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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남은경 기자

갑자기 툭 튀어나온 듣/보/잡 시트콤

interview
<크크섬의 비밀> 송재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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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dy->Adventure->Thriller Sitcom

시트콤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었나?
기획한 건 2월부터였다. 원래 김영기 감독과 케이블TV용 납량특집물로 연쇄살인범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MBC에서 편성이 잡히면서 방향이 바뀐 거지, 무인도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물에서 코미디물로.

<크크섬의 비밀>이라는 제목도 독특하다.
원제는 <로스트>를 패러디한 <저스트>였다. 그런데 잘못하면 소송이 걸릴 수도 있다면서 바꾸라고 하더라. 고민하다가 [크크]하면 코미디, [섬]이니까 어드벤처, [비밀]은 스릴러 하는 식으로 제목을 붙였다. 이 정도면 정말 완벽한 제목 아닌가? 시트콤의 모토 자체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와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인데, 여태껏 보지 못한, 새로운 시트콤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러고 보니 기존의 시트콤과 달리, 미스터리 요소가 꽤 중요해 보이더라.
뭐, 매회 마지막에 으스스하게 끝나긴 해도 결국 코미디로 연결된다는 걸 다 눈치 챘을 텐데? (웃음)

어쨌든 홍보는 미스터리물로 되던데. 미국드라마 <로스트>에서 설정을 따오기도 했고.
이건 나도 좀 억울한 부분인데, 사실 우리가 <로스트>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기획했다. 처음 무인도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물을 하자고 했을 때, 소설 <보물섬>이나 <십오소년 표류기> 같은 어드벤처물을 염두에 뒀다. 그런데 <로스트>가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어서 뭘 해도 그 얘기가 안 나올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아예 콘셉트를 <로스트>에서 따왔다고 하자 했지. 실제론 <로스트>와 비슷한 부분은 별로 없다. 오히려 <미래소년 코난>이나 성룡이 나오는 어드벤처 영화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많지. 회사 조직을 내세웠다는 점에선 오히려 <그레이 아나토미>와 비슷하고. 제목 앞에 [코믹 어드벤처 스릴러]라는 문구가 붙는데, 그게 중요한 순서대로 붙인 거다. 어쨌든 제일 중요한 건 코미디다.

그럼에도 시트콤에서 미스터리 구조가 전면적으로 부각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40부밖에 안 되니까 느슨하게 시작할 수 없었다. 두 달 안에 승부를 봐야 하니까, 스릴러 구조를 차용하자고 생각했지.

원래 미스터리물에 애착이 있는 편이었나?
실제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CSI> 같은 건 잘 안 보고, 대신 웃기는 형사물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살인의 추억>처럼 코미디 코드가 확실한 작품. 미스터리 구조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고, 그 상황에서 캐릭터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매력이 드러나는지 이런 부분에 주목한다. 사람들이 조난당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가 더 중요하지, 배후 음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럼 평소에 사람 관찰하는 걸 좋아하겠다.
그렇다. 심리학에도 관심이 있고, 주변 인물을 시트콤에 반영하기도 한다. 그런데 변형을 시키니까 자기 얘기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허점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잘생기거나 예쁜 배우에게는 오히려 어벙한 성격의 캐릭터를 맡긴다. 그래야 인간미가 생기니까.

Without Set, Without Family

계속 김병욱 감독의 지휘 하에 작업을 하다가, 김영기 감독과 단독으로 작업하는 건 처음이다.
김영기 감독도 <순풍산부인과> 때부터 계속 같이 해왔기 때문에 낯선 느낌은 없다. 감독님이 <거침없이 하이킥> 때 주로 야외 연출을 해서인지, 야외 촬영이나 액션에 관심이 많더라. 마침 나도 그런 게 하고 싶었던 차라 잘 맞았다. 게다가 나이대도 비슷해서 편하게 일하고 있다.

김병욱 감독과 작업할 때와 비교했을 때 다른 부분이 있다면?
<크크섬의 비밀>에선 ENG 촬영이 많다 보니 세트장에서처럼 대사가 생생히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사 코미디는 하기 힘들고, 대신 볼거리와 사건 위주로 웃기려고 한다. 그런 부분이 기존 시트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겠지.

야외 촬영이 많아서 무척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지금 여기 나와서 인터뷰하는 게 너무 미안하다. 비가 많이 와서 방송 펑크 나기 직전이다. 게다가 올가미 설치나 구덩이 파는 게 품이 많이 드는 편이라. 요즘엔 무의도에 피서객이 몰려들어서 촬영장 통제가 안 돼 힘들다고 하더라. 설정상 인적이 없어야 하는데 시끄러우니까 애로사항이 많지.

촬영 중 에피소드도 많겠다.
들은 얘기인데, 이외수 선생님이 배에서 짐을 내려놓는 신에서 스태프들이 죽을 뻔했다고 하더라. 해안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는 바람에 암초에 두 번이나 걸리는 바람에. 요즘엔 배 타고 찍는 장면이랑 해안가에서 찍는 장면을 넣으면 가만 안 두겠다는 협박(?)까지 한다. 그래도 몰래 대본 쓰는 거지 뭐. (웃음) 무인도에 표류된 후 팀원들이 담배를 가지고 다투는 에피소드의 경우, 심의에 걸려서 통째로 들어내라고 할까 봐 좀 걱정했다. 웃긴 장면들이 잘려서 아쉽긴 한데, 아예 방송 안 된 것보단 낫지.

주로 가족 시트콤을 했는데, 이번에는 [일일쇼핑 구매부]가 배경이다.
사실 가족 시트콤을 너무 오래 했지. 하고 싶어도 이젠 할 얘기가 없다. <순풍산부인과> 때부터 한 2,000개를 했나?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니까 우리도 지겹더라. 무조건 세트와 가족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가 컸다.

회사라는 공간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내 위치가 좀 독특한데, 반은 프리랜서고 반은 조직에 몸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리랜서 입장에서 봤을 때 가끔 조직 자체가 우스꽝스러워 보일 때가 있다. 그런 요소를 코미디로 승화시키려고 했다. 또 가족보다 쓰기 쉬운 점이 있다. 가족 사이에는 불화가 일어나도 극한까지 몰아 부칠 수가 없다. 어느 시점에선 반드시 화해를 해야 하니까. 그런데 일로 뭉친 사람들 사이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지 않나. 가족물에선 러브라인 짜기도 고달프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선 삼촌 조카가 얽혀 있어서 피곤했고. 지금은 회사가 배경이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

각각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한다면?
배우 본인의 성격이 꽤 많이 반영됐다. 김선경 부장의 경우, 원래 연극적 대사 톤이 아니었는데 뮤지컬배우였던 그녀가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했다. 김광규 과장은 코미디 담당인데, 배우를 만나면서 초반 설정이 조금 바뀌었다. 실제로 만나 보니 춤에 대해선 전문가 수준이더라. 처음 만난 날 탱고바에 가서 춤추는 거 구경하고, 동호회 예명이 [람세스]라는 것도 들었다. 그런 점을 조합해 좀 더 귀엽고 애교 있는 [김 과장] 캐릭터를 만들었지. 말이 느리고 곤란할 때 마냥 미소로 때우는 건 신성우 본인 성격 그대로인 부분이고, 기존의 [테리우스] 이미지를 살짝 비틀어서 웃음을 주려고 했다. 윤상현의 경우엔 <겨울새>를 보면서 완전 팬이 돼서, 무조건 그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겨울새에 나오는 주경우 캐릭터를 그대로 따왔고, 주변에 [초딩]스럽게 여자에게 작업을 거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도 참고했다.

김 부장이 유난히 남자를 꺼리는 태도도 특이하더라. 그런 설정은 어떻게 생각해냈나?
최근에 고전 영화 <아프리카의 여왕>을 우연히 봤다.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굉장히 순수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일단 덜 끈적거리는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싶어서 그 영화를 많이 참고했다. 영화에서 캐서린 헵번이 남자 경험이 전혀 없는 전도사로 나오는데, 거기에서 콘셉트를 따온 거다.

이외수 선생님의 출연이 단연 화제다.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
미스터리하면서 특이한 성격을 가진 선장을 연기할 사람이 필요한데, 두 달 동안 마땅한 인물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이외수 편]을 보다가 {저거다!} 한 거지. 마침 이외수 선생님이 어머니의 친척이어서 알음알음으로 졸라서 섭외했다. 잘 어울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기대 이상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이순재 선생님이 떴던 것과 같은 효과를 이번에도 기대하는 건가?
그러면 좋겠지만, 이번엔 접근방식이 좀 다르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캐릭터쇼였다면, <크크섬의 비밀>은 스토리극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캐릭터가 형성되는 거지. 그래서 인물에 정들고 스토리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반대로 초반에 한방 크게 터트려지지 않아서 힘든 점도 있고.

1회에 윤호가 게스트로 잠깐 나왔고, 이형사도 등장했다. 김 부장의 {브라보!}도 박해미와 비슷한 느낌이 들고.
그냥 잔재미를 위한 거다. {브라보!}는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입버릇인가? (웃음) 쓰고 나서 나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형사는 좌천돼서 섬으로 왔다는 설정인데, 미스터리 구조가 중요한 만큼 <거침없이 하이킥!> 때보다는 비중이 커질 것 같다.

다른 시트콤에 비해 플래시백이 많이 사용되는 느낌이 들더라.
무인도에선 뭔가가 표면적으로 진행되기 힘들지 않나. 플래시백을 통해 회사에서 일어났던 복잡한 과거를 캐는 재미도 있을 거다. 염소철 주임의 경우에도 극의 흐름으로는 굉장히 빨리 죽었는데, 플래시백으로 캐릭터가 드러난 경우고. 앞으로도 과거 얘기가 많이 나올 텐데, 예를 들어 무인도에서 연애를 하는데…. 아, 이런 거 다 스포일러구나. (웃음)

염소철 소장이 죽으면서 갑자기 염소가 등장하는 것도 웃기더라.
원래 무인도에 염소나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이 많다. 우리 시트콤을 게임이라 생각했을 때, 염소는 일종의 아이템이다. 인물들이 무인도에서 생존하기 위해 [득템]을 한 거지. 식량이 든 관이나 거북이집, DMB 수신기도 그렇고. 앞으로 이 사람들이 뭘 얻고 뭘 잃어버리는지에 주목해서 보면 재밌지 않을까.


No Pain, No Gain
40부로 제한돼 있는데, 금방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불안하지 않나?
이건 일종의 실험이다. 애초에 40부만으로 승부를 보려던 게 아니었다. 가장 이상적인 건 30부쯤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해 마지막에 가장 궁금하게 하는 방식으로 끝나는 거지. 그래야 시즌제로 갈 수 있고. 시즌제가 정착돼야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선 시즌제가 성공하기 어려운 분위기이긴 하다.
시즌제를 불가능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톱스타를 중심으로 미니시리즈를 제작하는 풍토다. 톱스타를 연속해서 잡는 건 정말 힘들지 않나. 좋은 시추에이션극이 정착되고, 그를 통해 배우들이 스타로 성장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목표 시청률은 일단 20퍼센트인가? (웃음)
일단 두 자릿수만 넘었으면 좋겠다. 우리 시트콤의 주시청자층은 저녁 7시 40분경에 TV를 잘 안 본다. 가족 시트콤이 아니라서 어른들이 보기에도 어려운 부분이 있고. 대부분 인터넷으로 몰아서 보는 것 같다. 중간에 올림픽 브레이크까지 있어서 힘든 점이 많은데,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지 않나.

3분의 1 정도 방영된 상태인데, 이 시트콤의 관전 포인트가 뭐라고 생각하나?
난 지금 내가 보고 싶은 시트콤을 쓰고 있다. 미국드라마의 경우 도대체 뭘 봤는지 잘 모르겠는데, 다 보고 나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고 또 보고 싶어지지 않나. 나도 그런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인간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정신없이 빠져들어 볼 수 있는 드라마. 우리나라 드라마의 경우 주인공 두세 명의 이야기만으로 80분 편성을 길게 끌고 나가는데, 나는 짧으면서도 복잡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이런 이야기가 처음에 정들기는 힘들어도 꾸준히 보다 보면 중독되기 쉽다. 앞으로 더 재미있어질 거라고 생각하니까, 많이들 봐주셨으면 좋겠다.

글 남은경 기자 | 사진 김형식


*****

<크크섬의 비밀>은 일주일만 꾸준히 보다 보면 재미있어지는 시트콤이다, 정말로. 특히 김과장과 신과장이 람세스와 테리우스를 부르짖으며 바닷가에서 뛰노는 장면, 김부장이 신과장에게 업혀가는 장면은 개인적인 추천 장면. 오랜만에 참신한 시트콤이 등장해 흐뭇하다. 다만, 7시 40분이라는 시간은 기자에게도 압박스러워서 본방 사수에 다소 문제가 있다. 시청률이 도무지 오르지 않는 건, 작품성이나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대 때문이라는 생각이 심각하게 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