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비위크> 347호에 차승우 인터뷰가 실린다. 90년대 중반, 클럽 드럭에서 밴드와 관중으로 만났던 두 사람이 영화배우와 영화기자로 만났다. 마치 반가운 친구처럼 이런 저런 애기가 오갔다. 지면관계상 인터뷰의 많은 내용이 담기지 못했다. 70년대 완전체 차승우와 나눴던 즐거운 수다의 기록을 블로그에 공개한다. (손경호 씨 이름과 '목요일의 연인'을 수정했습니다)
- 영화 보고난 소감은?
예상보다 즐겁게 봤다. 영화 단락단락 촬영했던 기억도 있고. 후반작업 하면서 중간중간 봤다고 생각했는데 한 편의 영화로 나오니까 다른 인상을 받았다. 영화가 마땅히 즐겁게 봐야될 영화인 거 같기도 하고. 기억도 오버랩되고.
- 목욕탕 신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목욕탕 신이 너무 싫었다. 개인적으로 노출하는 걸 너무 싫어해서 목욕탕 수영장 절대 안 가는데 전라신이어서 처음에 너무 당황했다. 외압에 못 이겨 했는데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대사도 길던데?) 신경 쓰여서 정신 없었다.
- 원래는 자문으로 참여했다고 알고 있다.
음악자문 정도. 대표님을 직접 만나 뵙고 애기를 해본 결과 그닥 도움드릴 게 없더라. '죄송합니다. 도움 못 드려서 공연이나 보러오십쇼' 했더니 감독님 데리고 공연을 보러오셨다. 그러더니 그 다음부터 '영화에 출연을 좀 해볼래?' '무슨 영화입니까' 하다가 보니까 이렇게 왔다. 연기를 해보자고 제의를 하셔서 '제가 뭔 연기냐' 했는데 대강의 시높시스을 듣게 되면서 욕심이 생겨서 '해보자' 했다. 처음엔 만식이 역할이 아니었다. 다른 밴드의 멤버 역할이었는데 그게 갑자기 만식이로 되고 점점 일이 커지더라고. 이게 이래도 되는 건지, 참. 일단은 60년대 영미 음악이나 70년대 한국 락신에 관심이 깊어서 이런 거는 내가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손경호 씨도 같이 캐스팅됐다.
경호형도 보통 때 특이한 캐릭터가 있다. 그걸 감독님 대표님이 좋게 봐주셔서 같이 캐스팅됐다. 참고로 데블스 멤버들 이름이 왕년에 감독님 밴드하셨을 때 멤버들 이름이다.
- 본인 말투를 대사에 활용했다고 하던데?
일단 내가 발음이 안 좋고 새는 소리가 나고 혀도 짧기 때문에 어떻게 교정할 방도가 없었다. 그럴 바에야 이걸 살려서 가자. 만식이 캐릭터에도 부합할 것이여서.
- '록큰롤은 결론을 내지 않을 수 없다'는 본인의 애드립?
감독님이 문샤이너스 싱글의 '목요일의 연인' 중 그 부분이 마음에 드셨는지 적극적으로 대사에 활용하기로 결정하셨다.
- 첫 촬영 때 긴장했나?
나는 워낙 인생에 굴곡이 많아서 그런 걸로 긴장은 안하고 자연스럽게 즐겁게 임했던 거 같다. 첫 촬영부터. 단지 그 목욕탕 신이 가장 걸렸을 뿐.(웃음)
- 조승우 씨와 아주 친해졌다고 하더라.
자라온 환경도 닮아 있고, 아버지가 음악을 했고, 어떻게 보면 가정 분위기 자체가 거시기한 게 있고, 애기하다가 공감가는 부분도 되게 많았다. 어떻게 보면 상반된 성격 같지만 공통분모가 있어서. 술도 많이 마시고.
- 술은 왜 그렇게 많이 먹은 건가?
유대감 형성에는 술만한 게 없잖나.
- 만식 캐릭터를 특별히 어떻다고 잡고 갔는지 궁금하다.
잡은 건 없다. 감독님이 원래 차차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로서는 쉬웠다. 원래 하던대로 하면 되는 거고. 내가 연기를 의식하는 순간 모양이 빠질 것 같더라고. 내가 연기의 '연'자를 아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던대로 했다. 발음이고 뭐고 신경 안 쓰고 '질러부러' 했다. 애드립이 많다. 아무래도 원래 시나리오 대사대로 하는 게 내 말투가 아니라서 인토네이션을 어떻게 가져갈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마음대로 해버렸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좋아하시더라. 워낙 자연스러운 걸 좋아하셔서.
- 조배우가 차차 연기에 깜짝 놀랐다는 말을 곳곳에서 하고 있다.
아우...동네 부끄러워서.
- 버스 장면에서 특히 놀랐다고 하더라.
나야말로 깜놀한 게 뭐냐면 그때 승우가 멱살을 되게 세게 쥐었다. 연기의 '연'자도 몰랐던 나는 그때 화가 막 나버렸다. 대사 길이가 되게 길었는데 열받아서 술술 나왔다. 되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그 친구가 격하게 해주니까 나도 그렇게 반응하게 됐던 거다. 이끌어줬던 거 같다.
- 홍대 친구들은 영화를 좀 봤나?
대부분 친구들은 29일날 시사회 갈 예정이다. 크라잉넛 멤버 중 두 명이 봤는데 음악하는 친구들이어서 재미있게 봤다. 뭔가 힘을 얻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그러더라. 다 만족스러워하는 분위기다.
- 문샤이너스에 이지형도 출연하니 홍대에서 한창 <고고 70>이 화제가 됐겠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첫 번째 본격적인 음악영화니까.
- 라이브 공연 촬영은 힘들지 않았나?
백퍼센트 라이브가 아니면 영화가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전달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실수해도 가는 거다. 록큰롤이니까. 마지막 장면에서 기타치다가 손을 다쳐가지고 기타가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정도로 몰입할 수 있었다는 기억이 있다. 피날레니까 정말 모든 감정이 폭발했다. 진짜 공연을 했다. 고고족으로 나오는 연기자분들도 연기를 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들의 화학반응은 죽이는 로큰롤 공연 때 화학반응이었던 거 같다.
- 노브레인 곡을 개사하는 건 누구 아이디어였나?
감독님 아이디어다. 피날레에 맞는 그 음악이 뭐가 있을까 고심하시다가 예전 노브레인 1집을 들으시더니 이게(개가 개를 먹는도다) 좋겠다 결정을 하셔서. (매니저 왈, 신민아가 부르는 일본노래도 작사했다) 작사라고 할 것까진 없고 되는대로 했다. 제목은 '사랑은 사꾸라 꽃잎처럼' 아주 진부한 가사다.(훗)
- 청담동 '줄리아나'를 개조한 닐바나 세트에 들어갔을 때 어땠나?
되게 낯익었다. 아 여기, 이 부분~(웃음) 옛날에 줄리아나 세 번 갔었나.(매니저: 그 머리를 하고?) 그땐 머리 죽이고 갔다. 그 이전에 머리 세우고 가죽잠바 입고 갔다가 boss에서 뻰찌 맞은 적이 있어서. 쇠사슬도 매달고 있으니까.(웃음) 나에게도 나이트는 이상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인력시장처럼 여자들이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닐바나 세트에 들어가니 룸이 구석구석에 되게 많더라. 그 룸은 우리의 대기실로 사용됐다.
- <고고 70>의 음악 자문을 맡은 비트볼레코드 이봉수 대표와도 친하겠다.
친하고, 영화를 계기로 더 친해져서 앞으로 작업도 해보자는 애기도 오갔다. 대단한 분이다. '멋이 나는 청춘'은 이봉수 형님이 작사한 노래다. 7월쯤에 록경연대회를 기획하고 있는 걸로 안다. 밴드들한테 상으로 쌀을 주겠다고.(웃음) 수익은 고아원에 기부하고. 타이틀이 무슨 왕중왕전인데. MC도 아마 극중 이병욱처럼 볼 거다.
- 극중 머리는 본인이 스스로 정한 머리?
일단은 시대와도 부합을 해야하니까 그냥 내비두더라.
- 특별히 자료를 찾을 이유도 없이 평소대로 하면 됐겠다.
정말 편하게 멍석을 다 깔아줬으니까 시키는대로 다 했다. 심지어는 내 의상까지 입고 나온 장면도 많다.
- 그동안 다른 문샤이너스 멤버들은 뭐하고 지냈나?
각자 일을 했다. 베이스 치는 친구는 학교 강의를 하고 있어서 그거 열심히 하고, 나머지 친구는 놀고.(웃음)
- 보컬과 드럼은 돈 벌러 가고.
많이 벌진 못했다. 솔직히 내가 벌어본 중에는 거대한 액수인데, 술 몇 잔 먹고 몸에 문신 몇 개 더 새기니까 끝나더라.
- 문신?
주로 카툰 캐릭터를 좋아한다. 용같은 거 안 어울리고. 알록알록 유니크한 스타일이 좋더라고. 도날드 덕도 있고.
- 데블스들은 이제 바빠서 못 만나겠다.
지금 제일 한가한 데블스 멤버는 나와 손경호형 두 명 밖에 없다.(웃음) 나머지는 공연하고 촬영하고 다들 바쁘고. 이제 연락해도 답장도 잘 안 오고.(훗)
- 그럼 조배우도 오랜만에 본 건가?
승우는 지방촬영 갔다가 서울에 오면 연락해서 잠깐 만나고 그랬다.
- 데블스 다른 친구들의 뮤지컬은 볼 예정?
보고 싶다.
- 홍광호 진짜 노래를 잘하더라.
같이 노래방 가면 끝장난다. 감독님과 데블스 멤버들이 가라오케를 몇 번 갔는데, 홍광호군이 노래를 딱 부르고 나면 그 다음에는 아무도 부르려고 안 한다.(웃음) 나는 노래방 가면 부르는 게 '사랑의 트위스트'랑 송골매 노래들. (매니저 보면서) '사랑의 트위스트' 이제 너무 식상하지? '청춘의 불꽃'도 노래방에 나왔다더라.
- 오래전부터 60~70대 음악에만 관심이 많았나?
그래서 그 당시에 기타 키드들이 들었던 음악을 거치지 않았다. LA메탈 같은 거 들어야 정상이었는데.(웃음) 펑크와 뉴웨이브는 관심이 있었는데 헤비메탈은 안 듣게 되더라. 뭔가 거세되어 있다는 느낌이 항상 들고. 어렸을 때부터 옛날 음악을 좋아했다. 음악을 듣게된 계기도 비틀스였고. 초등학교 5학년때 'I wanna hold your hands' 듣고. 격변의 시기가 있었다. 음악을 듣고 행복하니까, 나도 남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비틀스 때문에 음악을?
비틀스를 듣고 음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생겼고, 기타를 잡게된 결정적 계기는 지미 헨드릭스 몬트뢰 록 페스티발 실황 영상을 보고난 다음이다.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할머니가 처음 기타를 사주셨다. 중학교 졸업한 뒤 기타를 잡고 독학으로 배우다가 학원도 나가봤는데 영 복잡하더라. 내가 하고 싶은 건 안 가르쳐주고 화성학 같은 것만 강조하고. 그런 식은 안될 것 같아 잼을 하는 식으로 독학을 했다. 예를 들어 어떤 노래가 있으면 그 노래에 맞춰 임의로 쳐보곤 했다. 지금 이 뮤지션과 잼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나의 기타 선생님은 지미 핸드릭스, 에릭 크랩튼이다.(웃음)
- 밴드는 고등학교 때부터?
고1때부터 시작했다. '크라이 베이비'라고. 영화제목이기도 하고, 재니스 조플린 노래 제목이기도 하고, 와와페달 이름이기도 한데 어감이 좋아서 선택했다. 그때는 60년대 야드버즈나 지미 핸드릭스 커버를 많이 했다. 그러다 섹스 피스톨즈 1집을 듣고 다시 깜놀해서 '내가 가야할 길은 이건가보다. 연주로 감동을 주는 게 아닌가 보다' 한 거지. 섹스 피스톨즈를 듣고 곡을 쓰면서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노브레인을 결성했다.
- 예전에 드럭에서 섹스피스톨즈 노래를 부르던 노브레인이 기억난다. 이렇게 만나다니 놀랍기도 하고.
'드럭'도 어느새 식상한 이름이 되어 버렸다. 이젠 10년이니, 중견펑크네.
- 그러더니 돌연 일본 유학을 갔다.
3년 정도 있었는데 놀다 왔다.(웃음) 정규적인 음악수업을 받아보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옛날 기타 학원 들어갔을 때랑 느낌이 똑같더라. 결국은 알아서 체득했다. 일본에서도 밴드는 했었다. 록커벨리 성향의 밴드였다. 활동을 하면서 일본의 여러 밴드들을 보고 영향 받은 부분도 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음악적 스펙트럼이 좀 더 넓어졌다.
- 돌아와서 결국 복고 록밴드 문샤이너스를 만들었는데.
내 세포가 그런 음악을 원하는 것 같다. 프로토타입에서 모티프를 얻어서 자기만의 감각으로 소화하는 것이야말로 모던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록은 일단 쉽고 재미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왕년의 단순한 형태에서 모티프를 많이 얻는 거 같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펑크 애티튜드는 지속되는 건가?
진화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좀더 다각도로 볼 수 있게 됐고. 관용도 생겼고. 한 음악장르에 치우치는 것도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최대한 할 수 있는 거 하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 지금은 록큰롤이다. 장르로서의 록큰롤이 아닌 소울이다, 소울.
- 한국 70년대 음악 신에 대해 특별히 동경했었나?
신중현 아저씨를 시작으로 70년대 잠깐 동안을 르네상스 시기라고 한다. 그때 록음악에 대해서도 그렇고 시대에 대한 어렴풋한 동경은 있었다. 그때 나왔던 결과물들이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사라졌다는 게 통탄할 일이다. 그쪽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수로든 접해왔던 거 같고, 아버님이 가수를 했던 분이라 환경적으로 당시 문화를 접하기가 쉬웠다.
- 데블스보다 좋아했던 그룹이 있다면?
무조건 신중현이다. 하나의 연주자로서가 아니라 프로듀서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필 스펙터나 조지 마틴에 버금간다. 70년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그런 재능을 꽃피웠다는 거 대단하지 않나. 김추자, 펄시스터즈, 장현 등 자신의 음악관을 가지고 부대를 이끌어서 쫙 구현해냈다. 나도 능력이 되면 프로듀싱을 하고 싶다. 그래서 '차차 군단' 정도는 아니고 '펄시스터즈의 재해석' 그런 컨셉트로 해보고 싶다.(웃음)
- 영화를 보고 나서 놀고 싶어졌는데 정작 놀러갈 데는 없다.
요즘 참 놀 데 없다.
- 20대에 너무 많이 놀았다고 생각하나?
30대도 많이 놀 계획이다. 체력 하나는 타고 났다.
- 조배우가 몸 관리법을 조언해주지 않던가.
그런데 걔도 <고고 70> 하면서 그 끈을 다 놔버렸다. 내 원망을 되게 하더라고. 내가 직접적으로 술을 권하는 거여서. 새작품 하는데 감독님한테 약간 꾸중을 들었다고 하더라. 고독한 무사인데 살이 쪄서. 근데 조승우군을 보고 또 깜놀한 게 단 1주일만에 4킬로를 빼서 해골이 돼서 나타났다. 훌륭하다, 훌륭해. 뉘집 자식인지 훌륭하다!(훗)
- <고고 70>처럼 홍대 문화도 '퇴폐문화'로 낙인찍혔던 적이 있었다. 마약의 온상이라고.
그랬다. 이젠 담배조차 마음대로 피울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고.(웃음)
- 요즘에도 공연하면 관중들이 예전처럼 미치는 분위기인가?
아무래도 문샤이너스는 그런 거 같다. 옛날에 노브레인 좋아하던 친구들도 많이 찾아온다.
- 펜타포트 때는 공연 끝나고 다른 공연 봤나?
못 봤다. 그때도 전날 먹은 술 때문에...(매니저 버럭, 전날이 아니라 아침까지 먹었지!) 상태가 안 좋아서 공연하고 바로 서울로 올라갔다. '가십'을 백스페이지에서 봤는데, 공연 안 봐도 분위기만 보고 '어, 죽인다' 했다. 기타 스트립을 안 갖고 왔다고 해서 내 거 주면서 '니네 써' 그러고 왔다.(훗)
- 동시대 친구들과 대화가 힘들었겠다.
뭐랄까, 아웃사이더라고 하기도 그렇고 뉴타입이라 하기도 그렇고 좀 유별나긴 했던 거 같다. 요새 좋아하는 밴드도 복고 성향을 띤 애들에게 관심이 간다.
- 그래도 음악판이 레트로 열풍이라 요즘이 더 애기하기 편한 세상이겠다.
그러게. 편하네.(웃음)
- 문샤이너스 정규 1집 앨범은 언제쯤?
이걸 또 내가 공언을 하면 무책임한 놈이 되어버리는데. 목표는 내년 상반기까지 완성을 해서 내놓아야하지 않을까나. <고고 70>으로부터 받은 영향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집중적으로 60년대 모타운을 비롯한 소울 음악과 비트같은 걸 듣다 보니 아이템을 가져올 게 늘어났다. 송라이팅하는데 있어서도 그렇고.
- 가사는 어떻게 쓰는 편인가?
즉흥적으로 쓴다.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하는 편이다. 안 하면 다 까먹는다. 뭔가 영감이 떠올라서 서사적으로 나열하는 건 아니고 하나의 주제가 떠오른다. '유령의 숲'은 유령의 숲에서 요괴들이 잔치를 하는 꿈을 꾼 뒤 써본 거다. 하나의 단어를 놓고 생각 해보면서 떠오르는 인상 같은 걸 써놓곤 한다.
- 이젠 분노나 비판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진 않는 건가?
노브레인 때 직설적인 가사를 많이 써봐서 개인적으로 식상해졌다. 분노가 생기더라도 의무적으로 비틀어서 표현하는 것에 재미가 생겼다. '나 열 받았어' 하는 것보다 반어법이나 은유법이 재미있다. 가장 중요한 건 멜로디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가사를 붙여야한다는 점이다.
- 예전보다 음악하기는 좋아진 거 같나?
그다지. 영화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인터뷰를 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고.(웃음) 일단 나에게는 좋은 기회이니까, 이 주목도를 록큰롤하는 사람들로 연결시키는 게 숙제다.
- 밴드의 모즈룩 스타일링은 직접?
스타일링도 록큰롤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고고 70>에서도 의상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그래도 '오부리 밴드' 의상은 당황스러웠다. 그런 번쩍이는 의상 처음 입어봤다. 그 옷 입고 세트장 밖에서 담배 피우면 사람들이 쳐다보고. 청담동에서 일련의 무리들이 70년대 의상을 입고 다니니까 지나가던 아저씨들이 쳐다보곤 했다. 낯익은 의상인데, 하지 않았을까.(웃음)
(옆에서 매니저 왈, 보조출연 350명이 그 옷을 입고 떼로 청담동을 왔다갔다 했다. 한번은 촌스러운 옷을 입은 조승우씨가 '누나 같이 가요' 하고 다가오는데 아는 척 하기가 싫었다. 하하하)
문샤이너스 의상은 전적으로 내가 맡는다. 나머지 멤버들은 입는 건 좋아하는데 굳이 연구하는 건 귀찮아하는 편이고.
- 70년대와 지금이 닮은 점이 있을까?
내가 70년대 체험이 없으니 비교를 하는 건 무리가 있다. 내 동시대에도 나는 붕 떠 있는데, 뭘.(웃음) 뭐라 말씀드릴 수가 없네. 나는 도대체 어디에 살고 있는 거야! 하하.
- 영화도 옛날 영화만 볼 것 같다.
최근 극장에서 본 영화는 <샤인 어 라이트>와 <맘마미아>. 옛날 영화를 좋아하긴 한다. 문샤이너스 노래 중에 '로즈메리 베이비'라는 연주곡이 있는데 <악마의 씨>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옛날 호러나 호컬트 무비, 좀비 영화 좋아하고, 오드리 헵번도 좋아하고, 큐브릭 영화도 좋아하고. 이런, 다 옛날 거네.
- 홍대 밴드들과는 절친하게 지내는 편인가?
다 아는 놈들이고, 술먹다 지나가면 '어디 가냐?' '술 먹으러' 이런 대화는 일상이다. 초창기 인디 신에서 지금까지 10년이 경과됐으니 이젠 신인도 아니다. 10년이 지나니 결론도 냈더라고. 그 결론의 대표가 '갤럭시 익스프레스'다. 그런 후배들 보면 10년이 헛된 게 아니지.
- 당신도 결론을 내렸나?
결론은 버킹검.
- 뭐야, 뭔 소리냐?
(벌쭘) 옛날 양복광고 카피 모르나. 초등학교 때부터 입에 달고 다녔던 말인데.(웃음)
- 그런 유머라니, 여자 사귀기 힘들겠다.
그런 거 있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약간 바보가 된다. '결론은 버킹검' 이러면 완전 붕 뜨는 거지. 속으로 '애는 어디서 살고 있나' 하겠지.(웃음)
- 결론은 잘 놀아야 한다는 거 아닐까?
쉽게 생각하면 된다. 재미있게 하면 되고,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힘들면 안 하면 되고.
- 경제적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있는데, 내가 뭐 소비할 게 별로 없다. 술이나 한 잔 먹으면 되는 거고. 근데 돈은 많으면 좋긴 하겠다. 옷도 좀 사고.
- '데블스'는 차승우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청춘의 번쩍하는 순간?
- 청춘은 끝난 건가?
청춘은 계속 지속되어야 마땅하다. /사진 고윤지, 글 홍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