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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이유진 기자

<신기전> 정재영 & 한은정 인터뷰 전문

 

<신기전> 정재영 & 한은정 인터뷰 전문


이번 추석 박스오피스에서 <신기전>이 당당히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오랜만에 한국영화가 1위를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더라고요. <신기전> 시사회 당일에 진행했던 정재영 한은정 두 배우의 인터뷰 전문을 공개합니다. 한은정씨가 예쁜 의상을 갈아입는 동안 정재영씨와 먼저 영화와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나눴고요, 촬영이 끝난 다음에 두 분과 함께 즐겁게 <신기전>에 대한 수다를 꽃피웠답니다. 두 배우와의 즐거운 인터뷰를 가감 없이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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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뚝심 있는 배우 정재영, 그와 나눈 조금은 진중한 대화


리액션이 좋은 배우란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굉장히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배우의 기본적인 것들이니까. 연기에는 액션과 리액션이 다 포함된다. 액션이 좋은데 리액션이 안 좋다 이런 얘기는 아닌 것 같다. 구분해서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배우는 기본적으로 살아 있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보여 지는 것도 되지만 그 작품 자체가 트레이닝이 되어야 한다. 발전을 해야 하는 거지. 한 컷 한 컷 찍는 게 실전인 동시에 연습인 거다. 고통스러운 건데. 살아 있으려고 노력하는 게 고통스러운 것이 있다. 연극도 두 시간동안 한 번도 퇴장 없이 살아있지 않으면 관객이 너무나 보고 있으니까. 컷이 있고 NG도 없고 그럴 수도 없고 무대 위에서의 트레이닝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 상대편이라도 나라는 느낌을 알아야 하니까. 살아야 하는 거. 분석하고 그런 건 촬영 전에 하는 거고 촬영 들어갔을 때는 느낌 그대로 가야하는 거고. 사람은 같은 리액션을 하더라도 천차만별인데 똑같아도 다 다를 수 있고 다 다르지만 똑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건 살아있지 않은 느낌인데. 결국 연기라는 건 무대 건 스크린 이건 얼마나 살아 있으려고 노력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아무리 디렉션이 좋아도 연출이 모든 걸 책임을 지고. 연출이 70% 배우 포함 스텝들이 30% 메꿔 주는 거다. 연출이 아무리 얘기를 해도 배우는 표현을 할 수 없는 거다. 느낌이 부족한 느낌이 생기는 거지. 연출이 말하고자 하는 느낌 플러스 알파 내가 소화해서 최대한 근접하게 표현해내려면. 그 사람으로 살아 있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배우는 그 위치에서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인 것 같다.

맞다.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쉬지 않고 연기하는데 힘들거나 지치진 않는지.

사실 쉬지 않고 하는 건 아닌데, 쉬면서 하는데.(웃음) 뭔가 캐스팅이 되도 영화를 하고 있는 것 같고. 촬영 들어가도 끝나도, 쉬다가도 개봉할 때 되면 하고 있는 것 같고. 이런 식으로 되기 때문에 하고 있는 듯 하면서도 어떤 사람은 계속 하고 있는 데도 안 하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많이 해서 쉬지 않고 해서의 문제는 아니고. 많이 해도 쉬었다 해도 힘들고 힘들 건 똑같다.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 어떻게 보여지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쉬면 감을 잃어서 힘들다. 새롭게 연습을 해야하고 그런 문제들도 부딪힌다.


연습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스스로는 어떤가? 일상적인 걸 잘 캐치할 것 같은데.

모든 것을 연기자가 가지고 가야할 트레이닝이라고 생각한다. 24시간 모두가 연습, 그 안에서 얼마나 살아있느냐의 문제. 언제 날 잡아서 복귀하느냐,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은 어떤가 저런 면이 있구나 저런 캐릭터는 이렇구나. 일상의 모두가 연기자의 모델이다.


세상은 결국 큰 무대지 않나.

맞다. 그게 인간 삶의 비밀이다. 생로병사의 비밀 이것처럼. 보통 사람들은 자기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유심히 볼 필요가 없는 거지. 예를 들어 무속인은 그것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민감한 거다. 점이라는 게 말 그대로 점인데, 사람이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과연 이 사람이 나를 속이려고 하는 사람인지, 고민이 있어서 오는 사람인지. 눈부터 시작해서 손톱에 껴 있는 때부터 시작해서 캐치해서 반은 맞히고 반은 못 맞히듯이 직업적인 게 있다. 힘든 일은데, 일상에서 얼마나 살아있느냐를 고민한다. 어떤 단역일 때는 그런 생각을 안 했는데 신이 늘어나면서 더 중요한 것은 김유진 감독님이 작품을 하셨지만 연출의 흐름을 이해해야 하고. 연출보다도 더. 이 신에선 과연 어떤 느낌일까, 설주는. 다른 영화를 통해서는 다른 프로그램 (올림픽이라든지, 드라마를 보면서) 저게 리얼리티인가? 저런 감정인가? 영화 보면서 오버야, 억지 감정이야, 이러는 거. 만약에 <신기전>이 재미 하나도 없고 그렇다면 신기전 날아갈 때 {뭐야 계몽영화야?} 할 수도 있다. 그건 만드는 사람이 흐름을 몰랐다는 거다. 전혀 상관없이 자기 생각, 흐름으로 만들었다는 거다. 그만큼 연출도 배우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정말 그건 너무나 중요하다. 감도 중요하지만. 좋은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편향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거나 극우 극좌도 아니다. 굉장히 한 가지 사고방식을 가지고 고정관념이 박혀있으면 곤란하다. 우유부단한 게 아니라 폭이 넓어야 한다. 배우는 정치가 사상가가 될 수 없다.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좋은 눈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배우들은. 나도 그게 안 되니까, 평생이 싸움인 거다. 우리 감독님도 마찬가지고. 아직도 CG 써본 적도 없고 액션 신 안 해봤다 한다. 단지 정확한 눈을 가졌기 때문에 어떤 액션이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모든 분야는 그래서 연출인 거다. 자기가 주 종목으로 뛰고 있기 때문에 편향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조명, 무술 등 그걸 잡아주는 거다. 연출은. 그게 아니면 하나만 본단 말이다. 음악만 좋다 이런 건 아니다. ~는 좋더라 이건 그만큼 연출을 못했다는 거다.


개인적으로 부분 별로 상 주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렇지! 사실 작품상만 주면 된다.

영화는 결국 완성된 작품으로 평가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좋은 영화들은 ~도 완벽하지 않는데, 그냥 이상한 건 아니고. 뭔가 좋단 말이지.

합이 좋다고 해야 할까?

맞다.


예전 <킬러들의 수다> 개봉하고 난 뒤에 한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연기 잘 하는 배우로 평가 받고 싶다}고 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목표는 마찬가지다. 그 때에 비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일 뿐이다.


상대적인 것일 뿐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좋게 말해주지만 이대로 몇 년이 답보되면 그 때는 잘 했는데 하는 거다. 연기력이 뚝 떨어지나? 그건 아니다. 연기를 잘 한다는 거에 포함되어 있는 건 눈도 좋아야 하고 어떻게 작품을 선택하고 어떻게 하고 관객들에게 질리지 않는 신선도를 유지하느냐 누가 오래.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의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또 다른 포장을 하는 거다. 내용은 크게 변하지 않지만, 유통기한이 계속 늘어나는 것 같다. 상한 것 같지 않은 느낌. 그래서 좋은 영화는 포스터도, 음악도 좋아야 하고.


스스로 유통기한이 신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느끼나?

그게 가장 큰 숙제다. 연기만으로도 숙제인데, 예전에는 그 숙제만 풀려고 했는데 숙제가 많아지는 거다. 초등학교 때는 구구단만 외우면 됐었다. 그거 외우고 났더니 나눗셈 분수 나중에 미적분 나오고 끝이 없더라. 숙제가 많아지는 거지.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고. 어떻게 유지해야 하나? 막연히 연기만 잘한다고 해서?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 똑같다고 평가한다. 연기는 잘 하는데, 똑같지 않냐? 이건 가능성이 없다는 거다. 기대심리가 달라지니까.


매 순간 선택이다. 설주라는 인물을 선택할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떤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궁금하다.

어떤 얼굴을 보여주겠다고 해서 보여 지지 않고 결과적으로 영화가 다 완성 되었을 때 보고 관객이 선택하고 판단하는 거다. 신선하다 잘 했다 못 했다. 캐릭터도 보는 사람의 몫이다. 이번엔 감독님이었다. 김유진 감독님 작품을 좋아했었고. <와일드카드> 좋아했었고. <약속>도 만듦새가 그 전과 다른 신선함이 있었다. <신기전>에 닭살 돋는 부분이 있는 거지만 일반 대중에 눈에선 눈물 흘릴 수 있다. <와일드카드>로 형사물이 달라졌다. 할리우드처럼 보여줬다면 허황되게. 나중에 나오는 것들 일상의 리얼리티를 끌어내렸다는 거, 공감을 자아냈다는 거. 사극은 사극, 픽션적인 면이 많아서 원래 안 좋아한다. 그런데 김유진 감독님이라서 선택했다.


● 남매같이 다정하고 유쾌한 정재영 한은정과의 즐거운 수다


정말 하루 종일 너무 고생이 많다.

정/ 점점 정신없어진다. 예전엔 그러지 않았는데, 그러다보면 형식적으로 되고. 농담 따먹기 하고 차별화 없어지고 재미없어지는 것 같아. (한은정 부르며) 은정아 이리와. 추우니까 뭐 걸쳐.


서먹서먹한 것 같더니 아닌 가보다.

한/ 눈빛 못 봤나? 쌍 하트!(웃음)

정/ 촬영 끝난 지 8개월 됐다.


그 동안 뭐 했나?

정/ <강철중> 찍고. 개봉하고. 은정이는 드라마 찍고 CF 찍고.


돈은 이쪽이 더 많이 벌었겠다.

한/ 오빠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했는데.

정/ 좀 쏴라. 오빠는 부양가족도 있고 어렵게 살아왔잖아.(웃음)


부양가족이 <신기전>을 볼 수 있나?

정/ 볼 수 있다, 큰 애는.


좋아하겠다. 칼싸움도 하고 멋있게 나오는데.

정/ 그렇게 좋아한 적은 없다.(웃음)


키스신 발언으로 검색어 순위 1위다.

한/ 별 일이야. 여기는 와전 되는 게 심해서. 살짝 노출했다니까 베드신 나오고. 깜짝 놀랐잖아.(웃음)

정/ 댓글 보면 낚였다 하는 거 나오고.(웃음)


은정씨는 첫 주연 부담스럽지 않았나?

한/ 그런 거에 부담감은 없다. 책임감은 있지만 그런 거 있으면 못한다.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 있겠지 하는 믿음으로 하는 거지. 그런 거 연연하고 부담스러워하면 신경 쓰면 못 한다.

정/ 얘가 굉장히 낙천적이다. 어차피 난 잘 될 거니까! (웃음)

한/ 그리고 또 여자가 나 밖에 없고, 오빠들 밖에 없으니까 아무래도 편한 게 있었다.


쉬는 시간에 어땠을 지 궁금하다. 남자들만 모여 있고 여자 혼자 적응을 어떻게 했을지.

한/ 원래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니다. 현장에 있을 때 현경이는 수다스러운 편이라 오빠들이랑 잘 어울렸는데. 혼자 앉아있으면 몇 마디씩 하고 그런 거지. 오빠들이 그래도 많이 챙겨주시더라. 밥 먹었니? 이런 거라든지. 오늘 뭐하니?

정/ 술 마시자고 꼬시고. 거의 매일 술 마셨다. 은정이는 여배우다 보니까 술을 잘 하지도 못하고. 마시고는 싶은데 여배우는 일찍 나와야 하니까. 헤어에 분장도 디테일해야하지, 현대물처럼 하는 게 아니니까. 피곤이 두 배고, 아침에 붓잖아.

한 /부어가지고. 피곤한 건 참고 먹겠는데, 부어서 술 못 마셔서 고통이었다. 같이 먹고 가야하니까. 차라리 스타트를 하지 말지.


술의 종류는?

한/ 막걸리. 감독님이 워낙에 좋아하셔서.

정/ 지방에서 찍어서 손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진짜 맛있었다.

한/ 맛 있었다. 정말.


사극 처음이고, 전국을 누비며 촬영했다고 들었는데 힘들었을 것 같다.

한/ 패턴이 다르더라. 나는 드라마가 익숙해서 집에서 씻고 나오고 그러는. 촬영 간다고 짐을 싼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가서 운동도 못 하고 걸을 데도 없고 너무 답답하더라. 운동 안 한다고 안 붓냐 그것도 아니고. 평소 리듬대로 못하니까 미치겠더라. 방 안에서 맨 날 윗몸 일으키기 하고. 여자가 없으니 어울릴 친구도 없고. 심심하니까 꼬박꼬박 밥은 먹고.

정/ 집에서 왔다갔다하면 패턴이 안 맞는다.(웃음) 어떻게 하면 밖에서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집에 오면 가족이 있으니까 애들도 있고 그럼 어떤 역할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 아빠가 남편이 되니까 헷갈려버린다. 나는 거꾸로 은정이랑 정 반대. 올라가야하니? 더 있다가 가라. 하고.

한/ 야외 바비큐를 한 적이 있었는데 취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는 애들 때문에 산다고 그런 얘기를 하더라. 감동했다. 아이들이 아니면 열심히 살 이유가 없다. 하더라. 가족들 때문에 산다고 해서 감동. 그 때부터 좋아하지 않았나.(웃음) 남자가 가정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정/ 내가 진짜 많이 취했구나.(웃음)


도외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사극 선택한 게 궁금하다. 홍리의 어떤 면에 끌렸나?

한/ 많은 분들이 이야기 하는데 그런 이미지가 참 어떻게 보면 난관이다. 바꾸려고도 많이 했었는데, 그 이미지의 광고 효과가 있어서.(웃음) 솔직히 이미지를 저버릴 수가 없더라.(웃음) 세련된 이미지가 강해서 그걸 바꾸려고 <서울 1945>도 했는데 광고가 있어서. 먹고 사는 데 너무 많이 도움을 주니까.

정/ 그 도외적 이미지는 어떻게 만드는 거니? 나도 좀 해보자.

한/ 많은 작품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쉽게 버릴 수 없는 거. 알지 않나?(웃음)


<신기전>에서도 나름 그 시대에서 도외적 이미지 아닌가? 신여성. 설주가 한 눈에 반하는.

정/ 설주가 깜짝 놀라는 거지. 숨겨달라고 해서 범죄자인 줄 알았는데 {으잉?} 웬 공주가 나오는 거야. 완전 반하는 거지.


닭살스러울 수도 있는 로맨스가 있는데.

정/ 하는 사람이 닭살스러우면 힘들지. 진실이라고 당연히 믿어야 하지. 플러스 알파. 더 진실되야만 닭살스러움이 커버되는 거지.


카리스마가 있게 나올 줄 알았는데, 간간이 예전에 했던 정재영 식 코미디가 섞인다.

정/ 기존에 내가 해 왔던 코미디와는 다르다. 감독님이 의도한 거고. 기존에 툭툭 던지면서 했다면 이번에 표정 연기를 굉장히 많이 한 코미디. 슬랩스틱 수준. 처음에 그래서 애를 많이 먹었다.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닌 가 싶고. 감독님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에요? 하면 감독님이 {더 해. 더 오버해. 괜찮아. 더 만화적으로 오버해.} 하시고. 퉁명스러움에서 나오는 코미디였다면. (약간 해학적으로?) 그게 오버스럽게 느껴지지 않은 건 사극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부분에선 너무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래야 풀린다는 거지. 그래서 합쳐지면 능글능글한 캐릭터가 완성되는 거지. 그 전의 코미디는 능글능글하진 않았다. 그런 게 많이 달라진 점이 아닐까.


홍리도 강약이 있는 전형적이지 않는 캐릭터인데.

한/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웃음) 감독님이 일부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런 게 있다. 현장에서 연기할 때 답답했다. 리허설을 하면 계속 바꾼다. 영화는 시간을 재니까 답답한 거다. 드라마는 연기에 맞추는데 영화는 초 안에 연기를 해야하니까 그게 힘든 거다. 드라마는 연기 하라고 하고 거기 맞춰서 콘티를 짜니까. 그걸 다 자르는 거다. 내 게 맞는 것 같고 감독님이 제약을 하나 싶기도 하고. 근데 편집하는 걸 보니까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걸 잡아내시더라.


감독님이 디테일하신 편인가?

한/ 부처님이다. 섬세하고 예민하시다. 그런 걸 보면서 연출 괜히 하는 게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역이 정재영이라고 할 때 어땠나?

한/ 좋았다. 근데 그런 것도 있었지. 나는 언제 꽃미남이랑 연기하나.(웃음) 이번에도 이성재 오빠랑.

정/ 급 실망이다.(웃음)

한/ 생긴 게 꽃미남이랑 안 어울리나봐.

정/ 그게 행운인 거야. 네가 더 빛이 나는 거야.

한/ 개인적인 이상형은 꽃미남은 아이에요. 남자다운 사람.

정/ 돈 많고.(웃음)


다른 배우들 액션 할 때 혼자 이렇게 있어서 뻘쭘 하진 않았나?(웃음)

한/ 대가하고 있어서 계속 앉아있는 것도 힘들더라.(웃음) 같이 있었으니까.


홍리는 아버지의 일을 이어서 해야 하는 책임감도 있고 동시에 아버지만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열등감도 있다.

한 열등감보단 어떻게든 나라의 큰일을 맡고 있는데.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거니까. 뭐라고 해야 하나?(웃음)


본인의 애국심 정도는?

한 평소에는 없는데 월드컵이나 올림픽 할 때만.(웃음)


정재영씨는? 애국보단 여자를 구해야하고, 이문을 남겨야하고.(웃음)

정/ 나라보다는 내 식구들이 더 중요하고. 그걸 통해서 애국도 하면 좋지만, 그걸 내팽겨치고 하는 건 애국이 아닌 것 같고. 설주 입장에선 그런 거다. 내 입장에선 좀 신기하다. 관심 없었는데 선수들이 너무 잘 하는 거다. 박태환 저렇게 잘 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금메달 땄다니까 달라지는 거다. 자유형으로. 평생 못할 줄 알았는데, 스무살 밖에 안 된 친구가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데. 난 뭐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 어린 나이에. 즐길 거 하나도 못 즐기고. 어린 애들이 가는 클럽도 한 번 못 가봤을 거 아닌가. 그렇게 한 노력이 전 국민을 감동받게 한다는 거에 대해서. 내가 너무 초라하고. 그 존재가 너무 대단하게 느껴지는 거다. 나 스무살 때 뭐했나 똥오줌 못 가리고 내 생각 밖에 못하고. 애국심도 애국심이지만 이번에 올림픽 보면서 반성 많이 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배우들도 선수들 못지않게 열심히 한 게 아닌가.

정/ 비교가 안 되는 것 같다.


한은정씨는 얼마 전에 평생 연기하고 싶다고 했던 인터뷰를 봤다.

한/ 연기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연기가 좋아해서 열심히 하다보니까 부를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니까. 이걸 안 하면 병이 날 것 같은. 그래서 연기를 하는 거다. 어떻게 따지면 연기를 하면서 버는 돈은 뭐.

정/ 은정이는 그럴 수 있다. 연기를 안 해도 CF 하면 되는. 나는 다른 거지. 연기 안 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없어.(웃음)

한/ 처음엔 광고로 데뷔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그런데 슬럼프를 겪고 나면서 바뀐 것 같다. 연기에 대한 욕심을 갖게 한 작품은 없고 슬럼프를 겪고 나서 작품인데. <서울 1945>가 그랬다. 어떻게 보면 요즘 젊은 친구들이 많은 일을 하지 않나. 나는 한 번에 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시행착오와 아픔을 겪고 뭔가를 만들어 내는 그런 팔자? 그런 사람인 것 같다. 한 번에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아픔도 겪고 쓴 맛도 보고. 어떻게 생각해보면 속상할 때도 있다. 남들처럼 편하게 계단을 못 오를까. 한 편으론 그런 게 다 있으니까 쉽게 내려오진 않겠지 하는 믿음? 이런 게 있다. 낙천적으로! (웃음)


왜 되지 않을까에 대한 선배의 조언은?

정/ 상대적인 거다. 다른 사람들은 한 번에 된 것처럼 보이는 거지 실제로 한 번에 되는 사람은 없다. 전 세계에 단 한 사람도 없다. 안에 보면 그러지 않을 확률이 99퍼센트. 그렇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는 거다. 다들 한 번에 돼버리면 짜증나서 어떤 일도 못 한다. 운이 다 좌우해버리면. 운칠기삼이라고. 운도 중요하지만 삼이 없이는 절대로 백이 될 수 없다.


배우들은 운칠기삼인 건가? 누구나 다?

정/ 그렇다. 운이 왜 7이냐면 그만큼 무형적이어서. 손으로 잡을 수 없으니까 운으로 작용하는 게 크게 느껴지는 거다.


배우는 선택을 기다려야 하니까 운이 작용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정/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백 퍼센트 확신이 없으니까. 좋아할 지 안 좋아할 지 사랑 받을 지 아닐지. 똑같이 만들었는데도 누가 먼저 만들었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지니까.


<신기전>이란 작품에 자신감이 있나?

정/ 작품 자체로 욕을 먹거나 하진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만든, 기존에 만들어왔던, 취향에 따라 보는 게 다르겠지만. 단점보단 장점이 많은 작품이다. 퍼펙트한 작품들도 있겠지만, 단점보단 장점이 많은 작품이 될 것 같다. 그 정도면.

한/ 아직 못 봤지만. 일단 들리는 얘기들이 좋은 얘기들만 있어서. 아직까진 부정적인 생각은 안 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번에는 {운이 왔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은 하고 있다.

정/ 네가 때가 됐어.(웃음) 밥 살 일만 남은 거야.


설주는 왜 이렇게 칼싸움을 잘 하는 건가?(웃음)

정/ 위대한 사부 밑에서. 쿵푸팬더?(웃음) 잠깐 나오지만 금오스님과 같이 배운 거지. 창강도 안다. 조선 제일의 검이라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서 거들먹거리는 것 자체가 칼에 대해서 잘 아는 거다. 창강이 {허, 왜 이러나} 하는 게 아는 거다. 설주의 능력을.


옆에서 액션 신 보니까 어떻던가.

한/ 호송 마차 탈 때, 보면 오빠 눈이 부어있다. 술을 많이 먹어서.(웃음)

정/ 울어서 그런 거야.

한/ 석탄 더미에서 싸움을 하는데. 눈이 왕창 부어서. 안쓰럽더라.

정/ 그 신 찍을 때 많이 울었다. 홍리하고 대사하면서 많이 울었다. 쓸데없이 울 면 안 되는데 액션 신이 힘들었는지 절로 눈물이 나더라.


액션 연습은 얼마나 했나? 정두홍 감독님이 엄청 칭찬하던데.

정/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촬영하면서도 틈틈이. 실제로는 그렇게 못 하고.


시나리오 받고 멋있겠는데 하는 생각 안 했나?

정/ 안 멋있으니까 니가 해야지.(웃음) 리얼리티. 멋있는 사람이 칼싸움까지 잘 하면 너무 만화같잖아. 그런 사람이 어딨어. 좀 비어 보이고 약간 헐렁해보이는 그런 면이. 못 생겨서 절 캐스팅했다는.(웃음)


홍리는?

정/ 홍리는 이쁜 거지. 시나리오에 써 있잖아. {어 예쁘다!} 이렇게 돼있는데. 홍리는 이쁜 게 리얼리티인 거다.


항상 삐딱한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정석이 아닌 삐딱한 역을 좋아하나?

정/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게 요즘 세상에 맞는 리얼리티인 거다. 점점 그렇게 되어 간다는 거다. 왜나면 옛날에는 그 대단한 서양에서도 전형적인 연기, 멋있는 배우는 매너도 좋고 다 잘 하고 그걸 리얼리티로 봤고, 그래야 했고. 어느 순간에 그런 걸 많이 보다 보니까 질리는 거다. 각성을 하는 거지. 원시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걸 보고 싶을 때 제임스 딘이 삐딱하게 가니까 어 너무 멋있는 거다. 그 때부터 그게 리얼리티가 되는 거다. 우리나라도 점점 그런 것들이 심해지는 거다. 저 정도로는 택도 없다. 더 디테일해져야 하고 세심해져야 한다. 일반 대중들의 눈이 장난이 아니다. 퀄리티 좋은 작품이 많아질수록.


그런 까다로운 대중들을 상대로 어떤 연기가 하고 싶나?

정/ 그런 걸 감안할 줄 알았으면 벌써 히스레저.(웃음) 스물여덟밖에. 듣는 것만으로도 히스레저가 얼굴 보니까 얼굴 보이지도 않는데, 그 안의 모습이 보인 다는 거다. 그 사람들은 그 나이에 그걸 하고 있는 거다. 요즘 사람들이 감탄할 수 있을 정도로. 표본이 생기면 따라가는 거지.


연기자로서 어떤 욕심이 있나?

한/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신기전>의 홍리처럼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번에 <신기전>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볼까?

한/ 한은정이 사극에도 어울리는구나 하고 생각했음 했다. 그렇게 어색하진 않았는데,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이번에는 좀 확 풀어지는 캐릭터 한 번 해보려고 한다. 똑 부러지는 그런 역할 말고. 바보스런?(웃음) CF 과감히 포기를 하고.(웃음)


정재영씨는 여자 팬이 확 늘어날까?

정/ 원래 많았기 때문에.(웃음) 여자 팬 걱정은 안 하고. 이제는 나이드신 아주머니들이. 일본 아주머니들이. 어, 조선의 남자가 저렇게.(웃음) 돈 벌이를 좀 해야 하는데. CF 찍을 때 추천 좀 해줘.


북적거리게 촬영하다가 이번 <김씨 표류기>는 혼자 촬영하는데.

정/ 늘 떼거리로.(웃음) 이번에도 설주 무리랑 매일 같이 다니고. 촬영 며칠 쉬어도 강남에서 포장마차가서. 혼자서 해 본적이 없어서 빨개벗겨지는 기분. 걱정이 태산이다. 이번주에 크랭크 인인데 신기전 얘기하고 있으니까 그것도 좀 스트레스고. 또 걱정인 건 은정이도 마찬가지겠지만 드라마는 시청률로 기분이 좀 왔다갔다할 것 같은데. 내일도 모레도 찍고 있는데 오르락내리락 하면 분위기가, 영화는 관객이 휑하면 속상한데. <김씨 표류기>를 찍고 있는데 안 되면 기분이 다운될 것 같다.

한/ 시청률 확인 안 한다. 신기전 개봉 날 드라마가 끝나는 데.

정/ 오늘도 촬영해?

한/ 새벽에 찍고 넘어온 거다.

정/ 진짜 부지런하다. 방에서 윗몸 일으키기 한다고. 그 다음 날 촬영이 없다 늦게 있다 하면 츄리닝 입고 뛴다.

한/ 심심하니까.

정/ 야, 심심하면 텔레비전보고.

한/ 약간 불안한 것도 있다. 몸매가 예쁘다 그런 게 있으니까 헤이해지면 사람들이 실망할 까봐 그런 게 신경쓰인다.


완벽한 외모가 득보다 실이 된단 생각도 하나?

한/ 있다. 너무 자유스럽지 못하고 갇혀 있으니까. 어디 혼자 나가서 생활하면 불안하다. 그 틀을 벗어나면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떨거나 그러면 할 일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놈놈놈> 봤나?

정/ 아주 뭐, 너무 경쾌하고. 아직도 음악이. 본지 꽤 됐는데.

한/ 송강호씨 그거 쓴 거 너무 웃겨서.(웃음)

정/ 아무 것도 없는데 자기 혼자 연기하는 거 아니야. 강호 형이 정말 대단하다.


<신기전>이 다음 대작이라, 많이들 얘기한다. 우려는?

정/ 털 끝 만큼도 걱정 안 한다. 액션 영화는 아니고. 제작비도 반 이고. 액션 신에 대한 정성도 자체가 다르고. 그거를 감독님 자체가 자기의 주 특기가 아닌. 처음으로 그렇게 찍어본 것이기 때문에. 그거에 욕심을 걸었다면 이런 작품을 선택을 안 했을 거다.


무얼 보면 될까?

정/ 드라마를 보면. 어차피 그 퀄리티는 할리우드를 따라가는 건 아니고. 연극을 이해하고 보는 거처럼 우리나라 영화를 이해하고 봤으면 좋겠다. 그 부분의 정성 보다 드라마나 이야기에 정성을 들인 거다. 그런 티가 많이 난다.

한/ 너무 많은 소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영화인데. 역사적인 부분도 있고 멜로도 있고. 아픔도 슬픔도 있고 통쾌함도 있고. 그런 거를 두 시간 동안 보면서 지루하지 않게. 자긍심도 느꼈으면 좋겠다. 영화가 지루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