를 보던 프로그래머로서의 그를, 인터뷰 내내 연극에 대한 열정을 토로하던 배우로서의 그를, <뉴하트> 촬영 중간 밥 먹을 시간을 포기하고 달려와 작품을 홍보하는 든든한 연극열전2 수장으로서의 그를, 그 모든 조재현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속에 몰래 품어 놓은 열정이란 이름을 되새기게 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관객들이 찾지 않으면 그 무대는 빛을 잃고맙니다. 단순히 한 번의 빛을 잃는 문제에서 끝날리 없습니다. 빛을 잃은 무대는 의욕을 잃고 열정을 잃고 결국엔 꿈을 잃고 맙니다. 한 번 잃어버린 꿈은 금세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배우의 삶 또한 그 무대 위에 발을 딛는 동안은 무대와 마찬가지란 생각을 합니다.

제가 만난 조재현은 꿈을 품은 사람입니다. 얼마 전 <뉴 하트> 촬영이 끝난 그에게 봄 계획을 물었습니다. "개인적인 계획은 일절 없다. 무조건 연극열전에 올인이다. 밥도 대학로에서 먹고 술도 대학로에서 마시고 잠도 대학로에서 자겠다."는 그는 아마도 지금 가장 멋진 꿈을 꾸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그리고 그 멋진 꿈은 가까운 시일 내에 대학로에서 슬금슬금 실체를 나타내지 않을까 싶네요.



■ 관련 인터뷰 무비위크 304호 위클리이슈 (사진 고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