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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이유진 기자

<소리 아이> 백연아 감독 인터뷰 전문

 

                                                              PHOTO BY 장원석


<소리 아이>는 참으로 좋은 영화입니다. 두 아이가 진심으로 전하는 소리를 진정으로 담아낸 이 영화는 백연아 감독님의 첫 작품이기도 하죠. 기자 시사회 날 처음 뵌 감독님의 인상은 [미인이시구나!]였는데,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진짜, 미인이시구나!]하고 다시 느꼈답니다. *_* 지면 관계상 생략한 진솔한 대화 전문을 전합니다.


(**현장은 좀 더 화기애애했는데 정리하다보니 좀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ㅁ;)


전국을 누비며 무대 인사를 다니고 있는데.

아이들이 은근히 관객 수를 챙기더라.(웃음) 애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좋다. 나오는 걸 보고 뿌듯해하고 하니까.


촬영을 오래 했다고 들었다.

2년 촬영하고, 작업까지 햇수로는 딱 3년 걸렸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큰 규모로 개봉해서 좋다.


평도 좋다.

그런가? 안 좋은 이야기도 들어서.(웃음) 여자분 들은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약간 얘기를 해보면 생각했던 것들. 인터뷰도 거의 다 여자 분이었던 것 같고. 남자들은 성열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부분에서 좀 불편해한다고 들었다.


촬영 시작은 어떻게?

[소리]를 하는 아이들을 담기로 하고 경연 대회를 다녔다. 그런 데를 돌아다니면서 애들을 만나고 수범이랑 성열이를 만났다. 얘기를 하다가 보니까 그 두 명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사실 개인적으로 판소리를 좀 좋아한다. 국문과이다 보니 판소리를 들을 기회가 좀 있었다. 판소리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

처음엔 음악을 다루는 아이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모르는 게 많고 영국에서 북한 다큐 작업 하면서 {너희 문화는 어떻냐?}라고 물으면 잘 모르고 있더라. 기왕 만드는 거면 소리를 좀 이제 해보고 싶어가지고. 시작을 했는데 국악을 잘 몰랐다. 근데 그런 생각을 가지고 경연대회를 가보자 했는데 가자마자 처음에 그 전까지 몰랐는데. 국악 프로 나오면 채널 돌리고 그랬는데 현장에서 듣는 에너지와 맛이 정말 다르더라. 피아노를 오래 전공을 해서 클래식은 많이 들었었다. 근데 사실 생소할 거라고 생각 했는데. 가자마자 되게 금세 빠지더라. 그런데다가 추임새가, 관객이랑 어우러지는 게 인상적이어서. 잘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게 소리의 매력인 것 같다.


피아노를 전공한 건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좋아해서 피아노를 했었다. 음악을 좋아하긴 하는데 그 연습을 많이 해야 하고. 예중을 다니고 그런 거, 레슨 받는 거. 무대 공포증도 있어서. 도저히 못하겠다 음악이 좋긴 하지만 업으로 삼아서 하려면 그렇게 못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음악을 그만뒀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하게 되지 않나. 성공할 수 있나? 어린 나이에 주목을 받는 아이들도 많고. 그래서 어떤 고민, 같은 것들을 하고 싶어서. 음악을 하는 애들이 대부분 부모가 시켜서 하는 게 많아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두 아이는 다르다. 두 아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소리를 하는 다양한 애들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성열이는 특별한 케이스인데 환경적으로라기보다는 배우는 과정이. 삶 까지도 배우는. 옛 명창들이 스승 머슴으로 살고 이런 것처럼.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들이 남아있는 것 같고. 그 아이들이 공연을 하고 아빠랑 공연을 다니고 흥이 나면 길에서 만나서 노래를 하고 그런 게 옛날 판소리가 가진 본성? 그걸 가지고 있는 거다. 그런 것들이 맞닿아 있는 거. 지금은 고급문화처럼 간 게 있어서. 성열이 부자하고. 수범이는 판소리의 현 주소. 아주 정도의 길을 걷고 있는 경우인 것 같아서. 막 판소리를 제대로 하고, 열정을 가진 아버지. 그래서 그 둘을 선택했다.


촬영 허가를 받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 사실 성열이의 외적인 상황만으로 쉽게 판단을 하는 데, 특별하고 특수하다고. 근데 막상 그런 거와는 매우 다르다. 기본적으로 두 사람 다 아버지가 소리에 대한 열정, 끼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고. 나름대로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거기에 따라서 그런 게 있다. 본인이 추구하는 게 있다.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확실한 스타일이어서 촬영할 때도 오히려 자기 있는 그대로 찍으라고. 이전에도 성열이한테 이런 비슷한 아이템이 온 것 같더라. 근데 방송에선 다 담아낼 수 없으니까. 그만두고 간 경우도 있고. 성열이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정말, 촬영하기 곤란하다 정말. 근데 아버지께서 먼저 중간에 그만 둘 거면 하지 말라고 하더라. [나를 시험하는 건가]하는 생각도 했다.(웃음)


아이들이 변성기 때문에 소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조상현 선생님한테 듣기로는 진짜 똥물을 드셨다고 하더라. 목소리가 갈라지고 그런데도 그냥 계속 했다더라. 계속 하니까 되더라고 하시더라. 두 아이가 소리에 대한 매력을 알고 있고, 그래서 쉽게 포기하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판소리의 흥을 안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아이들이 소리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게 좀 놀랐다.

성열이의 소리와 맺고 있는 관계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닌데. 연습을 시키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오히려 연습이라고 생각을 안 한다. 배워야하는 것이라기 보단 신나면 하는 거, 내지는 자기가 잘 하는 거. 이렇게 생각을 한다.


반면 수범이는 기대가 있고, [잘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 같다.

평범한 요즘 아이들의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성열이 보다는, 넘어서야 할 그런 걸로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다.


소리를 담아내는 게 편집이 돋보이더라.

일단 소리가 공부하면 할수록 처음엔 애들 소리 들어도 흥이 나지 않나. 알면 알수록 사설도 그렇고 굉장히 여러 가지 측면이 있고 뜯어보면 정말 주옥같은 게 많더라. 수범이가 대회에서 준비한 게 천자뒤풀이였는데 뜻풀이를 하면 [우와 저런 게 있었어?]하고 놀라게 된다. 그런 것들을 좀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들더라. 소리를, 얘네 들의 삶도 그렇지만 소리의 매력 자체를 어떻게 부각시킬까. 자연소리 같은 거? 결국 한 사람의 목소리로 여러 소리를 만들고 사람 목소리로 하는 건데. 1부엔 소리에 대한, 2부엔 드라마와 삶이 드러나도록. 영화적으로 1부는 소개, 소리의 소개, 아이들의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판소리는 말 자체가 악보란 얘기를 들었다.

맞다. 처음에 정신의 음악인데 어떻게 악보를 그리냐고 핀잔 듣기도 했었다.


제목은 원래? 어감이 좋아서 궁금했다.

되게 소프트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었다. 제목 다 써놓고. 사실은 이런 저런 고민하다가 남편이 지은 거다.(웃음)


다큐멘터리 작업에 관심이 있어서 시작한 건가?

일단은 다른 사람의, 다른 삶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사실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런 게 가지고 있는 어떤 매력이 있었던 것 같고. 전에는 비디오 아트를 했었는데 너무 자기 얘기를 하게 되는 것 같더라. 그런 것 보단 결국엔 내 얘기가 될 수 있는데. 다큐멘터리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알고 싶은 그런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음악을 하다 비디오작업?

음악을 관두고 미술을 했었다.(웃음) 미술 하는 애들이 편해보였다.(웃음) 연습 안 하면 티 나는데 미술은 그런 것 같지도 않고. 더군다나 요즘 현대미술은 그림을 잘 그린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 음악이 싫기보단 고난의 과정이.(웃음)


선입견도 있지 않나. 다큐멘터리가 불편하고, 이런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소리아이>가 편하게 다가기 때문에 의미가 있지 않나.

그렇게 말 해주는 사람이 참 드물다.(웃음) 기사에 꼭 써 달라.(웃음)


두 아이들이 참 다르다. 성열이는 정말 즐기더라.

수범이는 또 의연한 게 있다. 내성적이라기보단 좀 무심한.(웃음) 소리 자체에 부담을 갖는 것 같진 않다. 연습이라든지 아니면 그런 거에 부담은 가져도, 소리 자체는 확실히 즐긴다. 그리고 보여지는 것도. 성열이는 만족스럽다며. (웃음) 수범이도 찾아보고. 아이들은 말로 소통하는 게 다 아는 게 쉽지 않지 않나. 말로 표현하는 게 생각하는 게 좀 다르고, 조리 있게 표현하지 못하니까. 그런 게 좀 어려운 점이었고. 신경을 써야하는 게 그 아이들이 느끼는 게 무엇일지. 그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인터뷰를 끌어낼 수는 있는데 그 말이 표현의 한계가 있으니, 진짜 궁금했던 건 이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 뭘까 하는 거. 그런 거 그렇게 끌어낼 수는 없으니까. 얘가 어떻게 반응하고 이런 것들로 반응하고. 시간 같이 보내는 게, 그래서 촬영이 오래 걸렸고. 느끼는 감정이라든지, 안쓰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같이 생활하면서 더 끔찍한 상황에도 같이 있어봤는데도 걔라는 애가 불행한 애 인가. 외부 상황이나 즉각적인 반응으로 판단을 하는데, 그런 것에서 더 나아갈 수 있는 걸 고민. 한 번 내려가면 같이 있으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이 잘 많이 바뀌는 것 같다.


앞으로 두 아이들이 어떤 소리를 낼 지 궁금하더라.

사실 궁금하지 않다. 명창이 될까 안 될까 잘 자랄까 못 자랄까. 그런 판단을 버리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애들은 이래야지 이런 것들이 굉장히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이들이 생각하는 게 있고, 걱정하는 건.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게 의미가 있단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바라보는 건 중요하지만 어떤 그것도 어떤 기대이고, 내가 만들어내는 기대. 그런 건 조금.


그런 걸 이겨내는 것도 아이들의 몫이겠단 생각도 든다.

그렇다. 그런 생각을 한다.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인물 다큐이고, 음악이고. 결국엔 대상을 재현해내는 것에 충실해야 하는 게 많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인물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재현한다는 것의 한계라든지 그에 따르는 책임감의 문제. 그런 것들을 영화적인 것과 어떤 식으로 경계를 내릴지. 그런 게 제일 어려웠던 것 같다. 배워가는 입장이다.


다음 작품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그런 것들 인물 다큐멘터리가 하고 싶더라. 이야기하는 사람. 우리도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지 않나. 그런 사람이 이야기되어 질 때.


사람의 이야기. 삶 자체가 큰 이야기이지 않나. 호기심이 많은 편인가?

워낙 가지고 있는 게 많고 다르니까. 한 번 이렇게 빠져들게 되면 한도 끝도 없는 것 같고. 그런 걸 깊이 있게 그렇게. 그런 게 재미있는 것 같다.


혼자 촬영한 건가?

아니다. 전문으로 촬영 감독님이 붙어서 촬영을 했다. 근데 이분도 다큐멘터리는 처음이라 촬영을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시행착오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시스템이 갖춰줬음 좋겠다. 다큐를 제대로 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해야 하나. 제작 여건이 잘 되어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통 구조도 그렇고. 아무래도 극영화보단 훨씬 유동적이기도 하고. 2년 동안 다 촬영해줄 수도 없고.


판소리가 알면 알수록 매력이 있다.

기본적으로 잘 노는 민족이 많은데, 우리도 그랬던 것 같다. 그게 어디서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판소리도 한이 강조가 돼서. 처음에 이걸 하면서 국악하시는 분이 그 얘기였는데, 한소리 하면 한을 생각하는 데 흥의 요소가 많고. 어떻게 보면 애들이 소리를 하는 걸 들었을 때 완전 진짜 대단한 소리까지는 아니다. 솔직히. 명창에 비하면. 그런 소리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신선하고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더라.


구체적으로 작업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나.

어떤 상황이라서 어떤 심리랄까. 그 인물의 심리가 궁금했다. 그런 것처럼 프로젝트도 그런 거가 궁금하고 얘기해보고 싶은데. 그건 스케일도 너무 크고 해서. 혈육인 어떤 분에 대한 얘기인데 그 사람이 내 가족이니까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또 힘들고. 그 애기는 처음 작품으로 하기엔 버거운 거라서. 저희 외증조할아버지. 역사적인 그런 건데. 과연 그 사람이 그 때 왜 그랬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거는 어떻게 보면 극영화가 더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제가 관심 있어 하는 것도. 이게 다큐 같은 것도 지속적으로 관심이 있다. 다큐 작업을 하고 싶어서 계획을 하고 있다.


글 / 이유진(illenne@movieweek.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