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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이유진 기자

뮤지컬 _ 김종욱찾기 _ 인연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는 것

뮤지컬 <김종욱 찾기>
인연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는 것

“우리는 흔히 인연은 쉽게 맺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연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는 법, 지금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고 있다면 주위를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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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첫사랑의 설렘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설렘보다 중요한 건 지금 바로 내 곁에 있는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다. 과거의 추억에 얽매여 지금 내 곁의 소중한 사랑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당신의 삶은 어느새 고독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을 찾아 헤매는 한 여자와 그 여자의 첫사랑을 찾아주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 속에는 수많은 인연의 엇갈림과 사랑을 향한 간절함이 뒤섞여있고, 이 모든 것들은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는 우리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여행이 곧 삶의 전부인 여자 주인공, 그녀는 서른이 다 되도록 연애 한 번 못해 보고 아버지 등살에 못 이겨 선이나 보러 다니는 처지. 남자 주인공의 처지 또한 순탄치 않다. 회사에서 쫓겨나고 애인에게 차이고 이제 막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를 시작한 초짜 사업가 정도랄까? 오래 전 인도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첫사랑 ‘김종욱’을 향한 그리움으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는 그녀는 아버지의 강요에 못 이겨 첫사랑 찾기를 의뢰하게 되고, 그와 그녀가 함께 김종욱을 찾아 떠나며 이 공연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티격태격 만나기만하면 으르렁거리는 두 사람이지만, 둘에겐 가슴 속에 담아둔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그 각각의 추억 속엔 우연처럼 시작된 둘의 오래된 인연이 몰래 숨어 있다.

‘첫사랑’이란 단어가 가진 설렘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은 이 공연의 진정한 매력은 ‘운명은 달나라에 있지 않고 바로 내 곁의 사람에게 있다.’는 아주 단순하고 솔직한 진리를 말해준다는 데 있다. 인연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의 우연한 만남과 연속된 우연으로 맺어진 인연을 간직한 그녀, 막상 첫사랑 찾는데 적극적이지 않은 미심적은 태도를 보이는데……사실 그녀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 첫사랑의 환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 사랑하는 사람이 변치 않길 바라는 욕심과 그 사람이 변할까 두려운 마음은 현실의 사랑을 멀어지게 한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말이다. 우리는 언제나 완벽한 사랑과 영원한 인연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의 사랑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변하기 마련이다. “열정은 식고 욕심만 깊어지겠지. 익숙한 서로가 지겨워질 거야. 어쩔 수 없다고 서로를 달래고 스스로를 속이며 변해가는 세월을 탓하겠지.” 안녕, 이란 단어가 가진 쉬운 이별을 두려워하며 쉽게 안녕, 이라 말하며 다가서지 못했던 그녀의 첫사랑. 이 안타까운 첫사랑의 기억은 사랑에 솔직하지 못했던 우리들의 첫사랑과 묘하게 오버랩 된다.

미국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우리는 왜 사랑하는 가>라는 책에서 ‘사랑의 유효기간은 1년을 넘기 힘들다.’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뭐 굳이 책을 통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랑이 식어간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는 언제나 영원한 사랑을 꿈꾸지만 과연 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 존재할까? 사실 영원이란 단어는 상처 받기 싫은 두려움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위한 핑계는 아니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흔히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건 우리의 첫사랑이 언제나 운명처럼 다가와서 운명처럼 사라지는 탓은 아닐까. 운명적인 사랑은 비극적으로 끝나는 것이 정답인 법, 우리는 흘러간 첫사랑의 추억 속에서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으로 남아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따져보자. 비극적인 사랑이 오래 기억에 남을지 몰라도 지금 이 순간의 외로움을 치유해주진 않지 않는다. 흘러간 첫사랑, 그 첫사랑의 추억에 대한 집착은 치명적인 외로움을 동반할 뿐이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이렇듯 보편적으로 퍼져있는 첫사랑 증후군의 실체를 정확히 짚어주는 동시에 진짜 인연을 만날 수 있는 아주 쉬운 해결책을 동시에 짚어준다. “시간이 흐르면 매력도 닳겠지만 난 신기루 안에 신기루를 찾을 거야. 사랑은 자의식이 생기면 끝장이래요. 우리 조금씩만 취해서 살아요.” 가벼운 알코올과 달콤한 졸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충실한 것이야 말로 진짜 내 사랑임에 틀림없다. 물론 환상이 에너지가 된다면 그것 또한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환상 속에 너무 오래 머물다보면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 우리의 첫사랑이 아름다운 까닭은 사랑의 두려움을 슬쩍 외면한 채 예쁘게 포장해 놓은 덕분이다. 아직도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 속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그 포장을 뜯어내고 내 주변의 사람에게 시선을 돌려보자. 그리고 열심히 사랑하자. 인연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는 법, 도망치지 않고 용기 있게 마주하는 이들에게 사랑은 언제나 진실하게 찾아오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