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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이유진 기자

뮤지컬_캣츠_매혹적인 고양이들의 축제

뮤지컬 <캣츠>
매혹적인 고양이들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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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열광시킨 뮤지컬 <캣츠>가 돌아왔다. 매혹적인 고양이들의 감동적인 무대는 화려함을 넘어서 감동적인 메시지를 동시에 안겨준다.”

화려한 무대와 환상적인 안무, 아름다운 음악으로 전 세계 6,500만 관객을 매료시킨 고양이들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마법과 같은 놀라운 판타지를 무대에 재현하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트레버 넌의 환상적인 호흡은 뮤지컬 역사에 신화가 될 작품을 완성했고, 이제 <캣츠>는 전 세계인에게 뮤지컬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고양이들을 주인공으로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사실 <캣츠>가 감동적인 이유는 그 안에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이다. 고양이라는 공통점을 빼면 어느 하나 닮은 구석이 없는 고양이들이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삶을 깊이 이해하며 어우러지는 모습은 우리들이 살아가야 하는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처음엔 눈이 즐거운 작품으로 다가오지만, 고양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수록 숨어 있는 메시지를 찾는 매력이 남다른 작품이다.

‘Jellicle Songs For Jellicle Cats(젤리클 고양이들의 젤리클 노래)’로 시작하는 <캣츠>를 처음 접하면 ‘도대체 젤리클 고양이가 뭐야?’란 의문에 빠지게 된다. 두 발로 걷고 춤추고 노래하는 고양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나 황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캣츠>를 이해하는 데 있어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젤리클 고양이의 진면목을 감상하기 위해선 이 다양한 고양이들의 이름을 고스란히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The Naming Of Cats(고양이 이름 짓기)’를 부르는 그들은 고양이 한 마리에겐 가족들이 편히 부르는 이름, 자기 자신만의 특별한 이름, 그리고 자기 몰래 숨기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이름, 이렇게 세 가지 이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이름은 그들 각자의 삶의 방식과 개성을 존중받을 자격이 있음을 은유하는 것이다. 다채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 그들 각자의 삶에 충실한, 그리고 그 삶에 있어 후회하지 않는 태도야 말로 우리들에게 필요한 삶의 자세가 아닐 수 없다. 도도하고 새침한 고양이들의 자존심이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캣츠>가 단순히 화려한 뮤지컬만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밤, <캣츠>는 고양이들만의 특별한 축제 속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현명한 선지자 고양이 듀터로노미를 기다리는 고양이들은 그가 한 고양이를 선택해 천국으로 보내 새 생명을 얻게 할 것임을 알린다. 그리고 각각의 개성 넘치는 고양이들의 삶을 소개하기 시작하는 데, 총 서른다섯 마리의 고양이가 펼쳐내는 이야기보따리는 인생의 여러 단면이 녹아들어 동감을 자아낸다. 쥐에게 음악과 뜨개질을 가르치는 제니 애니도츠부터 시작해서 매력적인 반항아 바람둥이 럼텀터거, 화려한 생활을 자랑하는 뚱뚱보 버스토퍼 존스, 지독한 악당 맥캐버티, 사공뭉치 몽고제리와 럼플티저, 한 때는 유명한 배우였지만 지금은 늙고 병들어 극장을 지키는 거스 등 한 명 한 명 소개하기가 벅찰 정도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젤리클 고양이들은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반복해서 묻는다. 젤리클 고양이에 대해서 아느냐고, 그리고 우리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냐고 말이다. 이 매혹적인 고양이들의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캣츠>를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종종 객석을 누비면서 경계를 허무는 그들의 행동이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서 감정의 공유를 바라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소망을 표현하는 것임을 알아챈다면 <캣츠>의 감동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T.S 엘리엇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캣츠>는 철학적인 질문들을 곳곳에 숨겨놓은 영리한 작품이다. 세상 모든 고양이들의 삶의 터전인 젤리클을 배경으로 일 년에 한 번 그들만의 축제 ‘젤리클 볼’이 열리고, 한 곳에 모인 고양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 한다. 때론 감미롭고 때론 절로 흥이 나는 주옥같은 음악에 어우러진 그들의 삶은 우리가 이전에 접했던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 중에서도 <캣츠>의 메인 테마곡 ‘Memory'를 부르는 그리자벨라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의미 있는 교훈을 남긴다. 한 때는 아름답고 매력적이었지만 이제는 추하게 늙어버린 그녀에게 남은 건 깊은 외로움뿐이다. 아무도 그녀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풍경은 마치 타인의 상처를 외면하는 우리의 모습을 질타하는 듯하다. 결국 그녀의 과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배려는 뭉클한 감동으로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캣츠>는 지나간 삶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고, 지금의 현실을 당당히 받아들이며, 미래의 행복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야 함을 말한다. “고양이들은 이런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지요. 그러니까 이것은 이것, 저것은 저것인 것처럼 고양이를 대하는 방법도 따로 있는 법이랍니다.” 우리는 젤리클 고양이를 통해 우리들도 서로의 삶을 존중받을 자격이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성대하고 화려한 축제로 시작해서 그들 각자의 이야기를 뽐내고, 그리고 모두가 서로의 이야기에 박수치고 격려하며 또 한 바탕 축제로 막을 내리는 <캣츠>는 보면 볼수록 그 가치와 감동이 더해지는 공연이다. “마음을 열고 들어가세요. 행복의 의미를 찾게 된다면 그 때는 새 삶이 시작될 거예요.” 달빛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그리자벨라의 간절한 노랫소리처럼 <캣츠>의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된다면 이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삶이 당신을 기다릴지도 모른다. 이 매혹적인 고양이들의 축제에 참석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삶에 찾아올 소중한 행복 중에 하나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