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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빅기자들의 영화이야기/홍수경 기자

부천에서 만난 에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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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들오리와 집오리의 코인로커>의 주인공 에이타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방문했다. 주어진 인터뷰 시간은 30분. 사전 정보로는 말도 없고, 더군다나 4차원 캐릭터라고 했다. 긴장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소문은 모두 거짓이었다. 꽤 오래전 찍은 영화라 기억이 가물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기억해내면서 성실하게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짧은 대답을 기대한 질문에는 비교적 상세한 예를 들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단한번도 흐트러지지 않는 인터뷰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낮은 저음의 목소리엔 겸손함이 배어 있다. 조연으로 꾸준히 연기를 해온 에이타는 성품 자체가 온화한 사람이었다. 그를 만난 영화제 관계자는 '미래에 아사노 타다노부같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란 조심스러운 예측도 내놓았다. 스타보다 '연기자'로 인생을 완성하고 싶어하는 젊은 배우. 천천히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본지에서 생략된 인터뷰를 뒤늦게 공개한다.(원작을 읽은 분은 알겠지만 캐릭터를 말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된다. 이점 감안하고 읽으시길)

- 한국방문은 처음인가?

두 번째다. 핸드폰 광고 촬영으로 처음 왔었다.

- 아오이 유우, 아사노 타다노부 등과 함께 찍은 광고 말인가? 떼어오고 싶었다.

그것 범죄다.(웃음)

- 그래서 참았다. 농담이고,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이하 <집오리>)에 끌린 이유는 무엇인가?

(조금 생각) 우선은 스토리 전개가 좋았고, 두 번째로는 캐릭터가 굉장히 명확하게 보이는 영화라 끌렸다.

- 캐릭터가 명확하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일반적인 청춘영화에서 두 사람이 등장하면 한 명은 성격이 밝고 한 명은 좀 우울한 식이다. 그런데 <집오리>에는 동경에서 온 [시이나]라는 어리숙한 캐릭터가 있고, [가와사키]라는 신비로운 캐릭터가 있다. 그들의 배경을 섬세하게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 소설은 읽어봤나?

읽어봤다.

- 영화하기 전에?

그 전부터 작가에 대한 관심은 있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이 작품을 하게 되면서 바로 읽었다.

- 도르지와 가와사키를 어떻게 구분해서 연기했나?

(좀 생각) 기본적으로는 구별을 잘 안하려고 했다. 과거의 도르지가 현재의 가와사키를 연기하는 것이기도 한데, 근본적으로는 도르지가 가지고 있는 슬픔이나 고독을 잘 표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했다. 그게 한 축이 됐다. 외관상으로는 스태프 분들이 도르지 분장을 할 때는 놀려댔고 가와사키를 할 때는 방치했다는 차이도 있었다.

- 같이 가와사키를 연기한 마츠다 류헤이와 몸짓을 맞춰봤는지?

둘이서 서로 어느 정도 맞춰보자는 애기는 했었다. 그러나 전부 정해버리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사소하게 담배를 툭툭 치는 손짓 정도는 맞췄다. 원래 친구 관계였기 때문에 평소에 류헤이의 움직임의 특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부분은 좀 흉내를 냈다.  등이 굽은 채로 손발이 고양이처럼 늘어져 있는 느낌이라든지. 그런 게 친구여서 평소에 잘 봐온 관계로 잘 표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또 중요한 것은 극중 둘 사이의 우정 관계였는데 이것도 원래 친구여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 흉내 내는 걸 보고 마츠다 류헤이가 내가 아니라고 부정하진 않았나?

그런 건 없었다.(웃음)

- 마츠다 류헤이와는 어떻게 친구가 됐나?

<우울한 청춘>에서 같이 출연했다. 거기 젊은 배우들이 많았는데 특히 아라히 히로후미, 류헤이하고 셋이서 아주 호흡이 잘 맞아서 친해졌다. 그 당시에는 촬영 끝나면 전철 타고 귀가를 했었는데 항상 셋이서 같이 가곤 했다.

- 전철 분위기가 훈훈했겠다.

별로 대화가 없었기 때문에 어두운 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 영화의 영향이었나?

아마 평소에 느낌이 별로 반영되지 않았을까.

- 평소에 서로 대화를 안 하는 편인가?

그 세 명이 모이면 그렇게 된다. 대화가 없다.(웃음)

- 말없이 통하는 게 제일 좋은 거 같다.

맞다. 연애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 연애는 말 없으면 답답하다.

그럴 때는 또 토해내면 된다.

- (밖에서 계속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DVD를 틀어 놓고 있어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가 들려온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어떤가?

현장에서는 시이나 역 사마다 씨하고 아이포드에 저 노래를 녹음해 듣고 연습을 했었다. 그런데 항상 현장 스케줄이 타이트해서 잠도 잘 못 자는 상태에서 노래를 듣곤 했다. 그럴 때마다 머리가 ‘자연 하이’ 상태가 된 채로 밤새 노래를 외웠던 그 추억이 떠오른다.(웃음)

- 노래 영어 발음 좋았다.

정말? 고맙다.

- 부탄인 연기를 했는데 분장한 자신을 보니 어땠나?

실제로 촬영 들어가기 전에 부탄인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돌을 던지는 방법 등을 배웠다. 부탄인의 외모가 일본인이랑 너무 닮아 있어서, 영화 속에는 너무 분장을 많이해 과장되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다. 막스 도르지가 됐을 때는 눈썹이 붙어 있는 설정으로 분장을 했기 때문에 놀림을 받기도 했다.

- 의상도 인상적이었다.

부탄 사람들 체구가 좋은 편이다. 약간 야생화 같은 느낌이다. 다들 체구가 좋아서. 역시 영화 속 의상이 과장되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와사키와 대비가 되기 때문에 잘한 거 같다고 생각한다.

- 부탄인 연기 때는 일본어를 잊어버리려고 하지 않았나?

(좀 생각) 음, 음. 시나리오를 봤을 땐 흔히 외국 사람이 어설프게 외국어 할 때 느낌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 조절을 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영어를 잘 할 때의 도르지와 또 일본어를 서서히 배워서 더듬더듬 하는 도르지와 또 완벽하게 하는 도르지와 그 과정, 흐름을 연기하는 게 참 재미있었다.

- 촬영지 센다이 인상은 어땠나?(이사카 코타로 소설의 배경은 모두 센다이다)

(좀 생각) 지방 특유의 역이 있고 어느 정도 도회지의 모습은 갖췄는데 조금만 나가면 산이 있고 바다가 있다. 도시와 자연이 융화된 동네였다.

- 노다메 제외하고 과장된 연기를 보여주지 않는 거 같은데 자기만의 연기 스타일이 있는건가?

그런 거를 생각하며 연기하진 않는다. 현장은 혼자 만들어가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현장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연기에 관해서는 상대를 얼마만큼 느끼는지, 그 리액션으로 얼마만큼 자기가 표현이 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 작품 선택할 때 기준이 있다면?

우선은 스스로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을 연기하고 싶다. 예를 들어 술자리가 있어서 열 명정도 술을 마시고 있다고 치자. 그 중 한 사람은 활달한 성격으로 자리를 재미있게 만든다. 또 어떤 사람은 구석자리에 앉아서 말도 잘 못하고 주변사람들하고 잘 섞이지도 못하고 혼자 조용히 있다. 그 둘 중에서 어떤 쪽을 연기하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그 구석에 혼자 앉아있는 사람한테 끌린다.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다고 느낀다.

- 본인은 둘 중 어떤 사람에 가깝나?

두 가지 면이 다 있다.(웃음)

- <노다메 칸타빌레> 이후 배우로서 사생활 면에서 변화된 면은 없는지?

그 당시 생각나는 게 항상 금발머리를 하고 있어야 해서 머리가 많이 상하는 바람에 바닥에 늘 금발머리가 쌓여 있었다. 그래서 바닥청소가 힘들었다.

- (대답에 황당해하며) <노다메 칸타빌레>로 큰 인기를 얻게 된 게 아닌가?

한국에선 그런 거 같다.

-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나?

처음부터 배우가 너무 되고 싶은 건 아니었다. 하라주쿠 역을 걷다가 우연히 모델 사무실에서 스카우트를 받아서 자연스럽게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막연하게 드라마, 영화 보는 걸 좋아했었고 이렇게 하다 보면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모델을 하는 당시에는 모델 일에 흥미와 재미를 못 느꼈다. 연기를 하고 싶어서 그걸 사장님께 말씀 드렸더니 그럼 CF 오디션을 한 번 보자고 해서 CF 오디션을 보게 됐다. 근데 다 똑같은 일을 시키더라. 나는 남들하고 좀 뭔가 다른 걸 하고 싶다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 (앞에 놓인 초콜릿을 보며) 만약 초콜릿 광고를 한다면 사람들이 하나같이 초콜릿을 맛있게 먹을 텐데 나는 맛없게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의식들이 이어져서 일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웃음)

- 지금까지 경력 중 배우로서 큰 변화를 겪었던 작품이 있나?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생활을 바친다. 온 마음과 신경을 집중하기 때문에 오히려 작품이 끝나면 거기에 대해 기억을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나중에 홍보를 할 때 굉장히 애를 먹는다. 그래서 그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게끔 현장에서 시나리오에다가 메모를 해놓고 나중에 활용을 하곤 한다.

- 연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작품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변하지 않는 것은 연기가 너무나 즐거우면서 괴롭고 힘들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텐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영화 <은빛의 시즌>과 <두꺼비의 기름>을 연달아 촬영했는데 어떤 점이 재미있었나?

<은빛의 시즌>은 실제로 나가노현에서 촬영을 했는데 그곳은 완전 눈에 뒤덮인 산이었다. 3~4개월 동안 그 곳에서 촬영을 하며 생활을 했던 점들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겼다고 생각한다. 촬영할 때 스키 타는 게 많아 스키 연습이 힘들긴 했지만, 그래서 눈산에서의 고된 생활이 부각됐을 것 같다. <두꺼비의 기름>은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야쿠쇼 코지의 첫 감독 작품이어서 아들역에 출연하게 된 것만으로도 즐겁고 기쁜 일이었다. 배우출신 감독의 아주 섬세한 연출 스타일을 느낄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주 중요한 신에서 감독이 ‘래디 액션’을 하기 전에 ‘즐겨라’고 말해줬다는 점이다. 본슈팅이 들어가기 전에 ‘즐겨라’는 말을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너무 바빠서 즐긴다는 걸 잊고 지낸 거 같아서 야쿠쇼 코지 감독이 해줬던 한마디가 굉장히 마음에 와 닿았다.

- 다음 계획은?

기대하면서 기다려 달라.


홍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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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엽